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 신호 기다릴 때 고통
모두 설치 현실적 불가능
"폭염 피해 대책 고민할 것"
"그냥 걸어다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더운데 신호를 기다릴 때는 1초가 1분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모든 횡단보도마다 그늘막을 설치할 순 없는 건가요?"
광주지역에 연일 폭염특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횡단보도 주변에 그늘막이 부족해 보행자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폭염경보가 발효 중인 지난 1일 오전 10시께 광주 남구 봉선동 남구종합문화예술회관 앞 교차로.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보행자들의 얼굴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아직 오전 10시밖에 안 됐지만 기온은 벌써 30.4도였다.
그러나 횡단보도 4개 중 햇빛을 피할 그늘막은 단 1개뿐이었다.
보행자들은 내리쬐는 햇빛을 피하기 위해 양산과 부채로 얼굴을 가리거나 나무 아래 그늘에 몸을 숨긴 채 신호를 기다렸다.
봉선동 주민 박선자(68·여)씨는 "요즘 날씨가 너무 더워 집 밖에 나가기 겁이 난다"며 "신호 기다리는 시간도 유독 길게 느껴진다. 왜 횡단보도마다 그늘막이 없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같은날 오전 11시께 광주 북구 중흥동 광주역 앞 교차로의 상황도 비슷했다.
정오를 한 시간 앞뒀지만 이미 기온은 31.5였다.
허나 이곳 교차로도 횡단보도 6개 중 그늘막이 2개만 설치돼 있었다.
특히 보행 신호가 동시에 켜지지 않다 보니 보행자들은 횡단보도를 전부 건너려면 도합 3분가량을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기다려야 했다.
보행자들은 햇빛을 피하려고 나무 아래 그늘에 옹기종기 모여 신호를 기다렸다. 녹색 신호가 들어오자마자 발길을 재촉하다가 넘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도 눈에 띄었다.
직장인 정모(33)씨는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다 보면 그늘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의 차이가 너무 크게 느껴진다. 안 그래도 땀이 많은 체질인데 점심시간에 밥 먹으러 나가면 땀으로 샤워를 하곤 한다"며 "횡단보도만큼은 그늘막을 설치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그늘막은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보행자들이 잠시나마 햇빛을 피할 수 있는 대표적인 폭염저감시설이다.
현재 광주지역에 설치된 그늘막은 동구 85개(고정형 68개·스마트형 17개), 서구 122개(115개·7개), 남구 102개(84개·18개), 북구 114개(101개·13개), 광산구 190개(178개·12개)다.
고정형 그늘막은 파라솔 형태로 항상 펼쳐져 있는 그늘막을 말하며, 스마트형 그늘막은 특정 온도가 되면 자동으로 펼쳐지는 그늘막이다.
교차로 대비 설치 비율을 살펴보면 동구 60.3%(교차로 141곳 중 그늘막 85개), 서구 41.2%(296곳 중 122개), 남구 42.3%(241곳 중 102개), 북구 25.9%(440곳 중 114개), 광산구 32.3%(588곳 중 190개) 수준이다.
올해 안에 서구는 고정형 28개, 남구는 고정형 1개와 스마트형 5개, 북구는 고정형 9개와 스마트형 14개, 광산구는 고정형 10개와 스마트형 8개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광주 자치구들 모두 횡단보도마다 그늘막을 설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늘막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행정안전부가 마련한 '그늘막 설치·관리지침'을 보면 그늘막 설치 장소를 가급적 대형교차로 등 차로 폭이 최소 4m 이상인 간선도로변 횡단보도로 선정하되 보도 폭이 최소 3.5m 이상인 곳에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자치구 안전총괄과 관계자는 "날씨가 덥다 보니 그늘막을 설치해달라는 민원이 많이 접수되고 있다. 다만 현장에 나가 확인해보면 보도 폭이 좁아 운전자 시야에 방해를 주는 등 설치조건에 맞지 않는 경우가 꽤 있다"며 "보행자들의 폭염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끊임없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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