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식은 어디로···광주는 불법 적치물에 '골머리'

입력 2024.06.21. 09:48 차솔빈 기자
주차방지 적치물에 도로 좁아져
도로 완전 막아 차가 돌아가기도
2024년 과태료 부과 비율 단 1%
20일 오전 동구 동명동의 한 주택가, 주차금지 표지판이 줄에 매달려 빗물받이 뚜껑에 묶여 있다.

"이렇게 지나가지도 못하게 표지판을 두는 건 불법 아닌가요?"

SUV 운전자 박모(32)씨는 최근 광주 동구 동명동 골목길에 들어섰다가 난감한 일을 겪었다.

큰길로 합류하려면 골목길을 통과해야 하는데 가뜩이나 좁은 길 한가운데 주차금지 표지판이 떡하니 세워져 있었다.

한쪽으로 치우고 지나갈까도 생각했지만 난감한 상황이 빚어질까 싶어서 결국 후진해서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박씨는 "주정차를 막으려고 하는 뜻은 알겠지만 적어도 차가 빠져나갈 수 있는 공간은 만들어줘야지 길을 막는 것은 너무하지 않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20일 오전 동구 동명동의 한 주택가. 주택가 이면도로 한가운데에 주차금지 표지판이 서 있다.

지난 20일 오후 광주 동구 동명동 주택가.

이곳은 MZ세대를 겨냥한 상점이 몰려 있는 등 명소로 이름나 있어 유동 인구는 물론 차량 통행이 많은 곳이다.

이를 반영하듯 골목길 등 이면도로 곳곳에 주차금지 적치물이 세워졌다.

적치물은 화분부터 타이어, 차단봉, 안전고깔, 표지판 등 모양과 쓰임새도 다양했다.

일부 주차금지 표지판은 맨홀 뚜껑에 묶여 고정돼 있는 것도 있었다.

동명동 행정복지센터 주변 이면도로에는 앞서 박씨 사례처럼 주차금지 표지판이 도로 한가운데에 놓여 차량 통행을 막았다.

때마침 그곳을 지나려던 운전자는 표지판을 보고 난감해하더니 결국 차를 후진해 돌아갔다.

20일 동구 동명동의 한 카페 앞, 빨간 주차금지 팻말이 이면도로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같은 날 남구 주월동 주택가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좁은 도로에는 어김없이 폐타이어와 화분, 의자 등 주차금지 표지판을 대시하는 적치물이 놓였다.

일부 시민들은 집 앞에 나와 주차를 하지 못 하게 막아서면서 운전자와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주민 강모(67·여)씨는 "길이 좁고, 주차공간이 부족하니까 막아 둔다"며 "이러지 않으면 내 차도 댈 공간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주택가 인근 상가의 세탁소도 마찬가지였다. 흰색 실선 구간임에도 불구하고 가게 앞 도로에 주차금지 표지판이 놓여 있었다.

세탁소 주인 김모(55·여)씨는 "가게 앞에 주차를 해놓으면 손님들이 불편하다고 오질 않는다"며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A씨는 "가끔 운전하다 보면 좁은 길에서 주차금지 표지판이 자리를 차지해 차에서 내려 치우는 경우가 있다"며 "좁은 길에 세워두니 주차는 물론 통행도 방해받는다"고 말했다.

20일 북구 용봉동의 한 오락실, 점포 앞 도로에 물을 담은 세제통을 적치해 차량들이 원활히 통과하기 힘들었다.

먹자골목 주변 주택가가 밀집된 북구 용봉동 주변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처럼 주민들이 주차공간 확보를 위해 불법 적치물을 내놓는 행위는 엄연히 불법이다.

도로법 제61조와 75조에 따르면 사유지나 거주자 우선 주차 구역이 아닌 이상, 집 또는 가게 앞 도로에 물건 적치나 구조·교통에 지장을 주는 행위는 금지되고, 만약 적치물을 두기 위해서는 사전 점용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또, 위반 시 도로법 117조에 따라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20일 북구 용봉동의 한 식당가. 라바콘과 주차 금지 표지판 등 다양한 적치물이 도로 한 면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적발이 쉽지 않은데다 불법주정차로 인한 민원이 극성인 만큼 행정기관에서 단속에만 열을 올릴 수도 없는 형편이다.

광주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의 노상 적치물 단속 건수는 총 1만246건(동구 500건, 서구 3천996건, 남구 1천719건, 북구 2천822건, 광산구 1천209건)이다.

하지만 이중 과태료 부과 건수는 111건(동구 0건, 서구 66건, 남구 0건, 북구 44건, 광산구 1건)에 불과했다. 전체 단속 건수의 1%에 불과한 것이다.

20일 남구 주월동의 한 주택가. 폐타이어와 각종 적치물이 도로 한구석에 적치돼 있다.

남구 관계자는 "주민과 민원인 사이에 껴 욕을 먹고 있는 실정"이라며 "단속 후에 다시 적치물을 둬 같은 민원을 반복해서 받는 경우도 있다"고 답했다. 이어 "민원이 반복되면서 주민과 민원인 간 갈등이 커지는 경우도 있다"며 "사전 허가 없는 적치물이 법률 위반 행위인 만큼, 주민들의 자발적인 철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솔빈기자 ehdltjstod@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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