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거래 늘며 찾는 사람 줄어
젊은 세대 “같은 돈으로 다른 곳 써”
"요즘은 예전 만큼 빼빼로 하나도 가볍게 주고 받기 어려운 세상이 된 것 같습니다."
연인이나 친구 사이 빼빼로를 선물하는 날인 이른바 '빼빼로데이(11월11일)' 특수가 사실상 사라지면서 광주지역 상인들의 울상을 짓고 있다.
고물가 장기화 영향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데다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그나마 이어지던 시민들의 발길마저 끊겼기 때문이다.
빼빼로데이를 닷새 앞둔 6일 오전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인근 상가.
무등일보 취재진이 상가 곳곳을 살펴본 결과 현수막이나 입간판 등으로 빼빼로데이를 알리며 물건을 파는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대부분 빼빼로데이 관련 상품 등을 상대적으로 잘 보이게 입구 쪽에 진열해 놓았을 뿐 별도의 가판대를 설치한 곳은 전무했다. 진열된 양도 적었으며, 초콜릿을 비롯한 다른 상품들과 섞여 있었다.
빼빼로데이 기획 상품을 아예 눈에 잘 띄지 않는 매장 구석 한 켠에 배치한 곳도 있었다.
한 편의점 점주는 "배치를 잘 보이는 곳에 크게 하자니 예전 만큼 많이 팔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안 하자니 걱정돼서 조촐하게나마 마련했다. 발주를 많이 넣었다가 반품이 안 되기라도 하면 빼빼로데이 끝나고 기획 상품을 낱개로 풀어야 해 처리도 곤란하다"며 "빼빼로데이 뿐만 아니라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도 과거와 비교하면 확실히 특수가 사라졌다. 아무래도 고물가 현상이 길어지다 보니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힌 것 같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같은날 둘러본 동구 충장로, 서구 상무지구, 광산구 상무지구를 비롯한 도심 번화가에서도 빼빼로데이 특수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웠다.
빼빼로데이를 맞아 매장 입구 주변에는 인형이나 키링 등이 함께 있는 빼빼로데이 기획 상품이 진열되긴 했지만 지나가던 시민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가격을 확인한 뒤 다시 제자리에 내려 놓았다. 오히려 종류별로 낱개로 진열된 빼빼로 한 두개를 사가는 시민들만 눈에 띄었다.
충장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44)씨는 "빼빼로데이 같은 기념일은 이제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눈길을 주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내년부터는 따로 진열하지도 않을 생각이다"고 토로했다.
상무지구에서 개인 마트를 운영하는 박모(58)씨도 "자영업자들에게는 소비를 불러일을킬 수 있는 기념일이 매우 중요한데 시민들도 지갑 사정이 녹록지 않다 보니 자연스레 빼빼로를 사지 않는 것 같다"며 "고물가 상황이 빨리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온라인 거래 활성화로 인해 빼빼로데이 특수가 사라졌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빼빼로데이 기획 상품 발주를 넣지 않았다는 한 편의점 점주는 "고물가 장기화 여파도 크겠지만 온라인 거래가 활발해졌기 때문에 빼빼로데이 같은 기념일 특수가 사라졌다. 시민들 대부분 단돈 1원이라도 싸게 사려고 온라인으로 쇼핑하지 않느냐"며 "몇 년만 더 지나면 빼빼로데이라고 해서 기획 상품을 따로 진열하는 모습도 전부 사라질 것 같다"고 했다.
주요 소비층인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 세대들도 빼빼로데이를 챙기지 않는 분위기다.
대학생 김가연(22)씨는 "빼빼로가 너무 비싸서 안 사는 것 같다. 기념일마다 선물을 하는 것도 서로 부담이다"며 "굳이 돈을 아낀다기 보다 같은 돈으로 카페를 가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훨씬 효율 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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