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판' 된 광주시청 야외광장...무슨 일

입력 2025.02.18. 07:59 박승환 기자
청사 개방 이후 반려견 산책 늘어
곳곳 배설물 가득...밟은 흔적도
광주시 “배변봉투 꼭 챙겨주길”
지난 17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시청 야외광장. '배변도, 산책도 품위있개!'라는 문구가 적힌 강아지 조형물 앞에 강아지 배설물(붉은색 원)이 방치돼 있다.

"걸어 다니다가 똥을 밟을 뻔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광주시청 야외광장이 강아지 배설물로 뒤덮여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시청을 찾은 시민들이 배설물을 밟는 등 피해가 이어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7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시청. 청사 앞 야외광장 곳곳은 강아지 배설물이 가득했다.

갈색 잔디밭부터 벽돌로 된 바닥까지 군데군데 배설물이 방치돼 있었다. 발에 밟힌 배설물의 흔적도 종종 눈에 띄었다.

잔디밭 한 쪽에 설치된 '배변도, 산책도 품위있개!'라는 문구가 적힌 강아지 조형물이 무색할 정도였다. 시민들도 하나 같이 배설물을 밟지 않으려고 바닥을 주시하며 걷기 일쑤였다.

지난 17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시청 야외광장에 강아지 배설물(붉은색 원)이 방치돼 있다.

시민 송현지(29·여)씨는 "배설물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어 행여나 밟을까 봐 조마조마하다"며 "잔디밭의 경우 색깔도 비슷해 배설물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이같이 시청 야외광장에 배설물이 많아진 이유는 다름 아닌 시민과 함께하는 열린 청사 조성사업.

광주시가 지난해 4월 시민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예산 총 8억6천만원(내부 3억8천만원·외부 4억8천만원)을 들여 청사를 둘러싸고 있던 1.2m 높이 담벼락을 철거하는 등 청사를 개방했는데,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을 나온 시민들이 늘며 덩달아 방치되는 배설물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 17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시청 야외광장에 강아지 배설물(붉은색 원)이 방치돼 있다.
지난 17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시청 야외광장에 강아지 배설물(붉은색 원)이 방치돼 있다.

펫티켓(pet+etiquette) 준수를 강조하기 위해 기존에 설치된 '배설물 수거해달라'는 문구가 적힌 나무 팻말을 철거하고 조형물을 새롭게 만들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광주시도 청사 관리 직원들이 매일 아침 배설물을 청소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무원 정모(46·여)씨는 "냄새가 나는 정도는 아니지만, 배설물이 너무 많아 골치가 아프다. 앞만 보고 가다가 밟은 적도 있다"며 "모두가 사용하는 공간인 만큼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을 나오면 배설물을 치워줬으면 한다"고 했다.

반려견을 키운다는 박지영(33·여) "몇몇 견주들이 배설물을 치우지 않아 산책시킬 때 괜히 눈치 보인다"며 "비엔날레 주변 공원처럼 배변봉투함을 설치하는 것도 방법인 것 같다"고 제안했다.

지난 17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시청 야외광장에 강아지 배설물(붉은색 원)이 방치돼 있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매일 아침 청소를 하는 등 관리하고 있지만 금방 다시 배설물로 더럽혀져 어려운 현실이다. 야외광장을 이용하는 다른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반려견을 산책시킬 때는 배변봉투를 꼭 잊지 않고 챙겨주길 바란다"며 "배변봉투함의 경우 주기적으로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고민해봐야 하는 부분이 있다.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 정책을 위해 지속적인 홍보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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