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유가족 등 과거 트라우마 경험자도 포함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상담도 16일간 670건
부상자, 유가족, 현장인력, 지역주민 등 다양

12·3 비상계엄 사태와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국민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연이은 대형 사건·사고를 모든 국민이 지켜본 만큼 트라우마는 더욱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광주 국립트라우마치유센터(이하 치유센터)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달 4일부터 이달 9일까지 93명이 총 226건의 상담을 받았다고 14일 밝혔다.
치유센터는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과 피해자 등 국가폭력으로 피해를 본 국민들의 트라우마 치유를 지원하는 곳으로 과거 국가폭력을 경험했던 사람들이 이번 비상계엄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이 크다는 점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주요 상담 내용은 "비상계엄이 선포됐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비상계엄 관련 뉴스를 보면 괜히 불안하다", "생각만 하면 가슴이 쿵쾅쿵쾅 뛴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잠도 잘 안 온다" 등이었다.
이 같은 현상은 전국적으로 비슷했다.
전진숙(광주 북구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광역·기초 정신건강복지센터 비상계엄 관련 상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4일부터 20일간 상담을 받은 인원은 총 45명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1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부산 9명, 경기 7명, 대전 5명, 경북 4명, 광주 3명, 울산 3명, 강원 1명, 전북 1명, 제주 1명 등이다.
179명이 숨진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통합심리지원단에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상담을 받은 건수도 670건(대면 413건·비대면 257건)에 달했다.
통합심리지원단은 국가트라우마센터를 중심으로 권역 트라우마센터,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등 여러 관계기관으로 구성돼 운영되고 있다.
상담 현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재난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충격이나 손상을 받은 사람 또는 부상자'에 해당하는 '1차 경험자'는 총 4건(2건·2건)의 상담을 받았다.
'2차 경험자'는 크게 2가지로 분류되는데, 1차 경험자(사망)의 유가족이 477건(254건·223건), 1차 경험자(부상)의 가족이 2건(0건·2건) 도움을 청했다.
소방, 경찰, 의료, 행정 등 현장 재난대응 인력도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차 경험자'인 이들의 상담 건수는 115건(0건·115건)으로 집계됐다.

또 '4차 경험자'로 구분되는 재난이 일어난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34건(34건·0건)의 심리 지원을 요청했다. 참사가 지역에서 발생한 데다가 희생자 대부분 광주·전남 지역민이기 때문이다. 이번 참사로 인한 광주·전남지역 희생자는 총 157명(광주 85명·전남 72명)이다.
마지막으로 '5차 경험자'인 참사를 SNS로 실시간으로 접하고 충격에 빠진 일반 시민들도 38건(8건·30건)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통합심리지원단에서는 비상계엄 관련해서도 상담 핫라인을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 상담 건수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심리지원단 관계자는 "트라우마가 발생할 수 있는 사건·사고가 이어지면서 전국민적 트라우마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기존에 트라우마가 있었던 사람들의 경우 악화될 수 있으므로 더욱 조심해야 한다"며 "트라우마 치유는 초기 개입이 중요한 만큼 혼자 감내하지 말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길 바란다. 정부도 많은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심리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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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민주주의란 이런 것'... 극우 지척서 망언 쏟아냈지만 차분히 대처한 광주 15일 오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 앞 도로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즉각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의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인 '제14차 광주시민 총궐기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윤 대통령 즉각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지난 15일 금남로에서 윤석열 탄핵 찬성·반대 집회가 동시에 열린 가운데, 지척에서 쏟아지는 망언 속에서도 광주 시민들의 성숙한 민주주의 정신 실천이 빛났다.특히 광주를 모욕하고 5·18민주화운동을 부정하는 극우 세력을 옹호하는 집회가 민주화의 상징인 금남로 한쪽을 짓밟은 데 대해 광주 시민들은 "내란 동조 세력이 민주주의를 모욕한다"며 울분을 토해내면서도 충돌을 피하는 등 바람직한 집회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지난 15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1∼5가 700m 구간에서 진행된 양 측의 집회는 5·18민주화운동 기록관을 중심으로 1∼3가는 윤석열 탄핵 찬성 집회가, 3∼5가는 반대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경찰은 충돌을 피하고자 양 단체의 무대 방향을 5·18기록관쪽으로 향하게 했으며 각 무대 사이에는 버스와 승합차 10여 대를 동원해 口자 형태로 차 벽을 세웠다.이날 금남로는 "윤 대통령을 파면하라"는 말과 "탄핵 무효"라는 말이 서로 부딪혔지만, 우려했던 물리적 충돌 등 큰 불상사는 없이 마무리됐다.시민들은 45년 전 계엄군의 무자비한 군홧발을, 그리고 그들의 총칼에 무참히 쓰러진 광주 시민들의 피를 오롯이 받아냈던 땅 위에서 "윤석열"을 연호하며 옹호하는 억지 멘트를 들으며 "민주화의 발판이었던 금남로가 짓밟혔다", "내란 동조 세력들에게 능욕당한 기분"이라고 울분을 쏟아냈지만, 차분히 대응해 성숙한 민주주의를 보여줬다.일부 세이브코리아 집회 참석자들은 금남로를 빠져나가면서 조롱하듯 "광주 시민 만세"를 외치며 시민들의 감정선을 건드리며 도발했지만, 광주 시민들은 이들에게 냉소를 쏟아내면서도 의연하게 대처했다.탄핵 찬성 집회에 나란히 참석한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는 SNS를 통해 광주 시민의 모습에 고마움을 표현했다.강 시장은 16일 자신의 SNS를 통해 "5·18민주광장과 금남로를 지켜주신 시민 여러분 감사하다. 질서 있고 성숙하게 대응해 주셔서 또한 고맙다"며 "시민들이 외친 '여기가 어디라고 와' 구호가 또렷하다. 내란을 옹호하는 자들에게 우리들의 광장(5·18민주광장)이 빼앗기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고 밝혔다.김 지사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 민주의 성지, 광주에 내란 세력이 총집결해 세를 과시하려고 전세버스로 전국에서 모여들었다"며 "작금의 대한민국은 정의와 법치가 무너지고, 광주·전남 피의 희생으로 일궈낸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 불의는 정의를 이길 수 없다. 광주·전남 시·도민의 정의로운 투쟁으로 반드시 승리하자"고 말했다.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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