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공화국 수립해야' 주장하는 현수막도 있어
"민의 대변해" VS "도배된 비난에 피로감"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탄핵을 촉구하고 새로운 정권을 주장하는 등 다양한 내용의 현수막이 광주 곳곳에 걸렸다. 탄핵 관련 현수막을 통해 나라의 위기 상황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현수막의 난립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시민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민의를 대변해 주고 있다"며 좋아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지만, 일부는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하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11일 오전 광주 동구 광산동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인근 교차로와 5·18민주광장은 가로수와 전봇대 곳곳에 여러 정당에서 게첨한 현수막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내란수괴 윤석열을 체포하라'는 정의당의 현수막, 민주당에서 게시한 '윤석열 탄핵'이라는 내용의 현수막 등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책임을 촉구하고,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내용이 여럿 게시돼 있었다.
비슷한 시각 광주 북구 중흥동 광주역 앞에서도 민주당이 게시한 '불법계엄 내란음모 윤석열 탄핵'이라는 내용의 현수막과 조국혁신당의 현행범 윤석열 체포 촉구 현수막 등이 내걸렸다.

진보당의 경우 '실패한 쿠데타, 즉각 체포하라!'는 문구와 함께 지난 1995년 전두환과 노태우의 구속 사진과 윤석열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장관의 얼굴들을 합성한 사진을 현수막에 담았다.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정문에는 윤석열 탄핵과 7공화국 수립을 요구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게시돼 있었다. 전국공무원노조는 구청 등 공공기관에 '윤석열은 퇴진하라'는 현수막을 게시하기도 했다.

현수막뿐 아니라 탄핵을 요구하는 포스터도 광주 곳곳에 게첨됐다.
공공운수노동조합과 전국철도노동조합의 경우 '내란죄 윤석열은 끝났다', '파업유발자' 등의 내용을 담은 포스터를 버스정류장 인근, 도로 옆 지상변압기 등에 붙였다.
탄핵을 촉구하고 체포를 요구하는 등 각 정당의 현수막에 시민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시민 이용섭(55·북구 중흥동)씨는 "기존에는 정치인들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본인 당의 이권을 위해 싸웠다"며 "하지만 이번 계엄과 탄핵투표 무산 이후로 야권 세력들이 정말 한 목소리로 현수막, 포스터 등을 게시하고 있어 진짜 시민의 뜻을 대변하는 듯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박기범(61·북구 신용동)씨는 "원래 덕지덕지 붙은 현수막은 꼴도 보기 싫었는데, 이 시국에는 목소리를 내 주는 것 같고 민심과 함께하는 내용이라 그리 거슬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원색적 비난으로 도배된 현수막에 피로감을 느끼는 시민들도 있었다.
현송화(62·여·동구 산수동)씨는 "최근 걸린 현수막들을 둘러보면 일방적인 비난과 욕설에 가까운 내용이 많아 거북하다"며 "대통령에 대해 불편한 마음이 있는데, 눈을 돌리는 곳 마다 대통령 얼굴을 봐야 해 피로감이 크고 오히려 얼굴이 뇌리에 박혀 버렸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차솔빈기자 ehdltjstod@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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