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용봉동 안전의 거리 '그린로드'···안전은 글쎄

입력 2024.07.18. 09:58 차솔빈 기자
길에 유도봉 없어 불법주차 횡행
불법투기 쓰레기 길 막고 악취도
구 "협의와 단계적 조성 필요"
16일 오전 광주 북구 용봉동 안전의거리 그린로드 위에 불법주차된 차량 때문에 학생이 차가 지나다니는 도로를 건너고 있다.

"보행자가 안전한 길이라고 조성해 놨는데 불법주정차로 사람은 오가지도 못 하네요."

17일 오후 광주 북구 용봉동 행정복지센터 인근에 조성된 그린로드.

16일 오전 광주 북구 용봉동 그린로드, 주차된 차량 때문에 맞은편에서 오는 차량이 보이지 않아 자칫 위험했다.

'모두가 안전한 길'이라고 적힌 문구가 무색하게 녹색으로 색칠된 보행로에는 불법주정차로 인해 정작 보행자가 통행에 불편을 겪고 있었다.

이곳은 북구가 안전한 교통 환경을 마련한다는 목적으로 지난 2020년 5억원을 투입해 조성한 거리다.

그럼에도 안전은커녕 불법투기 쓰레기까지 널브러져 있고 미관상에도 좋지 않은 등 걷기 불편한 거리로 전락했다.

16일 오전 광주 용봉동 그린로드 근처, 그린로드는 큰길가에 조성돼 있어 정작 불안함을 느끼는 좁은 골목길은 여전했다.

실제로 이곳을 다니는 학생과 주민 등 시민들은 대부분 주정차 된 차를 피해 그린로드 맞은편 인도를 이용하거나 아예 차를 피해 차도로 오가는 실정이다.

홍애숙(67)씨는 "여기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매번 밟아왔지만, 이게 뭐 하는 건지도 몰랐다"며 "오히려 술집들이 몰린 곳에 형성돼 저녁이면 취한 사람들 때문에 무섭다"고 말했다.

16일 오전 광주 북구 용봉동 그린로드, 시민들은 대부분 그린로드를 이용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용봉우미아파트나 용봉지역아동센터 방향으로 향하는 그린로드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녹색길 위로 쓰레기봉투가 쌓여 있거나 불법 주차금지 적치물이 길을 막고 있었고, 그 뒤편으로도 주차된 차량이 다시 한번 길을 막아섰다.

또, 교차로의 경우 그린로드를 막은 차들 때문에 시야가 가려, 마주 오는 차나 뒤에서 오는 차량이 보행자들에게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게다가 그린로드 자체가 골목마다 조성되지 않고 비교적 큰 도로변에만 조성돼, 정작 시민들이 불안감을 느끼는 좁은 골목은 그대로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문제도 있었다.

16일 오전 광주 북구 용봉동 그린로드 위에 투기된 쓰레기와 적치물에 길이 막혀 결국 차도로 걷는 수밖에 없었다.

정시은(23)씨는 "통학하거나 일하러 갈 때 매번 보긴 했지만, 그린로드라는 길 조성이 사실 별 효과가 있나 싶다"며 "오히려 그린로드가 끝나는 곳 근처인 용주어린이공원 주변은 저녁이면 가로등도 거의 없고 인적도 드물어 지날 때마다 어둡고 불안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북구는 지난해와 올해 신안동 용봉초등학교를 비롯해 운암동 대자초등학교, 삼각동 하야예술어린이집 인근, 일곡동 일동초등학교 주변 등 스쿨존 이면도로에도 그린로드를 신설했다. 신규로 조성된 그린로드의 경우 차량 진입을 막는 차단봉이 조성돼 용봉동과 같은 불법주정차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16일 오전 광주 북구 용봉동 그린로드. 불법 투기된 쓰레기에서 나온 액체가 그린로드를 오염시키고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이에 용봉동 주민들 역시 차단봉 설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북구 측은 용봉동 그린로드가 주택 밀집 지역에 조성돼 있어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북구 관계자는 "개인주택과 상가 점포가 밀집된 곳이라 학교 근처와 달리 시선유도봉과 방호울타리를 무턱대고 설치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며 "예산 등을 고려해 구간을 나누고 위치별 주민, 상인들과 협의를 거치는 등 몇 가지 단계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차솔빈기자 ehdltjstod@mdilbo.com

영상=박현기자 pls214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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