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광주는 얼마나 무서웠을까"...12·3 비상계엄으로 다시 느낀 광주

입력 2024.12.11. 16:50 박승환 기자
블로그·SNS 등 5월 광주 언급 글 잇따라
광주 떠올리며 민주주의 소중함 되새겨
“불의 맞선 용기 대단”, “광주에게 빚져” 등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 이후 한 블로그에 광주에 고맙고 미안하다는 내용의 글이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시민들을 폭행하는 사진과 함께 올라와 있다. 블로그 캡처

"계엄을 겪어보니 광주가 생각났습니다. 우리는 1980년 5월의 광주에게 큰 빚을 지고 있습니다."

2024년 12월3일,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계엄군 모습은 44년 전 80년 5월, 총칼로 광주시민을 무참히 짓밟은 계엄군의 모습과 정확히 겹쳤다.

이는 '80년 5월'을 겪은 세대에게 극심한 공포와 아픔을 느끼게 했지만, 말과 글로 그때를 배운 젊은 세대에겐 광주의 외로움과 고통을 가늠하게 했다. 눈앞에서 벌어진 비상계엄은 시작도 전에 막을 내렸지만 영화나 책으로 그동안 접했던 80년 5월 이상의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온라인 상에는 21세기의 비상계엄을 막아낼 수 있었던 힘과 용기는 '80년 광주'의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고백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 속의 주인공 동호를 통해 광주의 민주화운동을 깨닫게 된 해외 누리꾼들도 다시 한번 광주의 투쟁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현대사의 비극을 통해 광주의 민주주의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굳건히 지켜내고 있음을 확인하는 한편 오월영령의 희생에 대한 감사와 민주주의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고 있다.

11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 4일부터 이날 현재까지 블로그와 SNS 등에서 '5월 광주'에 대한 글이 잇따르고 있다.

글에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총과 곤봉을 든 계엄군이 시민들을 무참히 폭행하는 사진, 계엄군의 총에 목숨을 잃은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들고 있는 조천호 군의 사진, 계엄군 앞에 무릎을 꿇고 있거나 두 손이 등 뒤로 묶인 채 일렬로 엎드려 있는 사진 등이 첨부돼 있었다.

사진 속 모습들은 80년 5월17일 전두환 신군부 세력이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한 이후 실제 벌어졌던 일이다. 계엄군의 무자비한 만행에 맞서 하나로 뭉쳐 계엄 해제를 외치며 대항하다가 시민 166명이 숨지고, 2천617명이 다쳤다.

사진과 함께 적힌 문구의 내용은 "그때의 광주는 얼마나 무섭고 외로웠을까", "불의에 맞선 용기가 정말 대단하다", "다시 한번 광주에 고맙고 미안하다", "앞으로는 그들을 외롭게 하지 않아야겠다" 등이었다.

5·18 당시 고립됐던 광주를 떠올리는 글도 있었다.

한 작성자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때 우리는 스마트폰 등으로 모든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공유했지만 5월 광주는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채 계엄군과 맞서 싸웠다"며 "오늘날 같은 상황이었다면 절대로 일어날 수 없었던 일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남겼다.

댓글에서도 "사진만 봐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너무 마음이 아프다", "광주에게 빚을 졌다", "잊지 말아야겠다" 등의 반응이 나타났다.

한 누리꾼은 "절대로 용납돼서는 안 될 일이 또 벌어졌다. 수많은 광주시민들이 희생으로 얻어낸 민주주의가 훼손됐다"며 "비상계엄으로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한 윤 대통령과 그를 감싸는 국민의힘을 5월 광주처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이번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다"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지난 주말 서울 집회에 참석했는데 윤 대통령 탄핵안 투표에 집단으로 불참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보고 너무 화가 났다. 다른 사람들을 따라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까지 쫓아가 잘 알지도 못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부르는 데 문득 5월 광주도 이런 감정이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국민의힘은 광주시민들이 앞에서 트라우마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 윤 대통령이 탄핵되고 국민의힘이 정녕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때까지 계속 투쟁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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