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순천공장 근로자들과 근무지 갈등

입력 2024.07.18. 16:32 김학선 기자
정규직 전환 사내하청 근로자들
당진·포항 등 원거리 인사에 반발
사측, 인원 포화 6년 후 순차 전환
현대제철 대법 판결자 부당인사 저지 대책위원회 소속 근로자들이 지난 12일 서울로 상경해 한남동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현대제철대법판결자부당인사저지대책위원회제공

오랜 법정다툼 끝 정규직으로 전환된 현대제철 순천공장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사측의 원거리 인사조치에 반발, 갈등을 빚고 있다.

18일 현대제철과 현대제철 대법 판결자 부당인사 저지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현대제철 순천공장 사내하청 근로자 120여명은 지난 3월 대법원 판결로 정규직으로 전환, 1차(3월20일~6월14일) 교육에 이어 2차(6월24일~7월19일) 교육을 충남 아산에서 받고 있다.

지난 2011년 7월,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집단소송을 제기한 현대제철 순천공장 사내하청 근로자들은 13년6개월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최근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올해 3월 대법원이 불법 파견임을 인정하고 현대제철 근로자임을 확정하는 판결을 내리자, 현대제철이 120명 전원에 대해 직접 고용을 이행하면서다.

문제는 현대제철이 교육을 수료한 근로자들을 기존 근무지가 아닌 충남 당진과 경북 포항 등지의 공장으로 배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현대제철은 순천공장 사내하청 문제로 법정 공방이 계속되자 자회사를 설립해 기존 협력사의 업무를 이행해왔다. 현재 순천공장의 경우 정원 340여명이 모두 고용된 상황이라 추가 고용이 어려운데다, 이번 법원 판결에 따라 현대제철 정규직으로 채용된 근로자들을 자회사로 배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당진, 포항, 인천 등 전 공장에 안전담당 직무를 신설해 배치한 후 6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순천공장 근무가 가능하도록 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근로자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대책위원회를 조성해 순천공장에서 근무하도록 해달라며 회사 측에 항의를 하고 있다.

대책위원회는 "법원투쟁 13년6개월 만에 대법원 확정판결로 현대제철의 정규직이 됐으나 현대제철은 정규직으로 전환을 위한 입문교육이란 이유로 천안, 아산, 경주 등 3곳으로 교육장을 지정해 일터와 가정에서 강제분리했다"며 "순천공장은 불법파견 공정에 자회사 현대IEC 계약직을 100여명 채용해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불법파견을 은폐하려는 현대제철의 자회사꼼수 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말했다. 또 "대법원 판결을 온전히 이행할것을 요구하며 대화에 나설것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현대제철은 강제인사명령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으로 불법파견을 은폐하려는 시도를 당장 중단하고 지금이라도 대법원판결을 온전히 이행하기 위한 대책위와의 대화에 나서길 바란다"고 밝혔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해당인원을 전원 직고용했지만 이들은 순천공장 외 사업장 근무는 거부한다는 주장만을 고수하고 있다"며 "이에 회사는 향후 6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순천공장 근무가 가능하도록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거부당한 상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무자 개개인 입장을 최대한 고려한다는 방침은 변함없지만 120명 전원이 일시에 순천공장에서 근무한다는 것은 현재 여건상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순천=김학선기자 balaboda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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