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선전' 기원 포옹·응원 잇따라
대입 경쟁 치열…시험장 '오픈런'
수능 끝나자 눈시울 붉힌 가족상봉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날이 지났다. 수험생들에게는 대학 진학의 관문을 여는 결전의 날이었다. 의과대학 증원이 반영된 올해 수능에는 2004년 이후 21년만에 가장 많은 N수생이 몰려 대학입시 경쟁이 치열했다. 수험생들은 교문 앞에서 가족과 교사의 진심 어린 응원과 격려를 받으면서 시험장으로 들어섰다. 수험생 자녀와 말없이 따듯한 포옹을 나누는 학부모에게서는 수능 선전을 기원하는 간절한 마음이 전해졌다. 동이 트기 전부터 시험장에 나와 불안 초조한 마음을 명상으로 달래거나, 오답노트를 점검하는 수험생도 눈에 띄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시험장 주변에서는 학교명을 착각해 다른 학교를 찾아가거나, 길이 막혀 지각할 위기에 빠지는 등 크고작은 해프닝이 벌어졌다. 안전한 수능을 위한 경찰과 지역사회의 활약도 빛났다. 2025학년도 수능은 14일 오전 8시40분부터 전국 85개 시험지구 1천282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총 83개 시험장이 지정된 광주·전남에서는 수능에 각각 1만6천846명, 1만3천941명이 지원했다.
◆시험장 도착 "내가 1등"
26지구 20시험장인 광주서석고등학교에는 새벽부터 수험생들의 떨리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수험생 상당수는 다소 긴장한 듯 입술을 축이며 시험장으로 입장했다.
20시험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고찬(19·전남고)군은 텅 빈 시험실에 들어서자마자 수험표와 책상에 붙은 수험정보를 대조한 뒤 자리에 앉았다.
간호학과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그는 "예비소집 때 와보지 않아서 자리도 확인하고 생각도 정리할 겸 일찍 나왔다"며 "의대 증원 후 첫 수능이라 N수생이 많이 유입돼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크게 걱정하진 않는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모든 과목에서 1등급을 받고 싶은 마음에 시험장도 1등으로 찾았으니 좋은 결실이 있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지며 오답 노트를 꺼내들었다.
같은 시간 26지구 17시험장인 동신고등학교에서도 '시험장 오픈런' 현상이 빚어졌다.
17시험장에 1등으로 온 이수빈(18·전남여자상업고)양은 "수능 전날부터 긴장을 많이 해 밤잠을 설쳤다. 입실 시간을 맞추다가 지각할 수 있어 시험장에 일찍 오기로 했다"고 전했다.
◆"잘하고 와" 토닥토닥 따듯한 포옹
수험생 제자들을 시험장에 보낸 교사들도 이른 아침부터 교문 앞을 지켰다.
남기범(32) 문성고등학교 교사는 광주서석고 교문을 지나는 제자를 만날 때마다 따듯한 말을 건네며 용기를 북돋아줬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해 보이는 제자가 잠시나마 긴장을 풀 수 있도록 어깨를 토닥여줬다.
남 교사는 한명 한명 다정하게 이름을 부르며 "긴장하지 마", "잘하고 와" 등 응원의 말을 건넸다. 그는 "제자들의 긴장을 풀어주려고 응원하러 왔다"며 "긴장을 많이 한 제자들도 몇몇 눈에 밟혀 걱정된다. 실수하지 않고 실력 발휘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신고 교문 앞은 수험생 자녀를 태운 학부모 차량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차에서 내린 수험생들은 따뜻한 포옹과 손인사로 부모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은 부모는 자녀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두 손을 모아 기도했다.
부모와 말없이 포옹하던 이도현(18·광주일고)군은 쉬이 발이 떨어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군은 포옹 후 재차 부모 쪽을 향해 손을 흔들며 "잘 보고 올게요. 조심히 가세요"라고 말했다.
◆수능 끝 "아들 딸, 고생했어" 눈시울 붉힌 가족 상봉
수능이 마무리될 즈음 각 시험장 앞은 수험생 자녀를 기다기고 있는 학부모들로 북적였다.
흐린 날씨에 빗방울이 떨어지자 우산을 손에 쥐고 자녀를 찾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했다.
'9시간 레이스'를 끝낸 수험생들 표정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교문 밖에 기다리고 있던 부모나 친구를 보자 얼굴에 다시 화색이 돌았다.
어깨가 축 처진 채 걷고 있는 자녀를 본 부모 눈가에는 어느새 물방울이 맺혔다.
김인재(50·여)씨는 "그동안 고생 많았고 이제 결과만 마음 편히 기다리면 될 것 같다"며 "저녁 메뉴를 스테이크로 하자고 아들이 정해서 스테이크 집으로 갈 예정이다"고 했다.
재수생 김수호(20)씨는 "아쉬움 없이 본 것 같아 후련하다"며 "빨리 집에 가서 가채점부터 한 뒤 잠을 잘까 한다"고 말했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 긴 설 연휴에 매출 주나··· 소상공인 한숨 15일 오후 광주 광산구 송정역 인근 한 미용실에 설 연휴 영업 안내문이 붙어있다. 정부의 27일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올 설 명절은 최소 6일의 연휴가 생긴 가운데, 황금연휴로 기뻐하는 직장인들과 달리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걱정만 늘어났다"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어려운 상황에서의 긴 연휴는 오히려 매출 감소, 휴일 근무로 인한 인건비 부담 등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충장로에서 40년 이상 분식집을 운영한 김모(63)씨는 당초 설연휴 3일간 영업을 쉬려고 했으나 27일도 쉴지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김씨는 "직원 세 명을 쓰고 있는데 27일 일하면 휴일 근무로 더 쳐줘야 한다"며 "공무원이나 일부 직장인들에게는 좋지만 우리 같은 상인들에게는 좋을 것 하나도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15일 오후 광주 광산구 송정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천유건(59)씨가 밀가루 반죽을 밀고 있다. 천씨는 "긴 연휴가 골목상권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 같다"고 푸념했다.광주 서구 상무지구 상인들은 벌써부터 설 연휴에 불어닥칠 한파에 대비하고 있다.상무지구에서 5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57)씨는 설전날과 당일만 쉬기로 했다. 이씨는 "공무원과 직장인들이 쉬기 때문에 매출이 줄어들 것은 뻔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쉬면 그만큼 손해지 않나"며 "어쩔 수 없이 최소한의 휴일만 챙기기로 했다"고 말했다.송정역 인근에서 12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천유건(59)씨는 원래 영업일인 토요일까지 영업 후 5일을 쉬기로 했다. 천씨는 "연휴 시작되자마자 다 밖으로 나갈 게 뻔할 것 같아 그냥 쭉 쉬기로 했다"며 "정부가 말로는 내수 경기 진작이라고 하는데 이런 골목상권이랑은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 같다"고 푸념했다.충장로에서 3년째 붕어빵집을 운영하는 장연주(29·여)씨는 연휴기간에도 영업하기로 했지만 재료 준비를 걱정하고 있었다. 장씨는 "원래대로라면 금요일에 주말 2일치, 월요일에 연휴 3일치를 준비하면 됐는데 27일 임시공휴일이 되면서 한번에 6일치를 준비해야 한다"며 "영업 도중에 재료 수급이 어려울까도 걱정된다"고 말했다.광주·전남지역 식당과 카페를 대상으로 마케팅 사업을 하는 장모(40)씨는 사라진 연말연시 특수로 인해 상인들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씨는 "경기가 좋을 때는 임시공휴일과 연휴에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겠지만, 현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며 "특히 12월 탄핵국면과 여객기참사로 연말연시 특수가 사라져 1월 매출에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긴 설 연휴는 도움보다는 해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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