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만에 되찾은 통학로···"컨테이너 없어지니 숨통 트여요"

입력 2025.03.19. 18:12 강주비 기자
토지 소유자-학교 법인 갈등
대광·서진고 통학로 컨테이너 '길막'
4개월만에 '극적 협의' 철거
학생·교사 "안전한 등하교 가능"
19일 오전 10시30분께 광주 남구 진월동 대광여고 정문 앞에서는 컨테이너 철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 제공

4개월여간 통학로를 가로막으며 대광·서진여고 학생들의 불편과 안전 문제를 야기했던 컨테이너가 철거됐다. 교육당국은 이같은 일이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해당 학교 법인 정상화를 위해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19일 오전 10시30분께 광주 남구 진월동 대광여고 정문 앞에서는 컨테이너 철거 작업이 한창이었다.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들어 올리자 운동장에서 체육 수업을 듣던 학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학생들은 손을 흔들며 "컨테이너야, 안녕"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넉 달 만에 통학로를 되찾은 학생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대광여고 3학년 김결(18)양은 "경사가 높은 지형 탓에 컨테이너가 점점 아래로 내려오고 있어 친구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컨테이너 설치로 인해 어른들의 분쟁이 눈앞에 그대로 드러났다는 점도 큰 스트레스였다"며 "이제 이런 문제들이 해결돼 안심하고 학교에 다닐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3학년 배채윤(18)양도 "컨테이너가 교문 바로 앞에 위치해 사각지대가 생겼고, 등하교할 때마다 차량이 오는지 확인하기 어려워 걱정과 두려움이 컸다"며 "이제 그동안 학교를 다니며 느꼈던 시각적인 압박감과 답답함이 해소될 것 같다"고 웃음 지었다.

철거 현장을 지켜보던 학교 관계자들도 밝은 표정이었다. 혹여 사고라도 날까 가슴 졸이며 매일 등하교 시간에 직접 교통지도를 하던 교장과 교직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박철영 대광여고 교장은 "컨테이너가 교문 앞에 놓여 있으니 학생들과 교직원 모두 얼마나 답답했는지 모른다"며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오늘 아이들이 환호하는 모습을 보며 그동안의 힘든 시간이 보상받은 기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앞서 해당 컨테이너는 지난해 11월 통학로 부지를 소유한 민간 개발업체가 소유권을 행사하기 위해 설치했다. 컨테이너가 통학로 일부 구간을 차지하면서 통행 불편이 발생했고, 학생들의 안전 문제까지 대두됐다. 그러나 대광·서진여고의 학교법인 홍복학원과 토지 실소유주 간 갈등이 지속되면서 해결이 지연됐다.

이에 따라 최근 광주시교육청은 홍복학원 임시이사회, 토지 실소유주와의 협의를 주도하며 중재에 나섰다. 지난 12일에는 이정선 시교육감 주재로 긴급대책회의가 열렸고, 18일에는 시교육청과 홍복학원 임시이사회, 토지 실소유주가 만나 철거를 의논했다. 특히 홍복학원 임시이사회가 4월 중 정상화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법인 정상화에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하면서 토지 실소유주도 컨테이너 철거를 받아들였다.

광주시교육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홍복학원의 법인 정상화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홍복학원 임시이사회는 법무 대리인을 선임해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학교법인 내 정상화 전담 인력을 배정할 방침이다.

이정선 시교육감은 "학생들의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학교법인과 협력해 안정적인 운영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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