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번째' 광주 극락강역 열차치임 사고···현장 가보니

입력 2024.05.09. 16:22 차솔빈 기자
목재더미 밟고 펜스 넘기 쉬워
인적 드물어 적발 쉽지 않기도
코레일 "윤형 철조망 설치 예정"
8일 방문한 철도전기사업소 인근, 펜스 옆으로 지나가면 선로까지 쉽게 도달할 수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광주 극락강역 인근 선로에서 열차 치임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사고 현장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취재진이 사고 현장을 살펴본 결과 해당 지역은 인명피해가 잇따른 곳임에도 일반 시민들 출입이 자유로운 데다 안전대책도 마련돼 있지 않아 안전사고가 재발할 우려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8일 찾은 북구 동림동 광주역 방향 극락강역 인근 선로.

전날 이곳에서는 서대전역에서 광주역으로 향하던 무궁화호 열차에 40대 남성이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현장 주변 선로 양옆에는 1.8m 높이의 녹색 안전 펜스가 설치됐을 뿐 별다른 출입제한 시설은 보이지 않았다.

특히 일부 구간에는 목재 팔레트와 쓰레기 더미 등 불법 적치물이 1m가량 쌓여 있어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펜스를 넘어 선로로 들어설 수 있는 구조였다.

8일 방문한 광주선 선로, 펜스 바로 옆에서 밭을 경작하는 등 선로로의 접근이 용이하다.

안전 펜스 주변에는 성인 무릎 높이만큼 잡초들이 무성하게 자란데다 선로 주변을 지나는 고가도로 때문에 보행자와 운전자의 시야가 가려지는 안전 사각지대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인적이 드문 장소라는 점도 잇단 사고와 무관해 보이지 않았다.

실제 취재를 하는 1시간 동안 마주친 사람은 선로 주변 밭을 경작 중인 주민 3~4명이 고작이었다.

주민들 역시 대낮에도 사람들이 다닌 곳이 아닌데다 밤에는 인적이 끊겨 작정하고 안전 펜스를 넘는다면 막아낼 재간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3월 열차 치임 사망사고가 난 장소도 전날 사고 현장에서 걸어서 5분 거리였다.

동림동 주민 최모(47)씨는 "1년에 몇 번은 꼭 열차 사고가 나는 것 같다"며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도 아니고 마음만 먹으면 넘어갈 수 있는 구간들이 곳곳에 있어 사고가 또 안 날 것이라 장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민 주모(61)씨도 "펜스에 고압 주의가 붙어있길래 전기가 흐르는 줄 알았더니 그냥 평범한 펜스였다"며 "이 상태로 방치된다면 누구든 또 선로로 들어섰다가 사고가 날 수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광주소방본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월 1일부터 이날까지 광주에서 발생한 열차 치임 사망사고 건수는 총 3건으로, 해마다 1건씩 발생하는 셈이다.

선로로의 접근을 막는 펜스에 목재 팔레트와 쓰레기가 쌓여 있어 이를 밟고 넘어가기 쉽다.

한국철도공사는 사고 위험이 큰 선로 주변에 외부인 접근을 막을 수 있는 '윤형철조망'을 설치할 계획이다.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는 "기존 안전 펜스 만으로는 출입제한에 어려움이 있어 다음 주 중으로 위험 구간에 윤형 철조망을 설치해 펜스를 넘어갈 수 없도록 하겠다"며 "CCTV와 센서 알람 같은 접근 방지책은 일종의 사업이므로 지금 확답할 수는 없지만, 빠른 시일 내에 주관부서와 상의 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차솔빈기자 ehdltjstod@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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