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땀 쫙 빼야 꿀잠"...열대야에 광주 도심 산책로·운동장 북적

입력 2024.07.30. 14:56 박승환 기자
광주 올해 열대야 13일...9일 연속 관측
8월 오기 전 지난해 총 발생 수 하루 남겨
땀 흘리려 운동 나선 시민들 인산인해
지난 29일 오후 8시께 광주 서구 풍암저수지. 시민들이 땀을 흘리기 위해 산책을 하고 있다.

"요즘은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밤잠을 설치기 일쑤입니다. 집안에서 더위와 힘겨운 사투를 벌이는 것보다 밖으로 나가 가볍게 산책을 하면 땀과 열 배출이 원활해져 숙면에 도움이 됩니다."

광주지역에 밤사이 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열대야' 현상이 10여일째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밤까지 이어지는 찜통 더위에 잠을 설치는 시민들은 운동으로 열대야를 이겨내기 위해 도심 공원과 운동장을 찾아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 29일 오후 8시께 찾은 광주 서구 풍암저수지는 산책을 하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저수지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에는 백발의 어르신부터 어린 자녀들과 함께 온 가족, 젊은 부부나 커플, 학생들까지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운동에 매진하고 있었다.

반소매 상의에 무릎까지 오는 바지를 입은 채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산책로를 따라 두 팔을 앞뒤로 흔들며 가볍게 걷거나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까지 달리며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운동기구를 이용하거나 맨발로에서 맨발 걷기를 하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열은 열로 다스린다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는 말처럼 가벼운 운동으로 땀을 흘려 몸 속의 더운 기운을 몸 밖으로 내보내 열대야를 이겨내려는 것이다.

매일 밤 풍암저수지에서 달리기를 한다는 직장인 김정환(33)씨는 "운동으로 땀을 흘린 뒤 집에 가서 씻으면 너무 개운하다. 잠도 푹 잘 수 있다"며 "올해는 유독 더운 것 같다. 여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내 손을 잡고 산책을 나온 70대 한모씨는 "옛날에 에어컨이 없었을 때는 집 안보다 밖이 더 선선해서 자연스레 나오곤 했다. 습관이 들어서인지 저녁 먹고 아내와 함께 자주 나온다"며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바람을 맞으면 오히려 집보다 선선하다"고 미소 지었다.

다양한 운동 시설이 갖춰진 전남대학교 대운동장 일대도 늦은 시간까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난 29일 오후 11시께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대운동장. 시민들이 땀을 흘리기 위해 운동을 하고 있다.

같은날 오후 11시께 방문한 전남대 대운동장에도 시민들이 붐볐다.

자정이 다가오는 늦은 시간이었지만 운동장에서는 우레탄 트랙 위를 달리는 열혈 운동인들이 자주 포착됐다.

무더위를 잠시나마 잊고 단체 운동인 축구와 농구를 즐기던 학생들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송 맺혀 있었다.

돗자리에 삼삼오오 모여 시원한 맥주 한 잔에 무더위를 날리는 청춘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농구를 하던 박상현(20)씨는 "에어컨을 계속 틀고 자기에는 감기에 걸릴 것 같고 안 켜면 너무 덥고 끕끕해 못 견딘다"며 "땀을 많이 흘리고 나면 시원해지고 잠도 잘 온다. 몸도 건강해지니까 일석이조다"고 했다.

기숙사 룸메이트들과 맥주를 마시러 나온 김모(22·여)씨는 "기숙사는 에어컨이 틀어져 있어도 덥다. 더위를 피해 룸메이트들과 시원한 맥주를 마시러 나왔다"며 "맥주 한 캔 마시고 자면 중간에 깨지 않고 깊이 잠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열대야는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으로 유지되는 현상으로 광주에서는 21일부터 이달 29일까지 9일 연속 열대야가 발생하고 있다.

광주기상청에 따르면 광주에서만 이달 1일부터 29일까지 열대야가 총 13일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7월 광주의 열대야 발생 일수(5일)를 2배 이상 뛰어넘은 수치이자 8월이 오기도 전에 이미 지난해 전체 발생 일수(14일)와 맞먹는 수준이다. 아직 8월이 남아있는 점을 감안하면 광주 역대 열대야 최다 기록인 1994년(37일)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기상청은 현재 우리나라가 북태평양고기압의 가장자리에 위치해 적도부근에서 지속적으로 따뜻한 남풍이 유입되는 데다가 우리나라 서쪽 티베트 고기압의 영향으로 열이 빠져나가지 못해 열대야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온열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다"며 "야외 활동 시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는 등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 연관뉴스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