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광·서진고 통학로 컨테이너 '길막'
4개월만에 '극적 협의' 철거
학생·교사 "안전한 등하교 가능"

4개월여간 통학로를 가로막으며 대광·서진여고 학생들의 불편과 안전 문제를 야기했던 컨테이너가 철거됐다. 교육당국은 이같은 일이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해당 학교 법인 정상화를 위해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19일 오전 10시30분께 광주 남구 진월동 대광여고 정문 앞에서는 컨테이너 철거 작업이 한창이었다.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들어 올리자 운동장에서 체육 수업을 듣던 학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학생들은 손을 흔들며 "컨테이너야, 안녕"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넉 달 만에 통학로를 되찾은 학생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대광여고 3학년 김결(18)양은 "경사가 높은 지형 탓에 컨테이너가 점점 아래로 내려오고 있어 친구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컨테이너 설치로 인해 어른들의 분쟁이 눈앞에 그대로 드러났다는 점도 큰 스트레스였다"며 "이제 이런 문제들이 해결돼 안심하고 학교에 다닐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3학년 배채윤(18)양도 "컨테이너가 교문 바로 앞에 위치해 사각지대가 생겼고, 등하교할 때마다 차량이 오는지 확인하기 어려워 걱정과 두려움이 컸다"며 "이제 그동안 학교를 다니며 느꼈던 시각적인 압박감과 답답함이 해소될 것 같다"고 웃음 지었다.
철거 현장을 지켜보던 학교 관계자들도 밝은 표정이었다. 혹여 사고라도 날까 가슴 졸이며 매일 등하교 시간에 직접 교통지도를 하던 교장과 교직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박철영 대광여고 교장은 "컨테이너가 교문 앞에 놓여 있으니 학생들과 교직원 모두 얼마나 답답했는지 모른다"며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오늘 아이들이 환호하는 모습을 보며 그동안의 힘든 시간이 보상받은 기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앞서 해당 컨테이너는 지난해 11월 통학로 부지를 소유한 민간 개발업체가 소유권을 행사하기 위해 설치했다. 컨테이너가 통학로 일부 구간을 차지하면서 통행 불편이 발생했고, 학생들의 안전 문제까지 대두됐다. 그러나 대광·서진여고의 학교법인 홍복학원과 토지 실소유주 간 갈등이 지속되면서 해결이 지연됐다.
이에 따라 최근 광주시교육청은 홍복학원 임시이사회, 토지 실소유주와의 협의를 주도하며 중재에 나섰다. 지난 12일에는 이정선 시교육감 주재로 긴급대책회의가 열렸고, 18일에는 시교육청과 홍복학원 임시이사회, 토지 실소유주가 만나 철거를 의논했다. 특히 홍복학원 임시이사회가 4월 중 정상화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법인 정상화에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하면서 토지 실소유주도 컨테이너 철거를 받아들였다.
광주시교육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홍복학원의 법인 정상화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홍복학원 임시이사회는 법무 대리인을 선임해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학교법인 내 정상화 전담 인력을 배정할 방침이다.
이정선 시교육감은 "학생들의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학교법인과 협력해 안정적인 운영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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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 바꿔주세요" 해킹 공포에 광주 SKT 대리점 북새통 28일 오전 광주 북구 오치동 SK텔레콤 대리점 앞에서 시민들이 해킹 피해 우려에 따른 무상 유심 교체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혹시 제 개인정보도 새어나간 건 아닐까요."SK텔레콤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유심(USIM) 무상 교체가 시작된 28일 오전 광주 북구의 한 SK텔레콤 대리점 앞. 번호표를 쥔 시민들이 긴 줄을 이루고 서 있었다. 일부는 스마트폰을 연신 들여다보며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고, 몇몇은 이따금 한숨을 쉬며 주변 사람들과 조심스레 대화를 나눴다.이날 광주 지역 대리점들은 오픈 시간 전부터 긴 줄이 들어서는 등 혼잡을 빚었다. 주말 사이 퍼진 해킹 피해 우려에 시민들은 이른 시각부터 몰려들었고, 대리점 직원들은 서둘러 번호표를 나눠주며 현장을 정리했다.이곳 역시 확보된 유심 수량에 맞춰 1번부터 100번까지 적힌 유심 변경 신청서를 대기 고객들에게 배부했다.그러나 시민들은 번호표를 손에 쥐고도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대기 줄 곳곳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이어졌다.28일 오전 광주 북구 오치동 한 SK텔레콤 대리점 앞에서 시민들이 해킹 피해 우려에 따른 무상 유심 교체를 위해 대기하는 가운데, 한 시민이 대기번호가 적힌 유심 변경 신청서를 보여주고 있다. 강주비 기자40대 오모씨는 "30분 넘게 기다렸는데 앞으로도 1시간 이상 더 걸린다고 들었다"며 "요즘 휴대폰으로 인터넷뱅킹부터 공인인증까지 다 하는데, 혹시나 내 정보가 유출됐을까 봐 겁이 난다"고 토로했다.또 다른 40대 정모씨는 "언니가 뉴스를 보고 전화를 해줘서 급히 나왔다"며 "SK텔레콤에서는 별다른 문자나 전화 공지도 없이 조용했다. 이렇게 대형 통신사가 보안 관리를 소홀히 한 걸 보고 신뢰가 무너졌다. 온 가족이 SK를 쓰고 있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통신사 변경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대기 줄은 정오가 가까워진 시간까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일부 시민들은 그늘에 주저앉아 번호를 기다렸고, 햇볕을 피해 근처 커피숍으로 이동해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도 곳곳에서 목격됐다.대리점 관계자는 "교체 서비스는 당분간 계속 진행될 예정이지만, 유심 추가 입고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현재 전 직원이 유심 교체 작업에 투입됐다. 갑자기 발생한 사고로 직원들도 당황스러운 상태"라고 설명했다.다른 대리점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남대 앞 한 대리점 입구에는 일찌감치 '유심 재고 소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었고, 이를 본 시민들은 실망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상황이 반복됐다.28일 오전 광주 북구 오치동 한 SK텔레콤 대리점이 해킹 피해 우려에 따른 무상 유심 교체를 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강주비 기자60대 오모씨는 "상황이 이렇게 심각할 줄 몰랐다"며 "우리처럼 정보가 느린 사람들은 늦을 수밖에 없다. 그 사이에 보이스피싱이나 금융사기라도 당하면 어떻게 책임질 거냐"고 답답함을 호소했다.현장에서는 정부 차원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시민들은 "이런 대형 사고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 "뉴스를 접하지 못한 고령층도 많은데 정부가 적극적으로 사태를 알리고 대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혼란은 대리점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이어졌다.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앱 접속이 안 된다", "예약을 해도 소용없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일부 이용자들은 "앱 오류로 인해 직접 대리점을 방문할 수밖에 없다"며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앞서 SK텔레콤은 지난 19일 해킹 공격으로 이용자의 유심 관련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다고 밝혔다. 현재 유심 무상 교체, 요금 감면 등 후속 조치를 진행 중이며 정확한 피해 규모와 사고 경위는 관계기관과 함께 조사하고 있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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