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 1만316㎡ 땅 매입
한·중 갈등 등 공사일정 연기
미관 해치고 우범지대 전락
주민 7천여명 "관리 해달라"
주광주중국총영사관이 신청사를 짓겠다고 매입한 부지를 10년째 방치하고 있어 논란이다.
11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주광주중국총영사관(이하 중국총영사관)은 지난 2014년 7월, 서구 동천동 대자중학교 인근 1만316㎡ 면적의 부지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광주전남본부로부터 104억2천7만원의 금액을 주고 매입했다.
해당 부지는 2007년 학교용지로 지정됐지만, 수용 예정이던 학생 수 감소 등으로 계획이 변경됐고 이후 중국총영사관 측이 매입하면서 용도변경을 통해 영사관 부지로 고시됐다.
중국총영사관 측이 제시한 신청사 건설 계획이 따르면 영사관 본부 건물과 주차장, 휴게실, 회의실 외에도 주민들을 위한 체육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당시 사드(THAAD)로 인해 발생한 한·중 갈등이 장기화하고,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영사관 이전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후 부지는 10년째 관리되지 않고 방치되면서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실제 이날 방문한 부지에는 3m 높이의 공사장용 아연도금강판 펜스로 둘러싸인 채 방치된 상태였다.
펜스 내부는 잡초가 자라 허리 높이까지 올라와 있었으며, 일부 관리가 안 된 부분은 잡초가 가슴께까지 올라오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잡초들이 펜스 아래를 비집고 나와 인도까지 침범한 상태였다.
이뿐만 아니라 펜스 곳곳이 녹슬고 찌그러진 상태로, 일부 펜스는 완전히 부서져 성인 남성이 내부로 드나들 수도 있어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다.
부서진 펜스 안쪽으로는 오래된 의류, 빈 캔과 비닐 폐기물 등 쓰레기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주민 한모(42·여)씨는 "매년 덩굴과 잡초가 울타리를 넘어 인도까지 침범하고, 한여름에는 인도를 완전히 덮을 때도 있다"며 "바로 앞에는 중학교가 있고, 어린이집과 유치원도 인근에 여럿 있다. 펜스 자체가 흉물인 데다가 곳곳이 부서져 위험하고 범죄의 위험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펜스 주위로 개구리, 모기 등이 들끓어 아침저녁을 가리지 않고 소음과 벌레 물림에 시달리고, 뱀도 출몰한다는 민원이 접수된 상황이었다.
오모(50·여)씨는 "아직도 저녁에는 모기와 날벌레가 날뛰고, 개구리 소음에 잠을 못 잘 때도 많다. 방제를 해주거나 부지를 어떻게 관리를 했으면 좋겠다"며 "펜스도 곳곳이 망가져 안이 들여다보이는 상황인데, 이렇게 멀쩡한 땅을 놀리고 있는 것이 아깝다"고 말했다.
해당 부지는 현재까지도 건축허가나 사용계획이 전무한 상태로 확인됐다.
영사관 측이 매입 후 이미 용도변경까지 이뤄진 땅이라, 인근 주민들 민원에도 광주시나 관할 지자체인 서구에서 강제적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구 동천동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해당 부지가 외교용 부지로 분류돼 시나 구청에서는 강제조치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며 "지난 9월부터 주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해 7천여명의 주민 서명을 모았고, 이달 중순까지 영사와의 자리를 마련해 주민 서명과 입장문 등으로 주민들의 현 상황을 알릴 계획이다"고 말했다.
차솔빈기자 ehdltjstod@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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