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미미·지원율 불투명···광주·전남 수련병원 '사면초가'

입력 2024.07.21. 19:29 이관우 기자
전남대·조선대병원 22일 전공의 68명 모집
모집인원 대폭 축소에도 이탈 전공의 요지부동
복귀 대신 병의원 취업·입대·美 진출 분위기
政 사직처리 소극적인 병원 전공의TO 축소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으로 의료 공백이 계속되자 정부가 전공의들의 복귀 시한(15일)을 밝힌 가운데 14일 광주 동구 학동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진료순서를 기다리는 환자 곁을 지나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올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앞두고 광주·전남지역 수련병원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이탈 전공의에 대한 사직 처리를 유보했지만 복귀자는 없는데다가, 정부가 전공의 사직 처리에 소극적인 수련병원에 대해 불이익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광주·전남지역 수련병원인 전남대·조선대병원은 오는 22일부터 병원 홈페이지에 하반기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채용 공고를 올리고 이달 말까지 원서를 받는다.

공고에선 진료과별 모집 인원과 필기·실기 시험 일정, 지원 자격, 시험별 배점 비율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최종 합격자들은 9월1일부터 수련에 들어간다.

애초 전공의들은 수련 도중 사직 시 '1년 내 동일 과목·연차'에 복귀할 수 없으나, 올 9월에 복귀하는 사직 전공의는 예외다. 정부가 복귀나 사직으로 이끌 유인책을 제시한 셈이다.

이후 정부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 절차에 들어가며 각 수련병원에 전공의 사직 처리 마감 시한(7월15일)을 제시했다.

전남대·조선대병원은 각각 이탈 전공의 231명, 96명의 사직서 수리를 보류하고 상반기에 확보하지 못한 인원인 28명(레지던트), 40명(인턴 36명·레지던트 4명)을 하반기에 모집하겠다고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에 신청했다.

2차 의료기관이지만 수련 제도가 있는 광주기독병원은 이탈 전공의 19명 중 사직 처리한 1명 등 4명을 결원분으로 수평위에 알렸다.

전국으로 치면 수련병원들은 이번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7천707명(인턴 2천557명, 레지던트 5천150명)의 모집 인원을 신청했다.

모집 인원에는 이탈 전공의와 관계없이 발생한 결원이 반영됐는데, 전남대·조선대병원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전남대·조선대병원은 전공의 대다수가 사직 처리 마감 시한까지 사직 또는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아 최종 결원 규모를 확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사직 처리가 보류된 전공의는 소속 병원 정원(TO)으로 남기 때문에 결원 규모가 축소될 수밖에 없고 자연스레 하반기 모집 인원도 감소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남대·조선대병원의 이런 결정에는 사직서 처리 시 전공의들이 수도권으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상반기에 확보하지 못한 인원 등 일반 결원분만 모집하겠다는 계획도 현 의정 갈등 상황을 감안하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이탈 전공의들은 복귀하기보다는 일반의로 병·의원에 취업하거나, 입대나 미국 진출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명단 공개 등 '낙인찍기' 행위가 온라인에서 확산하고 있다는 것도 전공의 복귀에 발목을 잡는 부분이다.

정부마저 수련병원에 책임을 돌렸다.

보건복지부는 이탈 전공의에 비해 사직자가 지나치게 적거나, 사직 처리결과나 9월 모집 신청을 하지 않은 수련병원에 대해 내년 3월 모집 때부터 전공의 TO를 축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TO가 줄어들면 전공의들이 뒤늦게 복귀하려고 해도 돌아올 자리 자체가 적어질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명령을 철회하고 행정 처분하지 않기로 했으며, 사직자에게는 9월 복귀의 길까지 열어줬다"며 "사직을 허용했지만 수련병원이 사직 처리를 하지 않은 것"이라며 "사직 여부 등 계약 관계는 병원과 전공의 사이의 일"이라고 했다.

지역 대학병원 관계자는 "사직 처리를 보류한 수련병원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며 "정부는 하반기 모집에서 전공의들을 조금이라도 더 복귀시키기 위해 지역 이동 제한을 풀었다. 우려되는 부분은 소속 전공의들이 지방보다 여건이 좋은 수도권 병원으로 이동할 수 있어 사직서 수리에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이어 "의정 갈등이 출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탈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모두 처리했다고 가정해도 하반기 모집에서 결원분이 충원될 가능성이 극히 적을 것으로 예상한다. 전공의들을 더 설득해 최대한 많이 복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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