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무너질 것처럼 곳곳 철근 드러나고 균열···공포 속에 생활하는 목포 금장 아파트 주민들

입력 2025.02.19. 16:13 강주비 기자
안전 최하위 'E등급' 판정, 균열 심각·철근 노출 등
"불안하지만 지내다보니 무뎌져 이사갈 돈 없어"
시 "정밀진단선 D등급", D등급도 위험…보수 必
18일 오전 전남 목포 석현동 금장아파트 입구에 '구조안전 위험시설물 알림'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강주비 기자

목포의 한 아파트가 정기안전진단에서 긴급 조치가 필요한 E등급 판정이 났음에도 별다른 개보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자체는 건물 붕괴 징후가 보이는 등의 시급한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수십명의 주민이 실거주하고 있는 만큼 선제적인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8일 오전 찾은 목포 석현동 금장아파트. 입구에 세워진 '구조안전 위험시설물 알림'이라는 노란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위험시설물'이라는 경고를 증명이라도 하듯 건물 외벽은 균열을 메운 흰색 보수제로 얼룩져 있었고, 페인트칠이 벗겨져 회색 콘크리트가 그대로 드러난 곳도 많았다.

18일 오전 전남 목포 석현동 금장아파트 건물 외벽 콘크리트가 떨어져 철근이 노출돼 있다. 강주비 기자

아파트 곳곳에는 깨진 화분과 쓰레기가 방치돼 있어 한낮에도 스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건물 뒤편으로 가자 철근이 드러난 채 부식된 곳이 여럿 눈에 띄었다. '붕괴 위험 주차 금지'라는 안내문이 붙은 아파트 기둥은 여기저기 깊게 금이 간 채 위태롭게 건물을 떠받치고 있었다.

주민 60대 A씨는 "여기저기 금이 가고 기울어졌지만, 돈이 없어 이사를 못 간다"며 "불안하긴 하지만 매일 지내다 보면 무뎌지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18일 오전 전남 목포 석현동 금장아파트 계단 옆 벽면에 큰 균열이 나 있다. 강주비 기자

1984년 준공된 40년이 넘은 금장아파트는 2021년 12월 정기안전점검에서 최하등급인 'E등급'을 받았다. 국토교통부의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E등급 건물은 주요 부재에 심각한 결함이 있어 즉각 사용을 금지하고 보강 또는 개축해야 한다.

그러나 E등급 판정을 받은 지 3년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별다른 조치 없이 42세대, 59명의 주민이 거주를 이어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목포시에 해당 아파트에 대한 신속한 안전 조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감사원이 지난 4일 발표한 '시설물 안전 점검·진단 제도 운영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목포시는 위험표지 설치와 주민 공지 등의 조치는 이행했지만, 사용 금지 및 주민 대피 등 실질적인 조치는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목포시는 최근 실시한 '정밀안전점검'에서는 해당 아파트가 E등급보다 한 단계 높은 D등급 판정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D등급은 즉각 퇴거가 필요하진 않지만, 긴급 보수·보강 및 사용 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정기점검은 육안으로 건물 상태를 평가하는 반면, 정밀점검은 각종 측정시험장비를 통해 구조적 안정성을 판단해 더욱 정확하다는 게 목포시의 설명이다.

18일 오전 전남 목포 석현동 금장아파트 외벽이 균열을 메운 흰색 보수제로 얼룩져 있다. 강주비 기자

목포시 관계자는 "금장아파트는 취약계층 입주민들이 많이 사는 곳으로, 관리주체가 자부담으로 시설을 개보수할 여건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안전점검업체랑 협의를 통해 위험 요소를 확인하고 개보수를 추진하려고 했었다"며 "정밀점검 결과 지난해 12월 말 'D등급'을 받았다. 콘크리트 표면이 떨어지는 등 건물이 상당히 낙후된 건 사실이지만, 건물이 붕괴하거나 즉각 퇴거가 이뤄져야 하는 시급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D등급 역시 심각한 수준이라며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송창영 광주대학교 일반대학원 방재안전학과 교수는 "출입을 제한해야 하는 E등급과는 차이가 있지만, D등급 역시 위험한 상태"라며 "안전진단 결과를 토대로 콘크리트 강도 및 철근의 부식 상태, 기울기 등을 면밀하게 살펴 보수·보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목포=박만성기자 mspark21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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