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조례있지만 정책은 부족…"시민 참여 중심 지원책 必"

전남 지역 인구가 줄어들메 따라 서점도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현재 전남 17개 군 중 9개 군은 서점이 단 한 곳만 남아있는 '서점 멸종 위기' 상태다. 지역 서점의 소멸은 지역 문화 기반 붕괴의 신호로 해석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온라인에 밀려 발길 끊긴 향토서점
"요즘엔 책을 사러 오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온라인 서점이 더 싸고, 배송도 빠르니까요."
지난 5일 영광군 영광읍 '한길서림'에서 만난 대표 김모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1995년 문을 연 한길서림은 30년 가까이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받아 온 서점이지만, 대형·온라인 서점의 저렴한 가격과 편리함에 밀려 찾는 이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역 서점은 2000년대 온라인 서점의 확대와 독서인구 감소 등으로 인한 경영난이 원인으로 꼽힌다.
김씨는 "전 도서 10% 할인을 해도 손님이 오질 않는다. 온라인에선 그보다 더 싸게 팔고, 대형 서점은 각종 혜택까지 주는데 동네 서점이 경쟁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책 한 권을 팔면 700원 남는 수준이다. 인터넷 서점의 발달로 손님들의 발길도 끊겨 당장 문을 닫아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이날 한길서림을 찾은 손님은 한 시간 동안 단 한 명이었다. 몇 년 전만 해도 학생들과 학부모, 지역 주민들이 오가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었지만 이제는 하루 종일 몇 명 오지 않을 때도 많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한길서림과 함께 지역을 지키던 작은 서점들은 하나둘 문을 닫았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엔 더욱 어려워졌다.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서점을 찾는 발길도 끊겼고, 이후에도 손님은 돌아오지 않았다.
김씨는 "주변 서점이 하나씩 문을 닫는 걸 보면서 '우리도 이제 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매출은 반토막인데 고정비는 줄지 않으니 빚만 쌓여 서점을 접어야 하나 고민도 했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생존을 위한 변화를 모색하기도 했다. 김 씨는 결국 서점 2층을 북카페 형태로 바꿨다. 독서 모임, 강연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사람들을 다시 불러모으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예전 같은 활기를 되찾기엔 역부족이었다.
김씨는 "북카페로 바꿨다고 해서 사람들이 당장 몰려오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학생들이 학원 가기 전 들러 2층에서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보면 힘이 난다"며 "여전히 찾아주는 손님들이 있어서, 아무리 어려워도 서점을 계속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남, '서점 멸종 예정 지역' 최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의 '2024 한국 서점 편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남의 서점 수는 81곳으로, 서울(488곳)과 경기(493곳)의 16% 수준에 불과했다. 인구 규모가 비슷한 대전(106곳), 강원(91곳), 전북(106곳)과 비교해도 현저히 적다.
이마저도 빠르게 줄어드는 추세다. 2022년 88곳이던 전남 지역 서점은 2024년 81곳으로 감소했다.
특히 전남은 전국에서 '서점 멸종 예정 지역'이 가장 많은 곳으로 나타났다. 강진·고흥·신안·영광·완도·장흥·진도·함평·화순 등 9개 군은 서점이 단 한 곳만 남아있는 상태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서점 수 감소는 인구 감소, 고령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이들 지역의 서점은 시간이 지나며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서점은 단순한 상업시설이 아니라 문화적 인프라 중 하나이므로, 지자체 차원의 활성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전남도에는 2020년 '전남도 지역서점 활성화 및 지원 조례'가 제정됐지만, 실질적인 정책은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운영 중인 정책은 도서관이나 교육청 등 공공기관이 책을 구매할 때 '지역 서점 인증제'를 활용하도록 권고하는 수준에 그친다. 전남문화재단의 문화예술진흥기금사업도 '예술인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지역 서점 관련 사업은 전무하다.

◆"서점은 문화 인프라… 지자체 지원 필요"
전문가들은 지역 서점의 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시민 참여를 중심으로 한 지자체 차원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강경호 문학평론가는 "정책적 지원이 없다면 골목 책방들은 대형 서점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예술인 육성보다는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행사를 통해 서점에 대한 친밀도를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개인 업자가 행사를 주최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작가와의 만남, 헌책 사기 운동 등 지자체의 연계·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인자 '소년의 서' 대표는 "광주 동구의 경우 '올해의 책' 선정 사업을 통해 학생과 직장인에게 1년에 한 권씩 책을 제공하고, 동네 서점에서 직접 도서를 대출할 수 있는 '동네서점 바로대출' 정책 등을 운영하고 있다"며 "예산과 규모에 얽매이기보다는 지역의 인문 생태계를 구축하고 활성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협력 사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영상=손민아기자 minah868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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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시민이다"···광주 거리에 울린 '차별 철폐' 외침 18일 오후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광주420공동투쟁단은 광주 서구 광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권리 보장과 차별 철폐 등을 촉구했다. 강주비 기자 장애인의 날의 맞아 광주 지역 장애인들이 '차별 철폐'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장애인의 날을 이틀 앞둔 18일 오전 10시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광주420공동투쟁단은 광주 서구 광주종합버스터미널(유스퀘어) 광장에서 장애인의 기본권 보장과 차별 해소를 촉구하는 '광주420대회'를 개최했다.이날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15년 역사가 서린 유스퀘어 광장은 장애인 당사자들과 시민단체 관계자 등 400여명으로 가득 찼다.단체는 최근 광주 지역 장애인들이 고속버스에 휠체어 탑승설비(리프트) 설치를 의무화해달라며 금호고속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변화는 없다고 지적했다.단체는 "우리는 장애인 리프트가 장착된 고속버스 도입을 위해 7년2개월에 걸쳐 법정 투쟁을 벌였고, 결국 일부 승소 판결을 이끌어냈다"며 "이제 금호고속은 고속버스에 리프트를 설치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이어 "그러나 금호고속은 '재정적 부담'과 '안전성'을 이유로 여전히 실행을 미루고 있다"며 "금호고속이 재정적 부담을 홀로 감당할 필요는 없다. 과거 시내버스가 저상버스로 전환될 때처럼 정부의 지원 제도를 활용하면 충분하다"고 비판했다.또한 "장애인 리프트가 장착된 특수학교 통학 차량이나 장애인복지관 차량은 수년째 안전하게 운행되고 있다"며 "안전성을 이유로 도입을 미루는 건 설득력이 없다"고 덧붙였다.단체는 기자회견이 끝난 뒤 가두행진에 나섰다. 행진은 유스퀘어 광장에서 출발해 무진로와 계수교차로를 지나 광주시청까지 약 3㎞ 코스로 2시간가량 진행됐다.단체는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홀로 그리고 더불어 살게 하라', '장애인의 보편적인 이동권과 접근권을 보장하라', '15가지 장애유형별 정책과 장애여성 정책을 설계하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사회적 관심과 연대를 호소했다.광주시청에 도착한 이들은 두 번째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의 낮은 저상버스 보급률, 통합학교 입학 거부 사례, 부족한 활동지원서비스, 접근이 어려운 문화·체육시설 등 장애인들이 겪고 있는 일상 속 차별과 배제를 지적했다.단체는 "광주는 인권과 정의의 도시를 자처하지만, 장애인은 여전히 '먼저'가 아닌 '나중'으로 밀려 있다"며 "시는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지원사업 공약을 온전히 이행하고, 광주시 전역의 장애인 이동권 실태를 전수조사해 실효성 있는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단체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권 보장, 자립생활지원, 장애유형별 권리보장 등 9가지 내용을 담은 정책요구안을 시 관계자에게 전달했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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