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사라지는 보신탕, "3년 뒤면 이제 못먹나요"

입력 2024.08.13. 17:50 임창균 기자
14일 말복 앞둔 광주 보신탕집 풍경
개식용종식법 아쉬움 속 매출 걱정
식용견 보상금과 처리 문제도 남아
12일 오전 보신탕을 판매하는 광주 남구 한 식당에 시민들이 들어가고 있다.

"어차피 보신탕 먹는 사람도 줄었는데 법까지 만들어서 막을 필요가 있었을까 싶네요. 그래도 이제 어쩌겠습니까, 가게 접을 생각도 해야죠."

지난 7일부터 '개식용종식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광주에서 보신탕을 판매하는 식당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3년의 유예기간 끝나는 오는 2027년부터는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하거나 도살, 유통, 판매하는 행위가 처벌을 받게 되면서 업주들은 전·폐업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12일 오전 광주 남구의 한 보신탕 식당.

평일 점심시간을 앞둔 시간이라 가게 내부에는 서너명의 손님만 있었으나 12시에 가까워질수록 하나둘 손님이 늘어가기 시작했다.

백운동에 거주하는 이모(77)씨와 김모(71·여)씨 부부는 흑염소탕을 먹으러 왔다가 메뉴판에 있는 보신탕을 보고 주문했다.

남편인 이씨는 "아내가 여름에 기운 없으면 다른 걸 통 못 먹어도 보신탕은 잘 먹어서 주문해 봤다"며 "보신탕 먹는 사람도 가게도 이미 많이 없어졌는데 3년 뒤면 아예 못 먹는 거냐"고 되묻기도 했다.

평일에 손님이 많았음에도, 보신탕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62·여)씨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오는 14일 말복이 지나가면 보신탕을 찾는 손님들이 뚝 떨어질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씨는 "가뜩이나 갈수록 장사도 안되고 보신탕을 찾는 손님도 줄어드는 추세인데 법까지 만들어 막는다고 하니 장사하는 입장에서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며 "그래도 올해는 개식용금지법 소식 때문에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오는 손님들이 있었는데 말복 지나면 그마저도 끝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비슷한 시각 남구의 다른 한식당.

이곳은 보신탕도 팔고 있지만 오리탕과 추어탕을 먹는 손님이 더 많았다. 당초 보신탕을 못 먹는 손님들을 위해 준비한 메뉴가 이제는 보신탕보다 더 자주 팔린다고 한다.

식당에서 일하는 윤모(65)씨는 "보신탕만 드시는 손님들이 있어 여름이랑 복날에는 그분들로 인한 매출도 무시 못 한다"며 "그런데 법으로 금지되면 별수 있겠나, 매출 떨어지는 걸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광산구에서 보신탕을 판매하는 한 식당은 가게를 계속 운영할지 걱정하고 있었다.

20여년간 식당을 운영한 김모(62·여)씨는 5월 구청에 개식용 종식 대상 조사에 응했으나, 정부에서 해준다는 지원이나 보상금에 대해 전혀 기대하고 있지 않았다.

12일 낮 광주 남구 한 식당에서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보신탕으로 시작한 식당이지만 이제는 오리탕과 추어탕을 먹으러 오는 손님이 더 많다고 한다.

김씨는 "3년 뒤면 이제 60 중반인데 지금도 힘든 장사를 그때까지 할 수 있겠냐"며 "법으로 금지 안 해도 어차피 알아서 문 닫을 식당도 많다.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더 많이 괴롭히고 빨리 문 닫게 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흑염소탕을 먹은 박모(55)씨는 "예전에는 보신탕을 먹었지만 다른 대체 보양식도 많고 개를 키우면서 안 먹게 됐다"며 "다만 뉴스에서 식용 개들이 수십만 마리라는데 보상금은 둘째치고 3년 안에 이 개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방안은 있나 궁금하다"고 말했다.

한편,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 일명 개식용종식법이 7일 시행됐고, 3년의 유예기간을 거친 뒤 2027년 2월 7일부터는 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하거나 도살, 유통, 판매하는 행위가 전면 금지된다.

정부는 유예기간 동안 전업하거나 폐업한 업체에 시설자금과 운영자금 등을 지원할 방침이며 다음달 기본계획 발표 통해 지원금과 지역별 식용견 사육마릿수 현황을 공개할 계획이다.

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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