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인들 오가는 광주 관문인데···광주송정역 앞 '1003번지' 슬럼화 심각

입력 2025.03.04. 16:17 차솔빈 기자
30년 째 방치…쓰레기·가전제품 무단투기에 악취
건물 낡고 유리 깨지고 천장 내려앉아…미관 헤쳐
區 “사유재산이라…사고예방 위해 간판 철거 지원”
25일 방문한 광주 광산구 송정역 앞 폐유흥업소거리. 10여개의 폐 유흥업소가 줄지어 방치돼 있다.
1996년 폐업한 모 유흥업소, 내부를 볼 수 없게 검게 칠해진 유리창이 깨진 채 수 년째 방치돼 있다.
1996년 폐업한 또다른 유흥업소, 오랜 기간 방치돼 천장이 무너진 상태로, 무거운 짐들이 내부에 있어 타 건물에 미칠 영향을 무시할 수 없었다.

광주송정역 인근에 폐 유흥업소가 장기간 유령 건물로 방치되면서 도시 미관을 해치고 청소년 탈선 등 우범지대로 전락하고 있어 개선이 요구된다.

특히 외지인들의 방문 잦은 광주 송정역 바로 맞은편 골목인데다,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점까지 있어 심각한 지역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인근의 송정 시장을 찾는 지역민들도 이 곳을 우회하며 오갈 정도지만, 광산구는 '사유재산이라 건드릴 수 없다'며 방치하고 있어 도시 흉물로 고착된지 오래다.

4일 방문한 광주 광산구 송정로2번길. 일명 '1003번지'라 불리는 이 골목은 바로 맞은 편은 광주송정역이라 오가는 사람이 많아 활기찬 분위기지만, 골목으로 들어서자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만 감돌았다.

과거 접객원들의 숙소로 쓰이던 창고는 누구나 드나들 수 있게 방치된 상태로, 오래된 쓰레기와 전자제품 더미로 가득했다.
간판의 네온 장식이 언제든 떨어질 수 있다는 듯 힘겹게 매달려 있었다.
또다른 유흥업소의 네온사인 간판, 양주를 표시하는 네온장식이 떨어져 나가 기울어진 채 매달려 있었다.

이 '1003번지'에 줄지어 영업하던 10여 개의 유흥업소는 30여 년 전부터 문을 닫기 시작했다. 지금은 지나다니기 기피한 탓인지 사람도 별로 없어 더욱 고요한 분위기를 냈다. 잠긴 문 손잡이에 끼워진 수많은 고지서들만 봐도 오랫동안 문을 닫았는지를 가늠케 했다.

1996년 가장 먼저 폐업한 A유흥업소는 간판에 여성 신체가 적나라하게 표현돼 있었고, 유리 틈새로 보이는 내부는 천장이 무너져 내려앉았다. 작은 충격에도 건물 전체가 붕괴될 것처럼 위태로웠다.

바로 옆 B유흥업소도 1996년 폐업한 후 지금까지 방치된 상태다. 내부를 가린 검은 유리마저 깨진 상태로 오랜 시간 방치돼 있었다.

유흥업소 맞은편 기존 업주와 접객원들이 숙소로 사용하던 빈 창고는 입구가 열려 있어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드나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곳 내부에는 누군가 몰래 버린 가구와 전자제품 더미가 1m 높이까지 쌓여 있었고, 여러 쓰레기도 즐비했다.

이 골목의 오래된 간판도 문제점 중 하나다.

옆 업소 간판과 맞닿게 설치한 네온사인은 철거되지 않은 채 긴 세월동안 방치된 채 매달려 있었다. 언제든지 떨어질 듯 대롱대롱 매달려 있어 보행자를 덮칠 것 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이곳은 1970년대부터 유흥업소가 늘어나기 시작햇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폐업 신고가 이어졌고, 지난 2005년 11월 유흥업소 숙소 화재로 인해 완전한 쇠락의 길을 걸었다.

올해로 폐업 24년을 맞이한 한 폐유흥업소, 문에 끼워진 고지서 뭉치가 세월을 가늠케 했다.
이곳 유흥업소 거리는 현재까지도 청소년 통행금지구역으로 지정된 상태다.
모 폐유흥업소 옆 숙소로 향하는 길. 얇은 나무판자로 막힌 채 쓰레기더미 속에 방치돼 있었다.

송정역 바로 맞은편에 있고,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송정역시장과도 맞붙어 있는 상황이라 관광객의 통행이 잦지만, 여러 가게가 한 주소에 영업·폐업 신고를 하거나, 폐업신고도 하지 않은 채 자취를 감춘 곳도 있어 문 닫은 업소들의 관리조차도 어려운 실정이다.

인근 주민 염모(59)씨는 "안에 쓰레기가 가득 찬 채로 이렇게 방치돼 있어 심한 냄새가 풍긴다"며 "바로 옆이 송정역시장인데, 관광객들이 여기 꼴을 보면 어떻게 생각하겠냐"고 말했다.

광산구 관계자는 "해당 유흥업소 거리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어, 우선 가장 큰 문제인 노후 간판 철거를 지원하고 있다"며 "3월까지 신청을 받고 있는데, 현재까지 일부 업주들이 신청을 넣어 조만간 간판 철거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업장 내부와 인근 방치된 창고 등도 정비할 수 있으면 좋겠으나 사유재산을 함부로 건드릴 수 없어 강제조치는 힘들고, 경찰과 협력해 순찰을 강화하고 환경개선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솔빈기자 ehdltjstod@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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