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 위해 연일 사투
"빨리 여름 지났으면"

지난 4일 경기 여주 점동면이 올여름 최초로 한낮 최고기온이 40도를 기록하는 등 그야말로 살인적인 더위가 한반도를 덮쳤다.
광주·전남지역에도 보름이 넘도록 폭염 특보와 열대야가 지속되면서 펄펄 끓는 가마솥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폭염은 생업 전선에 나선 노동자들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들은 선풍기나 에어컨 등 냉방시설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뿐더러 직사광선과 더운 공기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매일 폭염과의 사투를 벌이는 중이다.
4일 오전 9시께 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만난 신호수 이모(63)씨 얼굴에는 땀이 비 내리듯 쏟아지고 있었다. 하루 중 비교적 선선한 시간대였지만 기온은 벌써 30도에 육박했다.

주변에 그늘이 있긴 했지만 아스팔트 도로에서 올라오는 열기 때문에 큰 효과는 없었다. 이씨는 조금이라도 더위를 식히고자 호스로 작업 현장 주변에 연신 물을 뿌려댔다.
퇴직 후 신호수로 일한 지 한 달가량 됐다는 이씨는 "하필 제일 더울 때 일을 시작했다"며 "머리끝부터 발바닥까지 땀이 난다. 이런 날에 일하려고 하니 숨이 막힐 지경이다"고 말했다.
앞서 2일 오후 광주 북구 대촌동 모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본 노동자들도 폭염에 가쁜 숨을 몰아 내쉬었다.
가만히 있어도 호흡이 곤란할 정도인데 이들은 33도를 웃도는 햇빛 아래서 연신 허리를 굽혔다 펴며 넉가래로 도로의 흙을 치웠다. 그늘 한 점 없는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일을 하다 보니 더위는 배로 느껴진다고 노동자들은 전했다. 공사현장 주변에 설치된 휴식용 천막을 오가며 얼음물로 목을 축이는 노동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일용직 근로자 이모(43)씨는 "동료들과 수시로 교대하며 더위를 달래고 있지만 큰 의미는 없다. 퇴근하고 나면 땀에 절어있다"며 "더워도 지켜야 할 가정이 있어 참고 일한다"고 말했다.

택배기사들도 곤욕을 치르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날 만난 택배기사 신승호(31)씨는 배달을 출발하기 전부터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신씨가 이날 하루 배달해야 하는 택배는 240여개. 개중에는 5㎏이 넘는 택배도 많았다.
특히 신씨의 담당 지역인 매곡동과 오치동은 대부분 엘리베이터가 없는 주택과 원룸이 밀집해 있어 무거운 택배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려야만 했다.
차량에 에어컨을 틀 수 있긴 했지만 택배를 수시로 꺼내고 운반하느라 땀은 마르지 않았다.
신씨는 흘러내리는 땀을 연신 손수건과 팔에 낀 쿨토시로 닦았다. 집에서부터 챙겨온 얼음물로 더위를 달래기도 했다.
신씨는 "배달 속도가 지체될까 봐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없다. 원래도 점심을 안 먹는 편이지만 요즘은 너무 더워서 입맛마저 없다"며 "여름철 배송이 다른 때보다 힘든 편이다. 그나마 광복절 전날이 '택배 없는 날'이라 쉴 수 있어 다행이다"고 말했다.

폭염은 이동 노동자에게도 두려운 존재다.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위를 헬멧을 쓰고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날 오후 찾은 북구 용봉동 모 배달대행업체 사무실에서 만난 박태건(18)군은 "쉬고 싶어도 못 쉰다"고 하소연했다.
정부의 권고대로 무더운 시간대 작업을 피하고 싶어도 생계를 위해 배달 콜이 울리면 지체없이 나서는 상황이다.
헬멧 속에서 쏟아진 땀방울이 심할 때는 시야를 가릴 정도로 힘들다고 라이더들은 입을 모았다.
동료 라이더 8명과 3평이 채 안 되는 좁은 사무실에서 옹기종기 모여 더위를 식히던 그는 땀이 마르기 전에 배달 콜이 울리자 다시 헬멧을 집어 들었다.

박군은 "오토바이는 차량과 다르게 햇빛과 지열을 동시에 받아 훨씬 덥다. 요즘은 달릴 때도 뜨거운 바람이 불어와 괴롭다"며 "음식을 가지러 갔다가 준비가 안 됐으니 밖에서 기다리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는데 업주들도 라이더들을 배려해 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비슷한 시간 찾은 광주 서구 풍암동 모 대형마트 야외 주차장에서 본 주차요원들도 폭염에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주차요원들은 한 손에 빨간색 경광봉을 들고 팔을 끊임없이 흔들며 차량을 통제했다. 그늘 한 점 없는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쓰고 있는 모자가 전부였다. 차량이 오지 않을 때만이라도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도 없었다.
모자와 팔토시, 눈 아래 얼굴 전체와 목까지 가려주는 안면 마스크로 중무장한 주차요원들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한 주차요원은 "야외라는 공간적 특성과 항상 서 있어야 하는 업무 특성상 하루종일 햇빛 아래에서 일을 한다"며 "올해 여름은 유독 더운 것 같다. 빨리 여름이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박승환·차솔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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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체포방해' 등 윤석열 전 대통령에 징역 5년 선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9월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첫 공판에 출석해 있다. 뉴시스공수처 체포영장 집행 방해 등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는 16일 특수 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대통령경호처 소속 공무원을 동원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다.또 12·3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 외관을 만들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만 소집함으로써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국무위원 9명의 심의권을 침해한 혐의,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부서한 문서에 의해 비상계엄이 선포된 것처럼 계엄 해제 뒤 선포문을 만들고, 이를 파쇄·폐기한 혐의,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의 비화폰 통화기록 삭제를 지시한 혐의, 비상계엄을 해제한 날 외신에 허위 사실을 PG(프레스 가이드)로 작성·전파한 혐의도 받았다.재판부는 "비상계엄은 국가적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다른 수단과 방법이 없는, 지극히 예외적인 상황에 이뤄져야 한다"며 "대한민국 헌법에 계엄 선포에 관한 심의를 특별히 언급하는 것 역시 대통령 권한 오남용을 막고 독단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평시 국무회의보다 국무위원 전원의 의견을 더 경청하고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어 "그런데 피고인은 계엄 선포에 관해 전례 없이 일부 국무위원에게만 소집을 통지해 헌법을 정면으로 위배해 소집 통지를 받지 못한 국무위원의 심의권을 침해했다"며피고인은 사후 계엄선포문 작성 가담·폐기했는데 대통령으로서 헌법 수호와 법질서 준수 의무가 있는데도 헌법을 경시한 태도를 보여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강조했다.마지막으로 "수사 과정에서 대통령으로서 가지는 막강한 영향력을 남용해 적법한 영장 집행을 저지했는데 사적 이익을 위해 대한민국에 충성하는 경호처 공무원을 사실상 사병화했다"며 "죄질이 매우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에 관해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며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전혀 보이고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다만 "허위공문서 작성 등 범행의 경우 적극적으로 범행을 주도했다고는 보기 어렵다"면서 "형사처벌 전력을 받은 점이 없는 초범인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설명했다.이번 1심 실형은 윤 전 대통령의 첫 재판 선고다. 윤 전 대통령은 이번 사건 외에도 검찰과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으로부터 총 7회 기소돼 각각 재판받고 있다. 비상계엄 관련 '본류'라 할 수 있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선고는 오는 2월19일 열린다. 특검팀은 지난 13일 결심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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