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도 너무 힘들어"...광주 자영업자 '비상'

입력 2025.03.11. 17:46 박승환 기자
10년간 폐업 음식점 수 매년 1천곳 이상
지난해, 코로나19 때보다도 많이 문 닫아
'경영난으로 영업 불가능, 폐업' 선택 분석
자영업자 수도 꾸준히 감소...신변 비관도
"저신용자 구제·외식업 장려 조성 절실"
광주의 한 음식점에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무등일보DB

"소비 심리가 살아날 기미가 도무지 보이지 않아 눈 앞이 캄캄합니다. 먹고살기 힘든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광주지역 자영업자들이 경기 침체를 이겨내지 못하고 가게 문을 줄줄이 닫고 있다. 고물가 장기화 영향 등으로 위축된 소비 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를 빚을 내며 간신히 버틴 자영업자들은 12·3 비상계엄 이후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한계에 임박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11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10년간 광주지역 일반음식점 폐업 수는 해마다 1천여곳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도별로는 10년 전인 2015년에는 1천326곳, 2016년 1천386곳, 2017년 1천428곳, 2018년 1천463곳으로 지속적으로 늘다가 2019년 들어 1천449곳으로 잠시 줄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1천581곳으로 다시 늘어나기 시작해 2021년 1천620곳, 2022년 1천595곳, 2023년 1천591곳으로 매년 1천600곳 상당의 음식점이 폐업신고서를 제출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10년 사이 최대치이자 코로나19 때보다도 많은 1천893곳의 음식점이 문을 닫았다. 이는 공식적으로 폐업신고를 한 음식점의 수만 집계한 것으로 개점을 하고 있으나 장사가 잘되지 않아 휴업한 '개점휴업' 상태인 음식점까지 포함하면 더욱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광주지역 자영업자 수 역시 2015년 16만명에서 지난해 15만명으로 1만명 감소했다. 올해는 1월 기준 14만3천명으로 7천명 더 줄었다.

이는 코로나19 기간 '이 시기만 버티면 잘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대출을 통해 영업을 이어온 자영업자들이 경영난으로 더는 영업을 지속할 수 없게 되자 잇따라 폐업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변을 비관하는 자영업자들도 속출하고 있다.

실제 지난 8일 광주 서구 마륵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던 50대 남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대출을 받아 음식점을 인수했지만 이듬해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경영난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해 6월에도 광주 서구 치평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던 30대 남성 B씨가 숨졌다. B씨도 경영난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동구 충장로에서 8년째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48)씨는 "장사 시작 이후 하루도 안 힘든 날이 없었지만 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으로 접어들면서 더욱 힘들어졌다"며 "다른 일을 할 수도 없고, 업종을 변경한다고 해도 잘 된다는 보장이 없어 얼마나 버틸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얼마전 음식점 폐업을 결정한 광주 서구 금호동의 최모(43)씨도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에 뛰어들었지만 결국 폐업을 하게 됐다. 더 손해보기 전에 그만해야 겠다고 생각했다"며 "주변 상인들도 힘들다는 이야기를 달고 산다. 자영업자를 위한 정부의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윤상현 한국외식업중앙회 부장은 "자영업자들이 잠재적 폐업 상태로 빚을 내며 버티다 끝내 문을 닫은 것으로 보여진다. 아직도 개점휴업 상태로 빚 내서 돌려막기하며 버티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많은 만큼 폐업 수는 더 늘어날 것이다"며 "정부와 지자체에서 대출 만기 연장이나 상환 유예 조치 등 적극적인 구제 대책을 마련하고 배달플랫폼 수수료를 줄이는 등 외식업을 장려할 수 있도록 환경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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