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전기차, 지하 화재 대비는 '글쎄'

입력 2024.08.06. 13:36 임창균 기자
광주·전남 전기차 4만대, 지하 주차 많아
전기차 폭발, 지하 화재 시 피해 확대
관련 규정 없어, 소화설비 시설 미흡
9일 오전 광주 북구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전기차 충전소. 맞은편에는 전기차 화재 진압이 어려운 일반분말 소화기가 구비돼 있었다.

최근 인천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가 폭발하면서 전기차 화재에 대한 공포가 고조되는 가운데 광주지역도 전기차 충전소 시설이 화재에 취약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전기차 수요 증가로 충전소를 포함한 전용 주차 공간도 급증하는 만큼 화재 예방을 위한 진압 장비와 소화 설비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2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광주·전남에 등록된 전기차는 광주 1만3천485대, 전남 2만7천622대로 총 4만대를 돌파했으며 전기차 충전소는 광주에 1만430곳, 전남에 1만1천857곳에 달한다.

친환경자동차법에 따라 2022년 이후 신축 아파트는 주차 공간의 5%를 전기차 주차 구역으로 짓고 구축 아파트는 2%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 때문에 아파트 지하 주차장을 중심으로 전기차 충전소 설치가 대폭 늘었다.

하지만 빠르게 늘어난 주차 공간에 비해 관련법에서는 소방장비 의무 설치를 강제하지 않아 초기대응에 필요한 소화설비 시설이 미흡한 상황이다.

특히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 발생 시 폐쇄된 공간에서 유독가스 배출이 어렵고 열폭주 현상으로 인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는데, 최근 인천 청라에서 일어난 화재가 대표적인 사례다.

문제는 최근 신축 아파트들이 지상 주차 공간을 없애는 상황에서 이번 청라 아파트 화재와 같은 사고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9일 광주 북구 아파트 6곳을 둘러본 결과 4곳이 지하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소가 몰려 있었다.

이들 4곳의 경우 비상호출벨과 일반 분말 소화기를 인근에 구비해 놓은 정도였으며, 충전기 사용 방법과 일반차량 주차 시 과태료 안내 벽보만 눈에 띌 뿐 화재 주의 문구 등은 찾을 수 없었다. 한 아파트의 경우 지하 2층까지 충전소가 있어 화재 발생 시 소방장비 진입도 어려워 보였다.

주민 강모(39)씨는 "최근 인천 화재사고가 너무 크게 나다보니 전기차에 대한 불안한 시선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라며 "최근 아파트들이 지상 주차장이 없는 상황인데 지하의 전기차 충전소에 소화 시설이라도 제대로 구비해 놓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광주시는 관용 전기차량을 지상으로 이동시키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시는 관용 전기차량 58대 중 14대가 지하 주차장을 이용하던 것을 모두 지상으로 이동 조치했으며 시청 행정동과 시의회 지하 주차장의 충전기 5기 사용을 금지시켰다. 지상 주차장 충전기 34기는 정상적으로 운영한다.

시는 지하 주차장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도 점검하는 한편 정부 방침이 확정되면 개인 소유 전기차량 지하 주차장 출입 여부도 결정할 계획이다.

소방당국은 전기차 충전소의 지상 설치를 유도하는 한편 전기차 화재에 효과적인 질식소화 덮개와 소화수조 등을 추가 도입할 방침이다.

광주소방본부 관계자는 "전기차 화재 진압 장비들 역시 지하 주차장의 협소한 공간으로 인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전기차 주차 구역 주변에 격벽 설치 등 초기에 화재 확대를 막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오전 환경부 차관 주재로 전기차 관련 긴급회의를 열고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공개 여부, 과충전 예방을 위한 충전율 제한, 지상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유도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13일에도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각 부처 차관들이 참석하는 회의를 열어 '전기차 화재' 관련 정부 대책을 구체화해 나갈 예정이며, 다음 달 초 '전기차 화재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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