'친일 의혹' 뿔난 여론에 올스톱···방치돼 무너져가는 '최부잣집'

입력 2025.03.26. 18:38 차솔빈 기자
2층 구조의 한·일·양 혼합 구조 가옥
건축사적 가치 높고 관광활용 요소 多
'친일 논란'에 향토문화유산 추진 중단
붕괴 위기에도 광주시·자치구 '난 몰라'
25일 방문한 광주 남구 사직동 최부잣집, 과거 사랑채, 행랑채, 연못 등 1천800여평 부지 11채 건물이 있었지만 현재는 안채와 헛간만이 남은 상태다.

역사적 가치가 높은 광주 남구에 위치한 '최부잣집'이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한 채 수십 년째 방치되고 있다. 가옥 한쪽 벽이 무너져 내리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다른 고택이나 가옥과는 다르게 소유자간 갈등과 행정적 문제, 여기에 친일 논란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애꿎은 시간만 흘러가고 있는 상황이어서 대책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5일 방문한 광주 남구 사직동 최부잣집, 헛간의 한쪽 벽이 완전히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25일 방문한 광주 남구 사직동 '최부잣집'은 마치 폐가를 연상시키는 듯한 낡은 모습이 고스란히 노출돼 있었다.

우뚝 솟아 있는 2층 안채의 지붕, 특히 추녀마루라고 불리는 모서리 부분이 크게 부서져 천을 덧대놓은 상태였으며, 지붕을 지탱하는 서까래 나무 곳곳에는 푸른 곰팡이가 생기기까지 했다. 나무로 만들어진 난간 역시 희게 삭아 만지면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해 보였다.

안채 옆에 자리잡은 헛간의 상태는 더욱 심각했다. 칸칸이 구분된 벽 한쪽은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이는 상태였고, 아직 무너지지 않은 벽 한편 또한 겉포장이 모두 벗겨지고 바깥을 향해 툭 튀어나온 채 위태로운 상태로 남아 있었다. 말 그대로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아보였다.

집을 지키는 돌담도 마찬가지였다. 새로 지어진 벽돌담과 함게 혼재된 흙돌담은 금이 가고 기대면 스러질 듯 보였다.

추녀마루로 불리는 지붕 끝부분이 부서져 나가 임시로 조치해 둔 상태로, 이외에도 기와 곳곳이 떨어져 나간 상태였다.

이런 위태로운 상태에 놓인 '최부잣집'이지만, 현재까지 관리는 전무한 상태다.

개인 사유 건물과 교육부 소유 토지가 혼재해 생긴 갈등 때문에 지금까지도 문화재 지정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구 압촌동 고원희가옥이 1987년 시도문화유산에 지정되고, 남구 양림동의 이장우가옥과 최승효가옥이 1989년 시도문화유산에 지정된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지난 2022년 남구 주도로 최부잣집 가옥에 대한 향토문화유산 신규 지정의 움직임이 있었지만, 이 역시 최상현(1880~1945)씨의 친일 흔적 논란이 불거지자 시민사회의 반대로 인해 잠정 중단된 상태다.

헛간 외벽은 시멘트로 임시 보수해뒀지만 그마저도 외부로 툭 튀어나와 무너짐이 우려되는 상태였다.

남구 관계자는 "토지와 건물 소유주간 갈등 뿐 아니라, 공동소유자의 상속 문제도 존재해 현재 중재를 거치는 중"이라며 "행정이 개입해 보수나 정비할 근거를 만들기 위해 향토문화유산 지정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최씨의 행적 논란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의 반대가 심해 모두 중단됐다"고 말했다.

오영순 남구의회 의원은 "해당 최부잣집의 경우 건축 당시 최고급 자재와 혼합형 주택구조를 채택했고, 내부에도 독특한 방 구조를 지니는 등 역사적 가치와 관광자원으로 활용가치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며 "과거 소유주의 행적 때문에 건축물 자체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게 된 현 상황이 아쉬울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건축사적, 관광요소적 가치가 충분하다고 평가하고 있으나, 주인 최상현씨의 친일 행적 논란 때문에 향토문화유산 지정도 중단됐다.

천득염 전남대학교 건축학부 석좌교수는 "건물의 가치를 측정할 때 건축사적 가치와 인물의 가치를 고려하곤 한다"며 "논란이 있는 인물의 공과 과를 명백히 하면 될 노릇임에도, 광주시와 시민사회, 자치구 모두 여론에 매몰돼 그 속에 숨겨진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이어 "문화도시를 표방하는 광주에서 이런 근대문화유산을 중요히 여긴다면 소유주에 대한 큰 보상을 통해 주택을 매입해 관리 보수하거나, 전남대 관리부서와의 중재를 통해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것에서 너무나도 큰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차솔빈기자 ehdltjstod@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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