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 는 점 원인
"예전에는 걱정돼서 명절에도 고향 대신 집에 머문 적이 많았는데 반려동물 호텔을 알게 된 후로는 마음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집사 밖에 모르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잘 지내 조금은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닷새간의 긴 추석 연휴를 앞두고 광주지역에서도 반려동물 전용 호텔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가족이나 다름없는 반려동물을 홀로 두고 오랫동안 집을 비워야 하다 보니 걱정이 들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찾은 광주 북구 운암동에 위치한 반려동물 호텔 '캣동산'. 고양이 전용 호텔인 만큼 곳곳에는 고양이를 위한 용품들이 가득했다.
전체 6개의 객실에는 밥그릇과 물그릇, 화장실, 캣타워, 발톱으로 긁을 수 있는 스크래쳐와 숨어서 놀 수 있는 숨숨집 등이 갖춰져 있었다.
바깥 구경하기를 좋아하는 고양이의 특성을 고려한 넓은 통유리 창문도 눈에 띄었다.
반려묘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CCTV와 온도조절 및 환기 시스템도 설치돼 있었다.
객실 밖에는 넓은 놀이방도 별도로 마련돼 있어 고양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기에도 충분했다.
호텔에 맡기기 전 상담이 필요해 100%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이번 추석 연휴 기간 예약은 지난 7월 말부터 이미 꽉 찬 상태다.
박소정 캣동산 대표는 "고양이는 강아지와 달리 비교적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외로움을 많이 탄다. 연휴가 길다 보니 고향을 찾거나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한참 전부터 예약을 해준 것으로 생각된다"며 "아무래도 오랜 시간 집을 비우면 계속 신경이 쓰이다 보니 호텔을 많이 찾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같은날 찾은 광주 서구 쌍촌동에 위치한 반려동물 호텔 '프렌즈도그'도 추석 연휴 기간 예약은 90% 이상 마무리된 상태였다.
강아지 전용 호텔인 이곳도 객실마다 냉난방과 환기 시스템, 강아지를 위한 방석, 배변 패드, 실시간 CCTV 등을 갖추고 있어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인기인 것이다.
특히 강아지의 경우 대부분 산책을 좋아해 호텔 건물 야외 잔디 테라스나 인근 운천저수지에서 1일 1산책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김준형 프렌즈도그 대표는 "추석을 포함한 명절뿐만 아니라 여름이나 겨울 휴가철에도 예약이 폭주한다"며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덩달아 반려동물 호텔의 인기도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추석 연휴를 앞두고 반려동물 호텔에 반려동물을 맡기려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명절 문화도 변화하는 것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23년 기준 광주지역에 등록된 반려동물의 수는 7만5천704마리(강아지 7만4천961마리·고양이 743마리)에 달했다. 고양이의 경우 의무 등록 대상이 아니라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최근 3년(2021~2023년)간 광주지역 반려묘 신규등록 건수는 2021년 70건, 2022년 257건, 2023년 310건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반려견 '앙금이(2)'를 키우는 대학생 김지현(22·여)씨는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 그다지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아 데려가면 아무래도 눈치가 보인다. 대중교통 이용도 쉽지 않다"며 "그렇다고 앙금이를 집에 혼자 둘 수 없어 호텔을 예약하게 됐다. CCTV로 실시간 모습도 볼 수 있는 데다가 카카오톡으로 매일 상태를 알려준다고 하니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반려묘 '꼬마(5)'와 함께 사는 직장인 배주아(31·여)씨도 "연휴가 하루 이틀이 아니라서 고민하다가 지난 설날처럼 호텔에 맡기기로 했다. 어차피 혼자 두고 떠나면 걱정되는 건 매한가지므로 차라리 사람의 손길이 있는 호텔에 맡기는 게 훨씬 마음 편하다"며 "CCTV로 실시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 안심된다. 나밖에 모르는 고양이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잘 지내 놀랍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글·사진=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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