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땅 밑에 20m 쇠말뚝이? 곡성군 신청사 공사 '갈등'

입력 2024.06.07. 14:36 임창균 기자
곡성 신청사 지하 공사 앵커, 사유지 침범
주민, 토지사용 승낙 없어 ‘불법’ 주장
곡성군, 허가 문제없어 “피해 보상할 것”
지난달 30일 곡성군 곡성읍 신청사 공사 현장. 공사 현장 바로 인근에는 학원 건물과 주택이 맞닿아 있다.

곡성군 신청사 건립 공사 과정에서 인근 주택과 건물에 균열이 생기면서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나섰다.

특히 지난해 한차례 균열에 대한 보수공사를 진행했음에도 또다시 균열이 생기는 등 피해가 커지는 상황에서 곡성군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서 원성이 고조되고 있다.

피해 주민들은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곡성군을 고소하는 등 법정 투쟁까지 불사하고 있다.

7일 곡성군 등에 따르면 지난 2022년 4월부터 연면적 1만3천여㎡ 규모로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로 신청사 건립 공사를 진행 중이다. 완공 시기는 올해 12월이다.

지난달 30일 곡성군 곡성읍 한 학원과 주택 사이 담벼락이 건너편이 보일 정도로 갈라져 있다.

하지만 지난해 신청사 부지 인근 주택과 건물에서 수십여개에 달하는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피해 주민들은 공사 도면을 확인한 결과 자신들의 건물과 주택 토지 아래로 22.5m길이의 쇠말뚝(앵커)이 비스듬히 박혀 있는 것을 알게 됐다.

피해 건물에서 학원을 운영 중인 한승곤(61)씨와 인근 거주민 박학식(77)씨 등은 사유지를 침범해 공사가 진행됐음에도 곡성군이 토지사용승낙서조차 받지 않고 공사 허가를 내 준 사실을 문제 삼았다.

이에 시공사 측에서는 지난해 6월 틈을 메우는 임시 보수작업을 실시했으며 같은해 7월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보수작업을 한 곳이 다시 갈라지는 등 두 건물을 합쳐 100여개가 넘은 균열이 발견됐으며, 이 중 절반은 보수공사 이후 나타난 것으로 피해가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달 30일 곡성군 곡성읍 한 학원과 주택 사이 담벼락에 균열이 보인다. 왼쪽의 균열은 지난해 임시 보수를 하고 안전진단을 했음에도 다시 갈라졌으며 오른쪽의 균열은 새로 생겼다.

현재 피해 주민들이 문제 제기한 어스앵커 공법을 위해 사용된 쇠말뚝은 제거된 상황이다.

한씨는 "주민들의 행정 편의를 위해 수백억원을 들여 군청을 짓는데 주민들이 피해를 보는게 말이 되냐"며 "해당 공법을 아예 모르던 내가 봐도 앵커가 사유지를 침범하는 게 보이는데 곡성군에서는 도면상 앵커가 넘어가지 않아 허가에 문제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씨는 "군청이나 시공사는 피해를 보상하면 문제없지 않냐는 태도"라며 "공사 현장에서 이같은 피해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으나, 토지사용승낙서 없이 진행된 이 같은 불법적인 공사가 다른 곳에서도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곡성군과 시공사 측은 건축 허가 절차에는 문제가 없으며, 공사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충분히 보상하겠다는 입장이다.

시공사 관계자는 "토지사용승낙서를 문서상으로 마련하지 못했으나 구두로 수차례 어스앵커 시공에 대해 사전에 설명했다"며 "한달 뒤 지하주차장 공사가 마무리되면 2차 정밀진단을 통해 피해 현황을 살피고 보상할 예정이다"고 했다.

곡성군 관계자는 "정밀 안전진단시에도 시공사나 군청을 믿을 수 없어 주민분들이 원하는 업체를 통해 수천만원을 들여 점검을 했다"며 "건축물의 지속적인 안전을 점검하는 한편 재산적 정신적 피해 사항에 대해서도 주민들과 충분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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