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더위 속 시내 상가 '개문냉방'···전기 부족 걱정

입력 2024.08.02. 15:58 차솔빈 기자
시내 곳곳 개문냉방 점포 많아
개문냉방시 전기 소모 66%↑
코로나19 이후 단속 사실상 無
1일 동구 충장로4가 인근 여성의류점. 이곳 역시 문을 열어놓은 채 영업을 하고 있었다.

연일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웃도는 찜통더위가 극성을 부리는 가운데 '호남 최대 상권'인 광주 동구 충장로 주변 개문냉방 영업이 성행하고 있다.

이달 중순께 전국 전력수요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개문냉방 등으로 인한 전력 누수가 도심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일 광주 동구 충장로 인근 한 옷가게. 이곳 역시 개문냉방을 하고 있었다.

2일 오후 광주 동구 충장로 충장우체국 주변.

이곳에는 의류부터 신발 등 패션·잡화는 물론 음식점, 카페 등 어림잡아 수십여개에 달하는 상점이 밀집됐다.

이날 한낮 체감온도는 35.6도까지 치솟았다.

볕 아래 서 있기만 해도 1분도 채 되지 않아 금세 얼굴에 땀이 맺힐 정도의 더위다.

하지만 충장로 주변 상점가를 걷는 동안 더위보다는 냉기가 느껴졌다. 대부분의 상점이 출입문을 열어 둔 채 영업하면서 실내 냉기가 그대로 실외로 배출되고 있었다.

실제 충장로 1가의 무인 사진스튜디오와 인형뽑기점도 문이 열린 채 영업이 한창이다. 손님들도 당연하다는 듯이 문을 열어놓은 채 출입을 반복했다.

1일 광주 동구 충장로의 대형 의류점포. 이곳은 1층 점포 전체를 열어둔 채 영업을 하고 있었다.

충장로2가의 한 대형 의류점포는 1층 점포 전체를 오픈한 채 영업했다. 물론 내부에 냉방장치는 모두 작동 중이었다.

다른 의류 브랜드 상점 역시 자동문을 아예 고정시켜 둔 채 장사를 했다.

1일 광주 동구 충장로의 어느 드럭스토어. 열린 문으로 냉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1일 광주 동구 충장로 한 드럭스토어. 냉,난방기 가동 중 문을 닫고 영업 중에 있다는 안내문이 문에 적혀 있었지만, 문을 열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한 드럭스토어는 '냉, 난방기 가동 중 문을 닫고 영업 중에 있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문에 적혀 있었지만, 실제로는 문을 연 채 영업 중이었다.

해당 업장 점주 윤모(55·여)씨는 "문을 열어놓고 장사를 하면 전기세가 훨씬 많이 나오지만, 문을 열어 놨을 때와 닫았을 때 매출에 차이가 있어 어쩔 수가 없다"며 "다른 곳도 다 열고 장사하는데 우리만 닫고 장사를 할 수도 없지 않으냐"고 했다.

1일 동구 충장로2가의 어느 SPA브랜드 점포. 자동문을 열어둔 채 영업을 하고 있었다.

반면 시민들은 기후변화로 전 지구적인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개문냉방 영업은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회사원 이모(33·여)씨는 "이렇게 옆으로 지나가기만 해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면 안에서 냉방을 얼마나 세게 하고 있을까 걱정스럽다"며 "지금 당장 시원하고 편한 일이 미래세대에게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부터라도 강한 제재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 황모(61)씨는 "예전엔 아껴야 산다고 에어컨을 끄기도 했는데, 요즘은 전기가 남아도나 보다"며 "이렇게 낭비가 심하니 전기요금이 오르는 거 아니냐"며 화를 냈다.

지난해 한국에너지공단의 모의실험 결과에 따르면, 개문냉방 시 문을 닫고 냉방 할 때와 비교해 전기를 66% 더 사용하고, 전기요금은 33%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여름철 전력낭비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관련 단속은 허술하다.

정부는 2011년부터 개문냉방 영업 단속을 시행하고 있지만 에너지 수급 상황이 악화(전력예비율 10% 미만, 예비전력 500만kw 이하) 됐을 경우에 한 해서 단속이 이뤄지고 있어 실효성이 없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 시기와 겹쳐 방역지침으로 실내 환기가 권고되면서 단속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이와 관련 자치구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개문냉방 단속에 대한 법적 근거 없이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침에 따라서만 단속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외의 상황에서 에너지 낭비에 대해 조치를 취하기 힘들다"며 "올해는 아직까지 에너지사용제한 조치가 내려오지 않았기 때문에 여름시기 가게를 방문해 계도·안내문 제공 등 홍보 위주의 활동만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솔빈기자 ehdltjstod@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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