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금지 구역이나 시민 인식 낮아
맨홀 형태, 시인성 개선 노력 필요
"맨홀이 아니고 소화전이라고요? 모양이 똑같아서 맨홀인 줄 알았어요."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려운 곳에 설치된 지하식 소화전이 불법주정차로 인해 제 역할을 못 하는 등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다.
대다수 운전자들은 맨홀과 똑같은 생김새 때문에 지하식 소화전을 구별하지 못하는 등 의도치 않게 주정차를 하고 있어 개선이 요구된다.
26일 광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9월 현재 광주에는 총 4천638개에 소화전이 설치됐으며 이중 지상식은 3천762개, 지하식은 876개다.
자치구별로 지하식 소화전은 동구 171개, 서구 168개, 남구 193개, 북구 238개, 광산구 106개다.
지상식 소화전의 경우 보행자 충돌을 막는 보호대 설치 등 상당한 공간을 차지하는 반면 지하식은 소방차 진입이 어려울 정도로 좁은 골목길과 이면도로에 설치가 가능하다.
지하식은 맨홀 뚜껑 아래에 매립된 형태이기 때문에 지상에서 차지하는 공간이 적고 겨울철 동파 우려에서도 비교적 안전하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지하식 소화전 5m 이내는 주정차 금지구역임에도 앞서 언급했다시피 맨홀 뚜껑과 비슷한 모양 때문에 시민들이 제대로 구분을 하지 못해 불법주정차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곳인데 화재 발생 시 불법주정차로 사용마저 어렵게 되면 대형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맨홀과 다른 모양이나 색깔로 차별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무등일보 취재진이 전날 광주 내 20여곳의 지하식 소화전을 둘러본 결과 대부분 불법주차가 돼 있었다.
소화전은 30㎝ 두께의 노란색 테두리가 있지만 상당수가 지워지고 색이 바래 일반 맨홀과 구별이 쉽지 않았다. 20여곳 중 별도의 위치 안내 표지판이 있는 곳은 단 한 곳뿐이었다.
시민 정모(61)씨는 "소화전이라는 표시는 봤는데 주정차 금지라는 안내가 어디에도 없어서 주차했다. 시민들이 좀 더 알아보기 쉽게 표시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이모(45·여)씨는 "자기 동네에 소화전이 있는데도 이걸 모르고 주차해서 불을 제때 못 끄면 얼마나 억울하겠나"며 "표시를 좀 더 크게 하거나 일반 빨간 소화전을 늘려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소방당국은 기존에 지하식 소화전이 설치된 곳 중에서도 지상식 소화전 설치가 가능한 곳을 늘려나가고 있다. 지난해 1월에 비해 지하식 소화전은 68개가 줄어들었고 지상식 소화전은 95개가 늘었다.
노선균 호남대학교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좁은 골목길 등은 지상식 소화전을 설치하고 싶어도 통행 여건이 어려워 지하식 소화전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타지역의 사례를 빌려 통일된 형태의 맨홀을 만드는 등 시인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광주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각 센터에서 매월 작동 여부를 점검하고 노면 표시 훼손이 심한 곳은 도색을 하고 있다"며 "시인성 개선을 위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평소 자주 주차하는 곳에 지하식 소화전이 있는지 한 번쯤 확인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당부했다.
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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