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오기 전 지난해 총 발생 수 하루 남겨
땀 흘리려 운동 나선 시민들 인산인해
"요즘은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밤잠을 설치기 일쑤입니다. 집안에서 더위와 힘겨운 사투를 벌이는 것보다 밖으로 나가 가볍게 산책을 하면 땀과 열 배출이 원활해져 숙면에 도움이 됩니다."
광주지역에 밤사이 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열대야' 현상이 10여일째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밤까지 이어지는 찜통 더위에 잠을 설치는 시민들은 운동으로 열대야를 이겨내기 위해 도심 공원과 운동장을 찾아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 29일 오후 8시께 찾은 광주 서구 풍암저수지는 산책을 하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저수지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에는 백발의 어르신부터 어린 자녀들과 함께 온 가족, 젊은 부부나 커플, 학생들까지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운동에 매진하고 있었다.
반소매 상의에 무릎까지 오는 바지를 입은 채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산책로를 따라 두 팔을 앞뒤로 흔들며 가볍게 걷거나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까지 달리며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운동기구를 이용하거나 맨발로에서 맨발 걷기를 하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열은 열로 다스린다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는 말처럼 가벼운 운동으로 땀을 흘려 몸 속의 더운 기운을 몸 밖으로 내보내 열대야를 이겨내려는 것이다.
매일 밤 풍암저수지에서 달리기를 한다는 직장인 김정환(33)씨는 "운동으로 땀을 흘린 뒤 집에 가서 씻으면 너무 개운하다. 잠도 푹 잘 수 있다"며 "올해는 유독 더운 것 같다. 여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내 손을 잡고 산책을 나온 70대 한모씨는 "옛날에 에어컨이 없었을 때는 집 안보다 밖이 더 선선해서 자연스레 나오곤 했다. 습관이 들어서인지 저녁 먹고 아내와 함께 자주 나온다"며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바람을 맞으면 오히려 집보다 선선하다"고 미소 지었다.
다양한 운동 시설이 갖춰진 전남대학교 대운동장 일대도 늦은 시간까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같은날 오후 11시께 방문한 전남대 대운동장에도 시민들이 붐볐다.
자정이 다가오는 늦은 시간이었지만 운동장에서는 우레탄 트랙 위를 달리는 열혈 운동인들이 자주 포착됐다.
무더위를 잠시나마 잊고 단체 운동인 축구와 농구를 즐기던 학생들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송 맺혀 있었다.
돗자리에 삼삼오오 모여 시원한 맥주 한 잔에 무더위를 날리는 청춘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농구를 하던 박상현(20)씨는 "에어컨을 계속 틀고 자기에는 감기에 걸릴 것 같고 안 켜면 너무 덥고 끕끕해 못 견딘다"며 "땀을 많이 흘리고 나면 시원해지고 잠도 잘 온다. 몸도 건강해지니까 일석이조다"고 했다.
기숙사 룸메이트들과 맥주를 마시러 나온 김모(22·여)씨는 "기숙사는 에어컨이 틀어져 있어도 덥다. 더위를 피해 룸메이트들과 시원한 맥주를 마시러 나왔다"며 "맥주 한 캔 마시고 자면 중간에 깨지 않고 깊이 잠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열대야는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으로 유지되는 현상으로 광주에서는 21일부터 이달 29일까지 9일 연속 열대야가 발생하고 있다.
광주기상청에 따르면 광주에서만 이달 1일부터 29일까지 열대야가 총 13일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7월 광주의 열대야 발생 일수(5일)를 2배 이상 뛰어넘은 수치이자 8월이 오기도 전에 이미 지난해 전체 발생 일수(14일)와 맞먹는 수준이다. 아직 8월이 남아있는 점을 감안하면 광주 역대 열대야 최다 기록인 1994년(37일)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기상청은 현재 우리나라가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에 위치해 적도부근에서 지속적으로 따뜻한 남풍이 유입되는 데다가 우리나라 서쪽 티베트 고기압의 영향으로 열이 빠져나가지 못해 열대야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온열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다"며 "야외 활동 시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는 등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 고명숙 장성병원 이사장 "열악한 환경에서도 지역의료 최전선 지킬 것" 고명숙 장성병원 이사장이 10일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열악한 의료환경 속에서도 5만 장성군민의 생명을 지키는 지역의료의 최전선을 끝까지 책임지겠습니다."고명숙 장성병원 이사장은 10일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농촌지역 의료공백이 오늘내일 일은 아니지만, 의정갈등 사태의 장기화로 농촌 의료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지방소멸위기 지역으로 분류된 장성군에 자리한 장성병원은 열악한 농촌지역 의료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군민들의 건강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240병상 규모의 준종합병원급으로 내과와 정형외과,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응급의학과 등 7개 진료과에 물리치료실, 종합검진센터, 응급실 등 시설을 갖추고 있다.특히 지역에서 유일하게 주말·야간·공휴일에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응급실은 응급환자에게 최후의 보루다.농촌지역 특성상 거동불편 고령환자가 많아 직접 찾아가는 가정간호서비스, 군민 상대 건강 교육 등 맞춤형 의료사업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이사장은 "장성병원은 군민들에게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신 의료장비와 의료진 등을 종합적으로 갖춘 지역 대표 의료기관"이라며 "농촌 특성상 환자 상당수가 고령화와 노동으로 인한 신체·정신질환이 심각하다. 이들의 편의를 위해 의료진이 방문 치료를 하거나, 예방 차원으로 환자 스스로 건강을 책임질 수 있도록 의료 정보를 제공하는 교육 등 사업에도 전념하고 있다"고 했다.하지만 병원 운영에 어려움도 많다.고 이사장은 구인난을 언급하며 "의사는 항상 부족한 데 지원자가 없다"며 "지역인재를 우선 채용하려고 해도 인구가 급감하는 지역이다보니 쉽지 않다. 타지역 지원자는 숙소 문제 해결, 출퇴근 지원 등 요구가 많아 조건 맞추기가 힘들다"고 했다.이어 "필수의료인 응급의학과 의사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라고 비유하며 "우리 응급실은 현재 군의관이 투입돼 가까스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의료 봉사의 사명감으로 인내하고 헌신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고 이사장은 환자와 의료진 모두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지난해 45억원을 들여 병원 새단장을 마친 고 이사장은 "코로나 시절에 병실이 부족해 코로나 환자를 다수 수용하지 못해 안타까웠다"며 "언제든지 팬데믹을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계기로 병상 증축 등 계획을 세웠다"고 했다.고 이사장은 최근 박사학위를 취득했다.그는 "어떻게 하면 환자와 의료진이 다 같이 만족하는 의료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며 "직원들 고충에 경청하고 마음의 짐을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고 이사장은 "지방소멸위기의 농촌에서 힘겹게 운영되고 있는 의료기관들을 위한 지원이 절실하다. 환자 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적자에 시달려 문을 닫는 의료기관이 수두룩하다"며 "우리 병원은 응급실 운영에 필요한 최소 인건비를 지원받고 있지만 부족하다. 지역 의료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각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책을 추진하길 바란다"고 정부와 장성군에 건의했다.그러면서 "관내 환자들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주변 대도시로 원정 진료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역의료 역량을 키워나가겠다. 지역민이 사랑하는, 신뢰받는 장성병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장성=최용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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