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확산될까 인근 농장들도 불안
미국산 소 월령 제한 개선도 '근심

“구제역은 그저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뭐라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안 그래도 어려운 데 확산될까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구제역 청정지역이라고 불리던 전남지역에서 사상 처음으로 구제역이 발생해 지역 축산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구제역의 경우 전염성이 강해 추가 확산되면 인근 축산농가들도 대규모 살처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에는 미국 축산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한국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 월령 제한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해 축산농가 농장주들의 근심은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14일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영암군 도포면 수산리의 한 소 농장 주변은 하루종일 긴장감이 감돌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흰색 방역복을 입은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관계자들은 농장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었다.
농장 입구 곳곳에는 구제역 차단방역조치로 사람·차량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은 펜스도 세워졌다.
농장 진입로 주변으로는 방역소독차가 수시로 오가며 소독약을 연신 뿜어댔다.
농장에서 사육 중인 162마리의 소 전체를 살처분하기 위해 굴착기를 비롯한 중장비도 입구에서 소독을 마친 뒤 농장 안으로 줄지어 들어갔다.
멀리서 살처분 과정을 지켜보던 농장주 김모(71)씨는 고개를 푹 떨군 채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김씨는 “구제역이라고는 정말 생각도 못했는데 답답하다. 보름 전 나주의 한 도축장으로 소를 보낸 적이 있는데 아마 그때 운송차량에서 바이러스가 옮겨온 것 같다”며 “백신접종도 정기적으로 실시했는데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원망스럽다. 하루아침에 전 재산을 모두 잃게 돼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 했다.
인근 축산농가 농장주들도 불안함을 토로했다.
구제역의 경우 직접 전파는 물론 감염지역 내 사람이나 차량, 심지어는 바람을 통해서도 전파될 정도로 전염성이 강해서다. 실제 육지에서는 60㎞, 바다의 경우 250㎞ 이상 떨어진 곳까지 전파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의 반경 500m 이내에는 소 농장 5곳에서 총 88마리를 키우고 있으며, 반경 500m~3㎞ 이내에는 농장 143곳이 있다. 이곳 143곳에서는 소 7천910마리, 돼지 총 2만965마리, 염소 394마리, 사슴 2마리를 사육하는 중이다.
인근에서 38년가량 소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68)씨는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문자를 받고 매우 황당했다.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비싸게 팔기 위해 정성을 쏟아 소를 키웠는데, 돈이 좀 되려고 하니까 구제역이 발생해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며 “혹시라도 내 소까지 예방 차원에서 모두 살처분 당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한지용 영암한우협회회장은 “구제역이 확산된다면 타격이 매우 클 것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추가 감염이 발생하지 않게 방역을 최우선으로 신경써줬으면 좋겠다”며 “피해 보상도 통상 전국 평균 시세를 기준으로 정하는데 최근 소 값이 많이 떨어져 걱정이다. 그동안 투자한 만큼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검토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강조했다.
미국 축산업계에서 한국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 월령 제한을 30개월 이상으로 올려달라고 미국 정부에 한 요구에 대해서도 정부의 현명한 판단을 호소했다.
한 회장은 “선택은 소비자들의 몫이지만 30개월 이상 소들이 국내 시장에 유통된다면 국내 축산업계에 전혀 타격이 없진 않을 것이다”며 “미국 정부가 요구하더라도 정부가 농민들이 처한 상황을 고려해 현명한 판단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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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람으로 못 버텨" 광주 특수교육실무사들 처우 개선 촉구 4월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특수교육 현장에서 장애학생의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광주 지역 특수교육실무사들이 열악한 처우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전국교육공무직본부 광주지부 특수교육실무사분과는 18일 성명을 내고 "특수교육실무사는 '보조'라는 낙인과 차별을 겪고 있다"며 "방학이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기본급조차 사라지고, 산재로부터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 수당은 지역마다 들쑥날쑥 제각각"이라고 지적했다.단체는 특수교육대상자가 매년 증가하고 통합교육이 확대되는 현실을 반영해 국가 차원의 책임과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교육부의 '2024년 특수교육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특수교육대상자는 11만5천610명에 달한다. 이 중 73.7%인 8만5천220명이 일반학교에 통합돼 있다. 특수학급 수도 1만9천582개로 증가하는 등 통합교육이 강화되고 있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할 실무 인력은 한시적 채용에 그치고 지역별 수당 격차나 방학 중 비근무 등 구조적인 차별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또 특수교육실무사들은 화장실, 운동장, 급식실 등 학교 전역에서 장애학생을 전방위로 지원하지만, 법적으로는 '교사 지시에 따른 보조 역할'로만 규정돼 실질적 역할과 제도 사이의 괴리가 크다는 비판도 나온다.단체는 "특수교육은 제도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으로 완성된다"며 "정책은 쏟아지지만, 그 정책을 실현할 인력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교육부는 늘봄학교 특수교육지원 인력을 별도로 배치하겠다고 밝혔지만, 예산은 배정되지 않았고 교육청은 손을 놓고 있다"고 꼬집었다.13년차 김태경 특수교육지도사는 "동료 한 명은 얼린 물통에 맞아 뇌진탕 치료를 받았고, 또 다른 동료는 큰 남학생을 지원하다가 깨물려 허벅지 살을 떼어 피부 이식 수술을 받았다"며 "최소한 정부 당국이라도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실질적인 지원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이어 "보람으로만 버티라 하지 마라"면서 "약한 아이들 곁일수록 더 안전하고 더 풍성해야 하며, 연대와 연결로 이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국가의 교육복지 책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단체는 특수교육 재정 및 인력 확충, 특수교육법 시행규칙 개정, 방학 중 무급·수당 격차 해소, 산재법 전면 적용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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