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배달 인프라도 태부족
주민 건강 직결…대책 시급

#영광 연성리에 사는 A(72)씨는 3년 전만 해도 집 근처에서 신선한 채소와 생필품을 손쉽게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유일한 동네 슈퍼가 문을 닫으면서, 이제는 식료품을 구하기 위해 한 시간 이상 버스를 타야 하는 상황이다. 그는 "이전에는 집 앞에서 장을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주말마다 먼 읍내까지 나가야 한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전남 지역의 '식품 사막화' 현상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농촌 지역 주민들이 신선한 식재료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면서 불편함뿐만 아니라 건강 문제도 우려되는 실정이다.
19일 통계청의 '2020년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전남도 내 6천785개 행정리 가운데 83.3%인 5천654개가 편의점, 슈퍼마켓 등 식료품점이 없는 '식품 사막'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52개 지역은 식재료를 구하기 위해 읍·면을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했으며, 60분 이상 이동해야 하는 행정리도 18곳에 달했다.
식품 사막이란 신선한 식품을 판매하는 소매상점에 접근이 어려운 지역을 뜻한다. 주로 빈곤층, 노인 등 사회적 약자의 비율이 높은 지역이나 대중교통 접근성이 낮은 농어촌에서 심각하게 나타난다. 단순한 불편을 넘어 주민들의 건강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전남의 식품 사막화 현상은 타 지역과 비교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나라살림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식품 사막이 심각한 전국 시·군 지방자치단체 1~10위 중 2위가 '전남 영광', 4위가 '전남 순천'으로 나타났다.
영광은 행정리 292개 중 92.1%(269개)에 소매상점이 없었고, 순천의 경우 405개 행정리 가운데 91.6%(371개)가 식품 사막 지역으로 분류됐다.
대안 역할을 하던 전통시장마저 감소하는 추세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3년 115개였던 전남 지역 전통시장은 2022년 95개로 줄었다. 10여 년 사이 20개의 전통시장이 사라진 것이다.
전통시장이 줄어들면서 주민들은 신선한 농산물과 생활 필수품을 구하기 위해 멀리 떨어진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을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2020년 기준 전남 도내 257개(3.7%) 마을에는 시내버스 정류장이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쉽지 않다. 일부 대형마트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도 농촌 지역에서는 배송이 제한적이거나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일부 지자체에서는 식품 사막화 해결을 위한 대체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다. 영광 사회적협동조합 동락점빵의 '이동형 마트 트럭'이 대표적 사례다. 동락점빵은 1.5t 트럭에 각종 식료품과 생필품을 싣고 매주 2회 묘량면 내 42개 마을을 순회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여전히 소규모에 그치고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은 미비한 실정이다.
최승우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2020년 농림어업총조사에서도 식품 사막화가 상당히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현재는 더 심각해졌을 가능성이 높다"며 "식품 사막화는 인구 감소를 가속화해 지역 소멸을 촉진하고, 주민들의 삶의 만족도와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심을 갖고 관련 통계를 면밀히 점검하며,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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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산업재해·노동착취···전남 이주노동자 안전 '경고등'
4일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공익변호사와함께하는동행·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오전 고흥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흥 지역 어업 계절노동자(E-8) 인권 침해 실태를 폭로했다.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제공
전남 산업현장을 떠받치고 있는 이주노동자를 둘러싼 사망 사고와 노동 착취 의혹이 잇따르면서 산업 안전과 노동 인권 문제에 경고등이 동시에 켜졌다. 지역 시민사회는 최근 사건들이 개별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위험한 작업 구조와 제도적 허점이 맞물린 결과라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4일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등에 따르면, 최근 영암 대불국가산업단지에서는 불과 며칠 사이 이주노동자 두 명이 잇따라 숨졌다.지난달 28일 영암 대불산단 대한조선 제1공장에서 캄보디아 국적 30대 노동자가 작업 중 선박 블록에 깔려 숨졌다.앞서 같은 달 24일에도 산단 내 선박부품 제조업체에서 베트남 국적 노동자가 금속 절단 작업 중 아르곤 가스에 노출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노동단체는 올해 들어 전남에서 발생한 이주노동자 사망 사고가 이미 6건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제조업 중심 산업 구조 속에서 위험한 작업이 하청 구조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이런 가운데 고흥에서는 계절노동자를 둘러싼 노동 착취 의혹이 제기됐다.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고흥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업 계절노동자 인권 침해 실태를 폭로했다.단체에 따르면 필리핀 국적 여성 A(28)씨는 지난해 11월 계절노동 비자로 입국해 고흥의 한 굴 양식장에서 일했지만 근로계약서와 다른 방식으로 임금을 지급받았다.계약서상 월급은 209만원이었지만 실제로는 굴 1㎏당 3천원을 받는 수당제가 적용됐고 하루 12시간 이상 노동에도 첫 달 급여로 23만5천671원만 지급됐다는 것이다.또 계약서에 없는 유자 농장 노동에 동원되고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면 필리핀으로 돌려보내겠다”는 협박을 받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주거 환경 역시 열악했다. 여성 노동자 15명이 방 3개짜리 주택에서 생활했고 숙박비 명목으로 1인당 31만원씩 총 450만원이 급여에서 공제됐다. 숙소 내부에는 CCTV가 설치되고 외출이 제한되는 등 사실상 감금에 가까운 생활이 이어졌다고 단체는 주장했다.또 직업안정법상 권한이 없는 불법 브로커들이 노동자 이동을 통제하고 노동량을 관리하는 등 노동 착취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이주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환경은 조사에서도 확인된다.지난 3일 오후 7시 전남도청 앞에서 ‘전남 대불산단 중대재해 이주노동자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제공전남노동권익센터의 ‘2024년 전남 이주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160여명 가운데 23.4%가 임금체불을 겪었고, 부당대우를 경험했다는 응답도 38.1%에 달했다. 하루 8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노동자도 전체의 80%에 달했다.제도적 한계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강원 양구군 농장에서 일한 뒤 임금 2억여 원을 받지 못한 필리핀 계절노동자들이 법적 대응을 위해 재입국을 요청했지만 거부된 사례가 확인됐다. 현행 제도상 인신매매 피해 인정은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에게만 가능해 해외 체류 노동자는 구제 절차 자체가 막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시민사회는 이주노동자 문제를 단순한 외국인 노동 정책이 아니라 산업 안전과 노동 인권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이소아 공익변호사와함께하는동행 변호사는 “가해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이 필요하다”며 “계절노동자 제도와 산업 현장 관리 체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노동단체는 이주노동자 인권보호 민관협력 실무협의회 활성화와 산업재해 신고·상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전담 신고센터 설치 등을 제안하고 있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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