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노약자 친화는 어디에···남구 반다비체육센터 접근성 '심각'

입력 2024.08.07. 10:16 차솔빈 기자
무장애 산책로 '장애물' 많아
체육센터 진입로 경사 급해
점자블록, 보도 막은 채 주차
점자안내 미흡한 점 여러 곳
5일 오전 방문한 광주 남구 월산동 월산근린공원 산책로. 무장애 나눔길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볼라드로 막혀 있다 급히 치운 듯했다.

"체육센터로 가는 길부터가 노인네들은 오르기도 힘들구먼… 무슨 구민과 노약자를 위한 시설인지 모르겠어요"

광주 남구반다미체육센터 이용객인 이향림(68)씨는 센터를 갈 때마다 큰마음을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5일 오전 남구 월산근린공원 무장애나눔길. 산책로 중간에 턱이 있어 휠체어 이용시 매우 큰 불편을 겪을 수 있었다.

센터가 언덕에 자리 잡고 있어 평소에도 아픈 무릎 때문에 한 번에 오르지 못하고 두어 번 쉬어야 겨우 센터에 도착할 수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새벽부터 집에서 나서도 찌는 듯한 더위 때문에 가는 길에 온몸이 땀범벅이 되기 일쑤다.

5일 오전 광주 남구 월산동 반다비체육센터. 점자블록이 설치된 인도를 막은 채 주차돼 있었다.

이 씨는 "70살 먹은 동기도 2번 오고 다리가 아프고 힘들다고 그만뒀다"며 "왜 이런 접근성 안 좋은 곳에 센터를 지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처럼 장애인 친화시설을 갖췄다는 광주 남구 월산동 반다비체육센터가 정작 장애인과 노약자가 이용하기 힘든 환경을 갖추고 있어 개선이 요구된다.

5일 오전 남구 월산동 반다비체육센터. 또다른 차량이 점자블록 및 보도를 막은 채 주차 중이다.

지난 5일 오전 방문한 광주 남구 월산동 반다비체육센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체육시설을 목표로 지어진 센터는 지하1층·지상 3층 규모로, 사업비 163억원(국비 40억원, 시비 55억원, 구비 68억원)을 투입해 2019년~2023년 12월까지 4년 간의 공사 후 올해 4월1일 정식 개관했다.

센터는 개관 이전부터 회원 가입이 잇따르면서 행복한 출발을 예고했지만 개관 이후 낮은 접근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센터가 가파른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어 차가 없는 장애인과 노약자의 경우 이용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5일 오전 남구 월산동 반다비체육센터. 엘리베이터의 층별 시설안내는 점자가 아닌 일반 코팅종이로 돼있어 시각장애인은 층별 시설을 알 수 없었다.

최영진(58·여)씨는 "여기는 노인에게는 버거운 경사인데, 하물며 장애인은 어떻겠냐"며 "왜 이 언덕에 지었는지 모르겠고 요즘 같은 날씨에는 여기 오르다 쓰러지겠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센터에서 자체적으로 천사출동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센터 입구에서 내부 시설로 이동할 경우 도움을 주는 지원으로 센터까지 가는 일이 문제인 장애인과 노약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

5일 오전 남구 월산동 반다비체육센터. 3층 옥상으로 향하는 길은 관계자외 출입금지이지만, 별다른 점자 안내 없이 자동문으로 돼있어 시각장애인이 자칫 모르고 출입할 수 있었다.

센터 내에서 장애인들의 이동을 가로막는 장애물도 개선이 시급하다.

시각장애인의 눈 역할을 하는 점자블록 위에 불법주차가 일상화 돼 있으며 점자안내도와 음성안내 시설이 1층에만 설치돼 있어 2층과 3층은 이용 자체가 불가능했다.

5일 오전 남구 월산동 오르막길. 반다비체육센터로 가기 위해서는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야한다. 노약자와 장애인에게는 힘들어 보였다.

헬스장이 있는 지하 1층 헬스장 락커룸에도 점자표시는 없었다.

박병수(55)씨는 "우리같이 눈이 보이는 사람들도 헷갈리는게 락커 번호인데, 시각장애인들은 오죽하겠냐"며 "이런 작은 데에 신경을 잘 써야 하는데 아직 보여주기식인가 싶다"고 말했다.

5일 오전 남구 월산동 반다비체육센터 지하1층 락커룸. 번호에 대한 점자안내가 없어 시각장애인은 이용이 힘들어 보였다.

남구 관계자는 "접근성 문제 해결을 위해 센터 스포츠클럽에서 기아자동차 등 다양한 곳에 제안서를 내고 셔틀버스 운용을 추진 중이다"며 "장애인 친화 시설로 출발한 만큼, 점자블록 주정차 문제와 시설 내 관리 미비 문제는 인원을 확대하고 현황을 재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차솔빈기자 ehdltjstod@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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