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녹고 밤에 얼기 반복해 빙판길
"놔두는게 최선…눈치우기 동참 필요"

"항상 눈이 내릴 때마다 차도와 달리 인도는 제설이 거의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인도도 제설 작업을 해줄 수는 없는 건가요?"
눈이 그친 지 나흘이 지났지만 보행자들은 여전히 불편을 겪고 있다. 광주 도심 인도 곳곳에 쌓인 녹지 않은 눈이 보행 안전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오전 10시께 광주 서구 치평동 운천초등학교 인근 거리. 왕복 6차로인 차도와 달리 주변 인도는 아직도 눈밭이었다.
차들은 속도를 내며 빠르게 달리고 있었으나 보행자들은 행여 미끄러질까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느리게 내딛었다. 철재 소재인 육교를 이용하는 보행자들도 하나 같이 난간을 잡고 게처럼 옆으로 움직였다. 몇몇 어르신들은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제설 작업이 된 차도 갓길로 내려가 걷기도 했다.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치평동 주민 박영균(67)씨는 "차도를 먼저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인도는 제설 작업을 거의 하지 않아 매우 위험하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은 광주지역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도로 제설은 광주시가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꾸려 염화칼슘을 뿌리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서 눈이 쌓이는 일이 흔치 않지만 인도나 골목길은 사람이 직접 눈을 치워야 하다 보니 한계가 있는 것이다.
현행 광주 5개 자치구 건축물관리자의 제설·제빙 책임에 관한 조례를 살펴보면 건축물의 소유자는 '눈이 그친 때로부터 주간은 4시간 이내, 야간은 다음날 오전 11시까지(단, 1일 내린 눈의 양이 10㎝ 이상인 경우에는 눈이 그친 때로부터 24시간 이내) 인도와 이면도로의 제설·제빙을 마쳐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인도와 골목길에 쌓인 녹지 않은 눈을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특히 눈이 그치고 한낮 기온이 영상권을 웃돌아도 아파트를 비롯한 높은 건물 등이 있는 곳은 햇빛이 잘 들지 않기 때문에 눈이 녹지 않아 상당히 미끄러운 곳이 많았다.
보행자들은 넘어지지 않기 위해 종종걸음으로 걷기 일쑤였다.
신안동 주민 김영선(62·여)씨는 "눈만 내리고 나면 인도는 빙판 수준이다. 녹지 않은 눈 때문에 미끄러질 뻔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주민 안전을 위해 광주시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신종일(68)씨는 "제설 작업을 할 때 교통사고 위험이 큰 차도에 집중하되 인도나 골목길도 사람들이 다닐 정도로만 제설 작업을 해줬으면 한다"며 "가을에 낙엽을 치우는 송풍기를 제설 작업에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고 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대형 제설 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차도와 달리 사람이 직접 눈을 치워야 하는 인도는 한계가 있다. 현재로서는 자연적으로 녹이는 방법이 최선이다"며 "앞으로는 눈이 오면 인도와 골목길도 신경 써서 제설 작업을 진행하겠다. 주민과 상인분들도 내 집, 내 점포 앞 눈 치우기에 많은 동참 바란다"고 말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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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호 실종자 가족들, 여수·해경엔 감사···부산시엔 질타 제22서경호 실종 선원 가족들이 지난 11일 오후 여수 삼산면 하백도 동쪽 20해리 해상 사고해역을 찾아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뉴시스 제22서경호 침몰 사고 발생 열흘째인 18일 실종자 가족이 여수시에 감사편지를 전한 반면, 부산시에는 적극적인 지원 정책마련을 요구했다.실종자 3가족은 최선 여수수협 가족 대기실에서 지원 근무 중인 한 공무원을 통해 물품 및 의료 지원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편지에는 "2월 9일 정신없이 여수로 달려와 대기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위로와 필요한 부분을 살펴주고, 아픈 가족들을 위해 필요한 약품을 지원해 준 여수시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쓰였다.이어 "처음엔 이런 배려에 반감을 느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누군가가 나를 알아봐 주고 있다는 마음이 스며들었다. 결국 그 관심과 배려가 저희에게 버팀목이 돼줬다"며 "부산에서 온 저희는 타지에서 그리움과 걱정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계속 살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이들은 여수해양경찰서에도 감사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전달했다.편지에는 "밤낮없이 실종자 수색을 위해 헌신해주시는 여수해경 여러분께 감사하다"며 "강한 찬바람 속에서도 넓은 바다를 누비며 구조를 위해 최선을 다해 주시는 모습에 깊은 감동과 감사함을 느낀다"고 적었다.이어 "사고 소식을 접혔을 때 경황이 없어 진행 상황에 대해 불안과 걱정이 컸고 때로는 불만도 표출했다"며 "하지만 그 누구보다 실종자 가족들의 요청을 경청해주고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수색과 구조에 최선을 다해주셔서 아픔이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앞서 여수시는 사고 발생 직후 피해자와 가족을 위해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 청정 수협위판장에 가족 대기실을 마련했고 전담 공무원을 1대1로 배치해 응급구호세트(생필품)와 장례 등 경제적 지원과 심리상담, 약품 등 의료지원을 돕고 있다. 해경은 사고 발생 이후 열흘간 밤샘 수중과 해상, 항공 등에서 집중 수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이들 가족들은 이날 부산시의 적극적인 지원도 호소했다.실종자 가족들은 호소문을 통해 "실종자는 한국인 3명(부산시민)과 외국인 2명이다. 이 중 부산시민 3명과 그 가족들 또한 대부분 부산시민이며, 사고 선박과 회사 또한 부산 소재이지만 부산은 수색 및 지원에 개입하지 않고 있으며, 관련 예산 투입 또한 전무하다"며" 사고 발생 지역이 부산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수십 년간 부산에서 살아온시민들을 외면하고 있다. 반면 전남도는 실종자 수색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전남도청 예비비 10억 원을 선제적으로 투입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제22서경호 침몰 사고 실종자 3가족은 가족대기실에서 지원 근무 중인 한 공무원을 통해 물품 및 의료 지원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또 "사고 선박과 선원 모두 부산 소재 선박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선박회사는 재정적 어려움을 이유로 실종자 수색에 필요한 비용 지원을 꺼려하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이 절박한 상황에서 사기업이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지자체의 기본적인 책무다. 부산시는 더 이상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말고, 실종자 수색과 관련한 지원을 강화해 달라"고 요청했다.이들은 부산시에 수색 및 구조 지원 확대를 비롯해 실종자 가족 지원, 부산시의 공식 입장 발표 및 대응 강화, 공식 면담 요청 등도 요구했다.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 선적이지만 여수 해상에서 사고가 났기에 여수해경이 수색 작업에 투입되고 있고, 이러한 지원 역시 사고 발생지에서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시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원을 하기 위해 시 관계자가 여수 현장에 파견 가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한편 지난 9일 오전 1시41분께 여수시 거문도 동쪽 20해리 해상에서 139t급 저인망 어선인 제22서경호(승선원 14명)가 침몰했다. 14명 중 한국인 선장·선원 등 5명이 숨졌다. 5명은 실종됐다.현재 해경·해군·해수부·전남도·여수시·민간 어선 등이 공조해 사고해역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수색작업을 펼치고 있다. 전남도는 심해잠수사를 투입해 해저에 가라앉은 선체 내부를 수색할 계획이다.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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