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에도 어르신 발길 이어져
"혼자 아닌 함께 밥 먹어 좋아"
"폭설에 방문객 줄어…날 풀리길"

"눈이 와도 꼭 와야죠. 여기 와야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으니까요."
눈발이 거세게 흩날리던 6일 정오께 광주 광산구 우산동에 위치한 나눔식당 '함께라면' 앞. 두꺼운 외투를 껴입은 어르신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매서운 바람에 몸을 움츠리면서도, 식당 문을 여는 순간 퍼지는 따뜻한 밥 냄새에 얼굴엔 자연스레 미소가 번졌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함께라면'은 8년째 횟집을 운영 중인 사장 조정선(58)씨가 식당 건물 한켠에 조성한 '셀프 무료 급식소'다.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어르신, 결식아동, 외국인노동자 등 취약계층을 위해 무료로 라면과 밥, 반찬을 제공하고 있다. 토요일에는 동태탕, 뼈다귀 해장국 등 특식도 마련된다.

조씨는 "지난해 식당에 불이 났을 때 주민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평소에 동네 어르신과 한겨울 일거리가 없는 외국인노동자들이 밥을 잘 챙겨먹지 못한다는 소식을 듣고, 주민들의 도움에 보답하고자 '함께라면'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원래는 횟집 옆 15평 남짓한 별도 공간에서 급식소를 운영했지만, 최근 폭설과 한파로 수도가 얼어붙자 조씨가 급히 장사하는 공간 일부를 내어 어르신들을 맞고 있다.
이날 이곳을 찾은 어르신들은 한 그릇의 라면과 밥, 정성껏 준비된 반찬이 추운 겨울 큰 위로가 된다고 했다. 우산동에 사는 노철환(80)씨는 "노인당은 일주일에 사흘만 밥을 줘서 나머지 날에는 혼자서 밥 해결하기가 힘들었는데, '함께라면'이 문을 연 뒤부터는 사람들과 함께 이곳에 와 밥을 먹는다"며 "사장님과 봉사자 분들이 항상 따뜻하게 맞아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식당에서 만난 김영국(79)씨는 "친구가 무료 급식소가 있다는 소식을 알려줘 자주 오게 됐다"며 "집에 혼자 있는 것보다 여기에 와서 동네 사람들과 얼굴을 보고 이야기 나누는 게 좋다. 라면도 이곳에서 먹는 게 제일 맛있다"고 웃었다.

어르신들이 식당에 들어설 때마다 봉사자들의 손길은 더욱 바빠졌다. 라면을 끓이는 냄비에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임시로 마련한 배식대에는 단무지와 무말랭이 등 정성이 담긴 밑반찬도 준비됐다. 창밖에는 눈이 쉴 새 없이 내렸지만, 이곳만큼은 따뜻한 온기가 감돌았다.
얼어붙은 손을 비비던 어르신들은 봉사자가 가져다 준 라면 국물을 한 숟갈 떠넣고는 "아, 따뜻하다" 하며 연신 감탄했다. 어르신들은 라면 그릇을 앞에 두고 "어제까지 많은 눈이 내려 길이 미끄러워 올까 말까 고민했는데, 와보니까 오길 잘 왔네.", "혼자 집에서 밥 먹는 것보다 여기서 같이 먹는게 백 배는 좋지." 옆자리 사람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제 '함께라면'은 단순히 무료로 밥을 제공하는 곳이 아닌 서로 안부를 묻고, 함께 마음을 나누는 공간이 됐다. 봉사자 조은희(51)씨는 "집에만 갇혀 있던 어르신들이 라면을 먹으며 주위 사람들과 말 한마디라도 나누니 행복해하신다"며 "사장님께서도 어르신들이 마음껏 드실 수 있도록 음식을 아끼지 않으신다. 덕분에 후원과 봉사 요청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엔 폭설로 인해 길이 꽁꽁 얼면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줄어들고 있다. 매일 평균 30~40명의 어르신들이 방문했지만, 요즘은 그 수가 절반으로 줄었다.
조씨는 "처음엔 10명 남짓하던 이용객이 입소문을 타고 많을 땐 70명까지 왔다. 하지만 요즘은 날씨가 너무 추워서 20명 정도만 오신다"며 "혼자 사는 어르신들은 끼니를 챙기기 힘든데 걱정이 된다. 빨리 날씨가 풀려 더 많은 어르신들을 뵐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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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초콜릿 대신 기프티콘"...달라진 수능 응원
11일 오후 광주 동구의 한 프랜차이즈 문구·잡화 전문점. 한 시민이 입구에 진열된 다양한 수능 응원 상품을 보고 있다.
11일 오전 광주 북구의 한 떡집. 진열대에는 수능 합격을 기원하는 떡이 보이지 않았다.
"요즘은 수능 잘 보라고 떡보다 기프티콘을 주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떡이나 초콜릿 대신 모바일 키프티콘을 건네는 풍경이 늘고 있다.수험생들의 그동안 노력이 결실을 거두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지만 시대 흐름에 따라 응원 방식은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이다.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이틀 앞둔 11일 오전 광주 북구의 한 떡집. 찹살떡을 비롯해 진열대에는 수능 합격을 기원하는 떡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합격떡'이나 '합격 기원'이라고 적힌 선물 세트도 보이지 않았다.20년째 이곳에서 떡집을 운영 중인 한 업주는 "예전에는 수능을 앞두고 학부모들이 떡을 사거나 학원에서 단체 주문이 들어오곤 했는데 요즘은 찾는 사람이 전혀 없다"며 "이젠 굳이 따로 만들 필요가 없을 정도다"고 하소연했다.비슷한 시간 찾은 인근 빵집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개인 빵집부터 프랜차이즈 매장까지 '합격 기원', '수험생 꿈을 응원합니다' 등을 문구를 내걸었지만 찾는 손님은 드물었다.11일 오전 광주 북구의 한 빵집. 수능 합격을 기원하는 문구가 매장 입구에 걸려 있었지만 찾는 손님 없이 한산했다.한 프랜차이즈 빵집 업주는 "수능이라고 해서 매출이 증가하지는 않았다. 빼빼로데이만 해도 상품을 진열해둬도 예전같이 눈길을 주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경기가 안 좋아서인지 코로나 이후 자리잡은 비대면 문화 때문인지 최근 몇년 사이에는 찹살떡이나 초콜릿 선물 세트를 준비해도 팔리지 않는다"고 토로했다.11일 오전 광주 북구의 한 프랜차이즈 빵집. 수험생 꿈을 응원한다는 문구가 매장 유리창에 붙어 있었지만 찾는 손님 없이 한산했다.반면, 동구의 한 프랜차이즈 문구·잡화 전문점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매장 입구부터 수험생들을 응원하기 위한 다양한 상품들이 눈에 띄었다.시험 당일 필요한 아날로그 시계부터 스탑워치, 네잎클로버, 행운키링, 행운필기구, 행운부적 등 수능 응원 상품이 빼곡하게 진열돼 있었다.선물을 구매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한참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누나가 올해 수능을 치른다는 중학생 정승훈(16)군은 "초콜릿도 좋지만 먹으면 사라지는 선물 대신 시험장에 들고 갈 수 있는 선물을 하고 싶었다. 누나가 키링을 좋아하기도 한다"며 "누나에게 시험장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오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걸 선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카카오톡에서 마련한 수능 응원 이모티콘. 카카오톡 캡처모바일 기프티콘을 이용해 수험생을 응원하는 것이 요즘 대세라는 목소리도 많았다.선물을 받는 사람은 필요할 때 바로 사용할 수 있고 선물을 하는 사람도 조용히 응원하는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실제 카카오톡 선물하기에는 상품권과 교환권부터 핫팩, 비타민 등 다양한 선물이 가격대별로 마련돼 있었다.카카오톡 선물하기에 마련된 수능 응원 상품들. 카카오톡 선물하기 캡처수능을 치르는 동생에게 모바일 기프티콘을 보냈다는 정소연(24·여)씨는 "지금은 무엇이 필요한 지 직접 묻는 것도 조심스러운 때다. 4년 전 수능을 치렀을 때도 기프티콘을 받았던 기억이 좋아 자연스럽게 기프티콘을 선택하게 됐다"며 "간편하게 응원하는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기프티콘은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마음이 편하다 보니 수능 선물로는 대세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글·사진=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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