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복원사업 현주소는?
공간별 콘텐츠 설계·제작 중
기존 기념시설과 다를바 없어
중요하게 다룰 내용 빠지기도
“구체적·전략적 고민 필요해”

옛 전남도청 내부를 채울 전시콘텐츠가 5·18 정신을 계승하고 확산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춰 구상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 5·18 기념·추모시설과 비교했을 때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우려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12일 문화체육관광부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에 따르면 내부 전시콘텐츠는 6개 공간별로 설계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가장 많은 콘텐츠가 들어가는 '도청 본관'은 '옛 전남도청에 다시 살아나는 열흘간의 최후 항쟁'을 큰 주제로 콘텐츠를 제작했다.
국가폭력에 저항했던 열흘 간의 항쟁 과정 영상을 총 3개의 대형 화면을 통해 소개하며, 외벽에서 발견된 9개의 탄흔과 아직 벽에 박혀있는 6개의 탄두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AR)' 영상으로 생생하게 설명한다.
또 최후 항쟁의 중심이었던 시민군 상황실과 최후 항쟁의 시작과 끝을 지켰던 방송실, 도지사의 사퇴 기자회견실 등도 재현하며, 5월27일 새벽 사망자가 발견된 위치에 이름과 신분, 사망 경위 등이 담긴 별도의 표지판을 설치한다.
'도청 회의실'에는 열린 도서관 등을 조성하며, '도경찰국 본관'에는 항쟁 기간 높은 시민의식으로 질서와 치안이 유지됐던 상황을 소개한다.
희생자들의 주검이 임시로 안치됐던 '상무관'은 시신 관리와 추모 과정을 대형 슬라이드 영상으로 구성해 당시의 흔적을 느끼고 추모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았다.
'도 경찰국 민원실'은 휴식을 위한 카페가, '도청 별관'에는 방문자 센터가 들어선다.
이처럼 옛 전남도청을 채울 전시콘텐츠 설계가 완성 단계에 이르렀음에도 일각에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5·18 기록관이나 전일빌딩245 등 광주에 있는 기존의 5·18 기념·추모시설과의 차별성이 없다는 것이다.
앞서 무등일보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윤상원 대변인 외신 브리핑'과 '안병하 경찰국장실 재현' 등은 계획에서 빠지긴 했지만, 아직도 정작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문제로 콘텐츠에 5·18의 기승전결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최소한 항쟁 초기 계엄군의 의도적인 유혈진압, 집단발포와 광주를 고립시키기 위한 계엄군의 의도된 퇴각, 광주 외곽 지역에서의 민간인 집단학살, 진압 작전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왜곡 및 조작 등이 확인돼야 옛 전남도청에서 최후 항쟁을 하게 됐는지 이해된다고 피력했다.
또 도청 본관의 전시 주제인 열흘간의 최후 항쟁이라는 표현도 열흘간의 항쟁은 5·18 전체의 상황이고 최후 항쟁은 5월27일 하루에 해당하므로 잘못됐다고 꼬집었으며, 도지사의 사퇴 기자회견이 항쟁 과정에서 꼭 다뤄져야 할 내용인지 의문을 표했다.
이와 함께 사망자 발견 위치에 설치하는 표지판에도 방문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도록 사망자가 당시 무슨 활동을 했는지 등도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참고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예를 들면 광주상고 1학년이던 고 문재학 열사의 경우 도청에서 시신 수습과 유족 안내 등의 활동을 했다. 모친인 김길자 여사가 집으로 가자고 했으나 문 열사는 초등학교 친구 양창근이 죽은 것 같다며 계속 남아있기를 선택, 같은 학교 동급생 안종필과 같은 장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문 열사의 경우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 '동호'의 실존 인물이기도 하다.
아울러 상무관의 경우 민주화의 의지를 더욱 불태웠던 시민들이 분노와 비장함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도청 회의실과 도경찰국 민원실은 다른 어느 시설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소통 공간으로 조성했다고 비판했다.
도청 별관도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활동한 일반 시민들과 관련된 이야기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별관에서 활동한 시민들의 이야기도 소개해야 왜 별관 철거를 반대했는지에 대한 정당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김승원 광주전남민중항쟁동지회 상임대표는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5·18 기록관이나 전일빌딩245와의 차별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이대로면 광주는 물론 타지역 방문객들도 느끼는 것이 전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계엄군의 발포현장지도, 계엄군 작전상황지도, 사망자 피해현황지도, 사망자 검시서 등 당시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료도 활용해야 한다. 일부 한계와 문제점이 지적됐다고 하더라도 국가기구인 5·18 조사위의 조사 결과도 반영해야 한다"며 "전반적으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내용이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은 데다가 평범하다. 한 달이라는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시간이 있는 만큼 좀 더 구체적이고 전략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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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추락사' 광주 제석산 구름다리 폐쇄 요구 높아져 9일 오전 광주 남구 봉선동 제석산 구름다리의 모습. 이 다리에서 지난 2017년부터 최근까지 9건의 추락사고가 발생, 8명이 숨졌다. 강주비 기자 올해에만 3명이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잇따른 광주 제석산 구름다리를 두고, 해당 시설을 임시 폐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행정당국이 추락 방지망 등 안전 시설을 설치 중이지만, 공사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사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진입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9일 광주 남구 등에 따르면, 남구 봉선동 제석산 구름다리에서는 2017년부터 최근까지 총 9건의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 8명이 숨지고 1명은 중상을 입었다.특히 올해 들어서만 4건의 추락 사고가 발생해 3명이 사망하고 1명이 크게 다친 것으로 확인됐다.가장 최근 사고는 지난 8일 오후 2시25분께 발생했다. 40대 남성 A씨가 구름다리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불과 18일 전인 지난 6월 20일에도 40대 남성 B씨가 추락해 중상을 입었고, 지난 4월과 2월에도 각각 30대 남성과 4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잇따른 사고에 남구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올해 첫 사망 사고가 발생한 직후인 지난 2월말 남구는 2억원 규모의 특별조정교부금을 투입해 구름다리 안전 시설 설치를 위한 실시설계 용역을 진행했다. 현재 방범용 CCTV, 경관 조명, 추락방지망 설치 등을 포함한 공사를 추진 중이다. 최근 착공에 들어간 추락방지망은 오는 8월13일까지 설치될 예정이다. 상단에는 길이 47m·폭 20m의 대형 그물망이, 하단에는 길이 28m·폭 10m 규모의 그물망 2개가 각각 설치된다.하지만 이러한 공사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지역 사회에서는 사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공사 완료 전까지 구름다리 진입을 임시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추락방지망 준공까지 최소 한 달가량이 남은 만큼, 사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구름다리 진입 자체를 일시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남구에 거주하는 박모(43)씨는 "올해에만 벌써 세 번째 사고라고 들었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개방돼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안전망 설치가 늦어지는 상황이라면 그때까지만이라도 출입을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주월동 주민 차규환(36)씨는 "사람 목숨이 오가는 문제인데 시설 공사만 기다리는 건 너무 안일한 대응"이라며 "사고 가능성이 뻔히 보이는데 방치하는 건 행정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하지만 남구는 다리의 '임시 폐쇄'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9일 오전 광주 남구 봉선동 제석산 구름다리로 이어지는 진입로 계단 옆에 24시간 위기상담 등 전화번호가 적힌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제석산 구름다리에서는 지난 2017년부터 최근까지 9건의 추락사고가 발생, 8명이 숨졌다. 강주비 기자남구 관계자는 "공사는 자재 확보와 장비 수배 등 시공업체 측 준비로 아직 본격 착공 전"이라며 "일주일 뒤쯤 본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라며 "구름다리는 회전형 원통 난간 구조에 높이가 2m여서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넘어가기 어렵다. 이번 사고 역시 다리 시작 부분 경사면 펜스를 넘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중 군부대용 철조망을 펜스에 추가 설치해 경사면 진입을 막을 계획"이라고 전했다.그러나 철조망 또한 모포를 덮거나 훼손하면 무력화될 수 있어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정창수 남구의원은 "지금까지 사고 양상을 보면 단순히 안전시설을 늘린다고 사고를 완전히 막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그물망 설치까지는 시간적 공백이 존재하는 만큼, 이 기간만이라도 구름다리나 제석산 진입을 임시로 제한하는 것이 가장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고 강조했다.이어 "다만 폐쇄 범위와 기간 등은 담당 부서와 의회가 긴급히 협의해 조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한편, 남구는 추락방지망 설치와 함께 올해 하반기까지 CCTV 및 자살예방 전화 설치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또 구름다리 밑 생태터널 복원사업 추진을 위해 관련 예산 약 50억원을 환경부와 국토교통부에 지속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마음을 들어주는 랜선친구)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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