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도 먹고 살아야죠" 폭염 맞서 생업 이어가는 노동자들

입력 2024.08.05. 10:47 임창균 기자
광주 16일째 폭염 지속
생계 위해 연일 사투
"빨리 여름 지났으면"
지난 4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가 바위에서 생겨난 먼지에 물을 뿌리고 있다.

지난 4일 경기 여주 점동면이 올여름 최초로 한낮 최고기온이 40도를 기록하는 등 그야말로 살인적인 더위가 한반도를 덮쳤다.

광주·전남지역에도 보름이 넘도록 폭염 특보와 열대야가 지속되면서 펄펄 끓는 가마솥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폭염은 생업 전선에 나선 노동자들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들은 선풍기나 에어컨 등 냉방시설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뿐더러 직사광선과 더운 공기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매일 폭염과의 사투를 벌이는 중이다.

4일 오전 9시께 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만난 신호수 이모(63)씨 얼굴에는 땀이 비 내리듯 쏟아지고 있었다. 하루 중 비교적 선선한 시간대였지만 기온은 벌써 30도에 육박했다.

지난 4일 오전 광주 북구 대촌동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진출입로에서 작업자들이 도로의 흙을 치우고 있다.

주변에 그늘이 있긴 했지만 아스팔트 도로에서 올라오는 열기 때문에 큰 효과는 없었다. 이씨는 조금이라도 더위를 식히고자 호스로 작업 현장 주변에 연신 물을 뿌려댔다.

퇴직 후 신호수로 일한 지 한 달가량 됐다는 이씨는 "하필 제일 더울 때 일을 시작했다"며 "머리끝부터 발바닥까지 땀이 난다. 이런 날에 일하려고 하니 숨이 막힐 지경이다"고 말했다.

앞서 2일 오후 광주 북구 대촌동 모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본 노동자들도 폭염에 가쁜 숨을 몰아 내쉬었다.

가만히 있어도 호흡이 곤란할 정도인데 이들은 33도를 웃도는 햇빛 아래서 연신 허리를 굽혔다 펴며 넉가래로 도로의 흙을 치웠다. 그늘 한 점 없는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일을 하다 보니 더위는 배로 느껴진다고 노동자들은 전했다. 공사현장 주변에 설치된 휴식용 천막을 오가며 얼음물로 목을 축이는 노동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일용직 근로자 이모(43)씨는 "동료들과 수시로 교대하며 더위를 달래고 있지만 큰 의미는 없다. 퇴근하고 나면 땀에 절어있다"며 "더워도 지켜야 할 가정이 있어 참고 일한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오전 광주 북구 오치동 한 원룸건물에서 택배기사 신승호씨가 택배 물품을 나르고 있다.

택배기사들도 곤욕을 치르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날 만난 택배기사 신승호(31)씨는 배달을 출발하기 전부터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신씨가 이날 하루 배달해야 하는 택배는 240여개. 개중에는 5㎏이 넘는 택배도 많았다.

특히 신씨의 담당 지역인 매곡동과 오치동은 대부분 엘리베이터가 없는 주택과 원룸이 밀집해 있어 무거운 택배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려야만 했다.

차량에 에어컨을 틀 수 있긴 했지만 택배를 수시로 꺼내고 운반하느라 땀은 마르지 않았다.

신씨는 흘러내리는 땀을 연신 손수건과 팔에 낀 쿨토시로 닦았다. 집에서부터 챙겨온 얼음물로 더위를 달래기도 했다.

신씨는 "배달 속도가 지체될까 봐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없다. 원래도 점심을 안 먹는 편이지만 요즘은 너무 더워서 입맛마저 없다"며 "여름철 배송이 다른 때보다 힘든 편이다. 그나마 광복절 전날이 '택배 없는 날'이라 쉴 수 있어 다행이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오후. 한 배달 라이더가 카페 음료를 픽업해 배달을 준비하고 있다.

폭염은 이동 노동자에게도 두려운 존재다.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위를 헬멧을 쓰고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날 오후 찾은 북구 용봉동 모 배달대행업체 사무실에서 만난 박태건(18)군은 "쉬고 싶어도 못 쉰다"고 하소연했다.

정부의 권고대로 무더운 시간대 작업을 피하고 싶어도 생계를 위해 배달 콜이 울리면 지체없이 나서는 상황이다.

헬멧 속에서 쏟아진 땀방울이 심할 때는 시야를 가릴 정도로 힘들다고 라이더들은 입을 모았다.

동료 라이더 8명과 3평이 채 안 되는 좁은 사무실에서 옹기종기 모여 더위를 식히던 그는 땀이 마르기 전에 배달 콜이 울리자 다시 헬멧을 집어 들었다.

지난 4일 오후 찾은 광주 서구 풍암동 모 대형마트. 한 주차요원이 차량 통제를 하고 있다.

박군은 "오토바이는 차량과 다르게 햇빛과 지열을 동시에 받아 훨씬 덥다. 요즘은 달릴 때도 뜨거운 바람이 불어와 괴롭다"며 "음식을 가지러 갔다가 준비가 안 됐으니 밖에서 기다리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는데 업주들도 라이더들을 배려해 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비슷한 시간 찾은 광주 서구 풍암동 모 대형마트 야외 주차장에서 본 주차요원들도 폭염에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주차요원들은 한 손에 빨간색 경광봉을 들고 팔을 끊임없이 흔들며 차량을 통제했다. 그늘 한 점 없는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쓰고 있는 모자가 전부였다. 차량이 오지 않을 때만이라도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도 없었다.

모자와 팔토시, 눈 아래 얼굴 전체와 목까지 가려주는 안면 마스크로 중무장한 주차요원들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한 주차요원은 "야외라는 공간적 특성과 항상 서 있어야 하는 업무 특성상 하루종일 햇빛 아래에서 일을 한다"며 "올해 여름은 유독 더운 것 같다. 빨리 여름이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박승환·차솔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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