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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들지 마" 불쾌지수 높은 여름철 폭행 사건 가장 많다

입력 2024.07.17. 09:25 박승환 기자
2023년 광주·전남 폭행사건 7천여건
고온다습한 여름철 3분기 가장 많아
경찰 "서로 존중하고 인내하길"
사진=게티이미지 뱅크

#1. 광주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모(33)씨는 최근 난생처음으로 순찰차를 타고 경찰서에 끌려갔다. 직장 동료의 생일을 축하하는 회식 자리에서 담배를 피우러 가게 밖으로 나왔다가 다른 남성과 시비가 붙었기 때문이다. 김씨가 휘청거리면서 남성의 발을 밟았는데 사과하려던 찰나 욕설이 날아왔다. 결국 서로 한 번씩 주먹을 주고받은 끝에 경찰서로 함께 이동했다. 김씨는 "밤에도 날씨가 덥고 습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욱했던 것 같다"며 "경찰서에 도착 후 합의해 다행히 사건은 종결됐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2. 목포에 거주하는 대학생 최모(24)씨도 얼마전 폭행 혐의로 형사 입건됐다. 친구들과 길거리를 걷던 중 술을 마신 남성과 어깨를 부딪쳤는데 그 남성이 사과는커녕 왜 앞길을 막냐며 되려 욕설을 퍼부어서다. 최씨는 불쾌한 나머지 주변 친구들의 만류에도 남성의 뺨을 때렸고, 남성도 최씨의 얼굴을 이마로 들이받았다. 최씨는 "평소였으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날씨 때문에 짜증이 많이 났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습하고 무더운 여름철 날씨로 불쾌지수가 상승하면서 사소한 시비가 폭행으로 이어지는 일이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해 동안 광주지역 폭행 사건 발생 건수는 3천517건(검거 4천471명)으로 집계됐다.

분기별로는 1분기(1~3월) 843건(1천72명), 2분기(4~6월) 900건(1천143명), 3분기(7~9월) 942건(1천222명), 4분기(10~12월) 832건(1천34명)으로 여름철이 포함된 3분기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전남지역도 지난해 총 4천243건(5천462명)의 폭행 사건이 발생했는데, 1분기 1천42건(1천369명), 2분기 1천11건(1천283명), 3분기 1천106건(1천422명), 4분기 1천75건(1천388명)으로 3분기가 가장 많았다.

주목할 만한 점은 무더위가 일찍 찾아온 올해는 2분기까지 벌써 광주 1천699건(2천107명), 전남 1천943건(2천480명)에 달하는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발생 건수의 각각 48.3%, 45.8% 수준으로 아직 본격적인 여름철에 접어들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작지 않은 비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건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지구대·파출소 경찰들은 매년 여름철이면 무더운 날씨에 출동마저 늘어 체력적인 부담을 느끼곤 한다. 심지어 폭행 사건 대부분 단순 시비에서 비화되다 보니 출동해도 당사자들의 화해를 돕는 경우가 태반이다. 다툼을 말리다가 되려 독직폭행으로 고소하겠다는 말을 듣는 일도 종종 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현장에서 화해가 이뤄지지 않아 경찰서로 연행해도 길면 하루 이틀 지나서 서로 사과해 사건조차 안 되는 경우도 많다. 폭행 혐의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해 합의서가 접수되면 처벌할 수 없다.

이와 관련 경찰은 정작 경찰력이 정말 필요한 순간 제때 대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경찰 관계자는 "날씨로 인해 불쾌지수가 높아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도 예민해지는 것 같다"며 "정작 도움이 필요한 순간 경찰력이 쓰이지 못할 수도 있는 만큼 상대방을 존중하고 인내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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