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중계 안 해 영상통화로 경기 지켜봐

"마지막 올림픽 출전이었던 만큼 영미 스스로 누구보다 아쉬울 것 같습니다. 귀국하면 그동안 고생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단체 준준결승전(8강전)이 열린 지난 30일 광주에서도 '대한민국' 함성이 울려 퍼졌다.
비록 개최국인 프랑스에 발목이 잡히면서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응원에 나선 동료들은 대표팀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격려를 보냈다.
이날 오후 8시께 찾은 광주 서구 풍암동 서구청 펜싱팀 남자 합숙소에는 평소와 다르게 긴장감이 맴돌았다.
강영미(39·광주서구청), 송세라(31·부산시청), 이혜인(29·강원도청) 선수로 구성된 펜싱 여자 에페 대표팀의 8강전 경기를 앞두고 있어서다.
사상 첫 금메달 도전인 데다가 서구청 펜싱팀 소속인 강영미 선수와 김재원(26) 선수 모두 개인전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한 만큼 8강전 경기는 메달 획득을 위한 유일한 길목이었다.
펜싱 국가대표 베테랑이자 서구청 펜싱팀 맏언니 강영미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감독과 동료들은 합숙소에 일찌감치 모였다. 미리 준비한 태극기와 응원 피켓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경기 시작 시간인 8시30분이 되도록 펜싱 경기를 볼 수 없었다. 지상파 방송사 모두 같은 시간 진행된 탁구 혼합 복식 동메달 결정전을 생중계했기 때문이다.
결국 감독과 동료들은 올림픽 현장에 나가 있던 김재원 선수와의 영상통화로 궁금증을 해소했다.
이것으로 부족해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점수판까지 동원해 가며 대표팀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는 시작부터 잘 풀리지 않았다. 첫 번째 릴레이부터 상대 팀인 프랑스에 리드를 내줬기 때문이다.
릴레이를 거듭해도 프랑스와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경기를 지켜보던 감독과 동료들은 안타까운 듯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아직 시간 많다.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 천천히 풀어가자"라고 외치며 응원을 이어갔다.
강영미 선수가 주특기인 빠라드 동작으로 점수를 뽑자 환호성을 내지르기도 했다.
그러나 수차례의 공격에도 점수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프랑스에 31-37로 끝내 패했다.
응원에 나선 감독과 동료들은 경기가 끝나자 아쉬움을 쏟아내면서도 선수들을 격려했다.

최은숙(39·여) 선수는 "메달을 기대했는데 아쉽다. 개최국과 경기를 하다 보니 현장의 응원 분위기에 선수들이 부담을 느낀 것 같기도 하다"며 "영미도 단체전이라 실수를 안 하려고 하다 소극적으로 경기를 푼 것 같다.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많이 힘들었을 텐데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서구청 펜싱팀 막내 김수빈(20·여) 선수는 "누구보다 가장 아쉬울 것 같다"며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경기에 임해준 선배들의 모습을 보고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동기부여를 받았다"고 했다.
박광현(59) 서구청 펜싱팀 감독은 "첫 번째 릴레이부터 리드를 내어준 게 패배의 요인이었던 것 같다. 영미가 좀 더 공격적으로 플레이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며 "영미의 마지막 올림픽 출전이었는데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해 아쉽다. 그동안 고생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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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기 전에 기억하자" 광주에 강제동원 역사관 조성 목소리 2일 광주 서구 광주시의회 4층 대회의실에서 정책토론회 '식민지 역사의 기억 계승 방안'가 진행됐다. 강주비 기자 광복 80주년을 맞아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의 역사를 보존하고 교육할 '기억의 공간'을 광주에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생존 피해자 대부분이 고령으로 생을 마감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사회와 행정이 협력해 '강제동원 시민역사관' 건립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12일 오후 2시 광주 서구 광주시의회 4층 대회의실에서는 '광복 80주년, 식민지 역사의 기억 계승 방안'을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현재 개발이 추진 중인 옛 전남·일신방직 부지를 중심으로 일제 수탈과 산업화의 흔적이 남은 공간을 어떻게 보존하고 시민사회와 공유할지를 모색하기 위한 자리다.이날 발제를 맡은 노성태 남도역사연구원장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는 중복 포함 약 780만명으로 추정되며, 이 중 국외 동원자만도 100만명을 훌쩍 넘는다"며 "2025년 현재 정부에 등록된 국외 동원 생존자는 640명에 불과하다. 이들 대부분이 100세에 가까운 고령으로, 역사의 진실을 증언할 수 있는 당사자들은 이제 사라져가고 있다"고 지적했다.노 원장은 특히 '태평양전쟁희생자광주유족회'를 이끌며 대일소송 7건을 주도했던 고(故) 이금주 회장에 대한 방대한 기록의 보존 필요성을 강조했다.그는 "수천 건에 달하는 진술서와 소송 문서, 영상 등은 국내 유일의 강제동원 관련 소송 자료"라며 "이 같은 기록물은 반드시 역사관을 통해 체계적으로 정리·전시돼야 한다"고 밝혔다.역사관 입지로는 광주 북구 임동 일대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부지가 제안됐다. 이곳은 일제 시기 미쓰이 계열 '가네보' 방적공장이 위치했던 자리로, 해방 이후에는 전남방직·일신방직으로 이어져 지역 섬유산업을 이끈 산업현장으로 기능했다. 오랜 세월 노동과 생산의 역사가 축적된 이 부지는 식민지 수탈과 산업화를 함께 증언하는 장소로, 공간 자체가 역사적 상징성을 지닌다는 평가다.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이 부지에서 동원된 피해자 8명의 구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 이사장은 "조사 대상자의 대부분이 12세 안팎의 미성년자였고, 최연소는 7세에 불과했다"며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은 물론 일본 국내 법령조차 위반한 명백한 아동 노동 착취였다"고 밝혔다.이 이사장은 "도망치거나 거부할 수 없는 구조 속에서 일부는 공장 내 사고로 손가락이 절단되거나, 강압적 노동과 폭력에 평생 시달렸다"며 "이들의 생생한 증언과 기록을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보존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정혜경 일제전쟁유적네트워크 대표는 "보존의 주체를 정부나 지자체 중심에서 벗어나, 전문가와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보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적 활용 방안으로 전수조사와 기록화, 건축자산제도 및 문화재 등록제도 적용 등을 제시했다.광주시의 관련 사업 추진 현황도 공유됐다. 강은순 광주시 민주보훈과장은 "그간 시는 피해자 고발대회, 구술자료집 발간, 기록물 전시 등을 통해 기억 계승 사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며 "현재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보관 중인 기록물만 1천200여점에 달하지만, 전용 보존공간이 없어 사무실 일부에서 관리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강 과장은 "기록물의 안정적인 보관을 위해 시 유휴 공간 확보를 검토했으나, 적절한 장소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장기적으로는 부산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의 분관 형태로 광주에 역사관을 설립하는 방안을 중앙정부에 건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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