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러 한시간 이동" 전남 식품사막화 심각

입력 2025.02.19. 18:06 강주비 기자
83.3% 동네에 식료품점 없어
교통·배달 인프라도 태부족
주민 건강 직결…대책 시급
7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뉴시스

#영광 연성리에 사는 A(72)씨는 3년 전만 해도 집 근처에서 신선한 채소와 생필품을 손쉽게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유일한 동네 슈퍼가 문을 닫으면서, 이제는 식료품을 구하기 위해 한 시간 이상 버스를 타야 하는 상황이다. 그는 "이전에는 집 앞에서 장을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주말마다 먼 읍내까지 나가야 한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전남 지역의 '식품 사막화' 현상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농촌 지역 주민들이 신선한 식재료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면서 불편함뿐만 아니라 건강 문제도 우려되는 실정이다.

19일 통계청의 '2020년 농림어업총조사'에 따르면, 전남도 내 6천785개 행정리 가운데 83.3%인 5천654개가 편의점, 슈퍼마켓 등 식료품점이 없는 '식품 사막' 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52개 지역은 식재료를 구하기 위해 읍·면을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했으며, 60분 이상 이동해야 하는 행정리도 18곳에 달했다.

식품 사막이란 신선한 식품을 판매하는 소매상점에 접근이 어려운 지역을 뜻한다. 주로 빈곤층, 노인 등 사회적 약자의 비율이 높은 지역이나 대중교통 접근성이 낮은 농어촌에서 심각하게 나타난다. 단순한 불편을 넘어 주민들의 건강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전남의 식품 사막화 현상은 타 지역과 비교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나라살림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식품 사막이 심각한 전국 시·군 지방자치단체 1~10위 중 2위가 '전남 영광', 4위가 '전남 순천'으로 나타났다.

영광은 행정리 292개 중 92.1%(269개)에 소매상점이 없었고, 순천의 경우 405개 행정리 가운데 91.6%(371개)가 식품 사막 지역으로 분류됐다.

대안 역할을 하던 전통시장마저 감소하는 추세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3년 115개였던 전남 지역 전통시장은 2022년 95개로 줄었다. 10여 년 사이 20개의 전통시장이 사라진 것이다.

전통시장이 줄어들면서 주민들은 신선한 농산물과 생활 필수품을 구하기 위해 멀리 떨어진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을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2020년 기준 전남 도내 257개(3.7%) 마을에는 시내버스 정류장이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쉽지 않다. 일부 대형마트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도 농촌 지역에서는 배송이 제한적이거나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일부 지자체에서는 식품 사막화 해결을 위한 대체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다. 영광 사회적협동조합 동락점빵의 '이동형 마트 트럭'이 대표적 사례다. 동락점빵은 1.5t 트럭에 각종 식료품과 생필품을 싣고 매주 2회 묘량면 내 42개 마을을 순회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여전히 소규모에 그치고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은 미비한 실정이다.

최승우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2020년 농림어업총조사에서도 식품 사막화가 상당히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현재는 더 심각해졌을 가능성이 높다"며 "식품 사막화는 인구 감소를 가속화해 지역 소멸을 촉진하고, 주민들의 삶의 만족도와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심을 갖고 관련 통계를 면밀히 점검하며,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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