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범죄자 기념 시설 용납 안돼…관련 법률 제정 필요"

5·18민주화운동 광주 학살의 주범인 전두환씨의 잔재가 전국 곳곳에 여전히 남아 있다.
12일 5·18기념재단에 따르면 전씨가 태어난 경남 합천부터 서울, 경기, 장성 등 전국 곳곳에 전씨를 기념하는 시설이 있다.
우선 합천에는 전씨가 유년기를 보낸 생가가 있다. 12·12군사반란으로 정권을 잡은 전씨는 1983년 자신의 생가를 옛 모습 그대로 복원했다.
생가 앞 안내판에는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12·12가 빚어졌다', '취임 때 한 단임 실천 약속에 따라 40년 헌정사에 임기를 마치고 스스로 물러난 최초의 대통령이다' 등 전씨의 과오를 미화·포장하는 문구가 적혀 있다. 합천군은 해마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세금을 들여 전씨 생가의 초가집 지붕과 정원을 관리하는 중이다.
전씨의 아호 '일해(日海)'를 딴 공원도 있다. 2004년 조성됐을 때만 하더라도 '새천년 생명의 숲'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었으나, 2007년 합천군이 일해공원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공원에 세워진 표지석에는 '이 공원은 대한민국 제12대 전두환 대통령이 출생하신 자랑스러운 고장임을 후세에 영원히 기념하고자 대통령의 아호를 따서 일해공원으로 명명한다'라는 문구가 전씨의 친필로 새겨져 있다.
아울러 합천군청 청사 외부에는 전씨의 기념식수가 심어져 있기도 하다.
또 서울 국립중앙도서관과 중소기업중앙회에는 각각 '국민 독서교육의 전당'과 '중소기업은 나라의 주춧돌'이라고 전씨의 친필을 새긴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경기도 과천 국사편찬위원회에도 전씨의 기념식수가 있다.

지역에서는 장성군 상무대 무각사에 있는 전씨의 범종이 대표적이다.
이 범종은 전씨가 1981년 기증한 것으로 '상무대 호국의 종', '대통령 전두환 각하' 등의 문구가 쓰여져 있다.
재단은 이밖에도 전국 군부대 등에 전씨의 잔재가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차종수 재단 기록진실부장은 "범죄를 저지른 자는 엄중히 처벌해 역사의 반복을 막아야 한다. 굴곡진 역사를 곧게 펴지 않으면 생각지도 못한 사이 퇴행의 싹을 틔우게 된다"며 "국민의 세금으로 범죄자를 기념하는 시설을 관리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사법부로부터 유죄선고를 받은 자에 대해서는 기념물을 조성할 수 없도록 하는 법률 제정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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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공항 장기 폐쇄···광주·전남 여행업계, "지금 제일 힘들다"
6일 광주시의회에서 광주광역시관광협회가 '광주공항 국제선 임시취항 촉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 10개월은 곧 재개항된다는 희망 하나만 보고 살았어요. 조금만 버티면 무안공항이 열리겠지 싶어서 힘들어도 버텼는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답답하네요."광주에서 28년째 여행사를 운영해온 강모 대표는 "지금이 제일 힘들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지난해 12월 29일 무안공항 참사 이후 1년 가까이, 호남 유일의 국제선 공항이 멈춰서면서 지역 여행업계는 코로나19 때보다 더 깊은 침체에 빠졌다. 재개항이 계속 미뤄지면서 지역 여행사들의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서 타지역 공항을 전전하는 '방랑자' 같은 삶을 살고 있다.강 대표는 "겨울방학이나 명절이면 성수기라 예전 같으면 상담 10건 중 8~9건은 성사됐는데, 지금은 10건 들어와도 1건 될까 말까"라며 "부산이나 인천, 청주로 우회해서 가려다 요금이 부담돼 포기하는 손님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무안공항이 멈추면서 지역 여행사 매출은 직격탄을 맞았다. 강 대표가 운영하는 여행사는 한 달 순수익이 1천만 원 이상이었지만, 참사 이후 10개월 동안 단순 계산만으로 1억 원 넘는 손실을 봤다. 매달 나가는 인건비, 사무실 임대료, 전기세를 감당하지 못해 직원 2명을 모두 떠나보냈고, 지금은 남편과 둘이 회사를 유지하고 있다.항공기를 빌려오는 랜드사의 피해는 더 크다. 랜드사들은 무안에서 출발하는 베트남·중국 노선 여행상품을 만들기 위해 189석 안팎의 전세기를 한 편당 왕복 약 1억 원에 빌려온다. 좌석이 다 차면 이익이 남지만, 비행기가 뜨지 않으면 그 금액이 그대로 손해로 돌아간다. 지역 랜드사 한 대표는 "참사 이후 취소된 편에 대한 수억 원대 대금을 항공사로부터 돌려받는 데만 8개월이 걸렸다"며 "그동안 빚을 내서 여행사들에 환불금을 지급하고 하루하루 버텼다"고 말했다.소규모 여행사들은 랜드사로부터 받은 금액을 손님에게 다시 돌려주느라 초반 몇 달간 '매출 0원'을 견뎌야 했다. 지역 소규모 여행사 대표인 홍모 씨는 "처음에는 '재개항 된다 만다' 말이 많았어도 '조금만 더 버티면 나아지겠지' 하며 버텼다"며 "코로나 때 받은 대출도 아직 못 갚았는데, 매출은 이전의 ⅓ 수준이라 이젠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홍 대표는 "코로나 이후 여행 수요가 살아나면서 '이제 살겠다' 싶었는데, 제주항공 참사로 모든 기대가 꺾였다"며 "아들딸이 어느 날 자기들끼리 돈을 모아 생활비를 쥐여주는데, 부모 입장에서 가슴이 찢어졌지만 거절할 수 없어 더 슬펐다. 자식들이 주는 돈으로 생활을 유지한 지 벌써 수개월째다. 다른 대표들은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다. 무안공항 폐쇄가 길어지자 아르바이트를 하며 아이 학원비와 생활비를 맞춘다고 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고 호소했다.통계만 보면 상황은 '회복'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집계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대비 2025년 1·2분기 광주·전남·무안 지역 여행업 등록 수는 소폭 늘었다.선석현 광주광역시관광협회장은 "단순한 등록 통계일 뿐이다. 코로나 때 휴업·폐업했던 곳들이 다시 등록만 해둔 경우가 많고, 여행업으로 신고만 해두고 실제로는 다른 업을 하는 곳도 많다. 여행업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면서 초기자본금(유입금) 기준이 5천만 원으로 낮아진 것도 '통계 착시'를 키웠다"며 "실질적으로 여행업을 운영 중인 업체는 적을 것이다. 실제로 무안공항 참사 이후 협회에 신규 등록하려는 업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고 설명했다.광주시한국관광협회는 6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공항 국제선 취항'을 촉구했다. 협회는 "광주 지역 연간 여행 매출 규모가 3천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무안공항 장기 폐쇄와 참사 여파로 이 가운데 2천억 원가량이 사라졌다"며 "광주·전남 여행업계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해 쓰러지기 전에, 광주공항 국제선 재개와 지역 여행사에 대한 긴급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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