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훼손 문제로 등산로 조명 설치는 어려워

한밤중까지 맨발 걷기 운동을 하는 시민들이 늘어나는 등 맨발 걷기 열풍이 거세지면서 지자체별로 맨발 산책로 추가 조성에 나섰지만 일부 산책로의 경우 조명시설이 미흡해 안전사고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관할 행정기관에서는 자연훼손과 야생동물 생존에 위협이 될 수 있어 야간 조명 설치가 어렵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어린이날 연휴인 지난 4일 오후 8시께 광주 북구 '광주 시민의숲'.
해가 진 뒤에도 산책에 나선 시민들이 줄을 이었다.
더운 낮 시간대를 피해 일부러 저녁 산책에 나선 시민들도 많았다.
'한마음길'이라는 이름 붙여진 이곳은 편도 1.2㎞ 길이로, 울타리에 조명이 촘촘히 설치돼 있어 야간에도 시민들이 맨발걷기를 즐길 수 있다.
주민 이모(54·여)씨는 "봄이어도 낮에는 너무 더워 퇴근하고 저녁 시간에 맨발길을 이용하고 있다. 시원한 땅의 기운이 발끝에 닿으면 저절로 몸이 좋아지는 것 같아 자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야간에도 맨발걷기에 나선 시민들이 늘자 광주 5개 자치주 역시 앞다퉈 맨발길을 조성 중이다.
현재까지 조성된 맨발길은 46곳에 달하며 21곳이 추가로 조성 중이다.
대부분 기존의 공원이나 산책로를 활용해 일몰 후에도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으나 일부 맨발 산책로의 경우 조명 설치가 어려워 이용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실제 북구 문흥동 문화근린공원 언덕에 조성된 맨발길의 경우 가로등 외 직접적인 조명이 없어 저녁 시간대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있다.
또 북구 중외공원의 경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일부 맨발길이 기존 산책로와 떨어져 있어, 조명이 제대로 닿지 않아 개선이 요구된다.
주부 박모(33·여)씨는 "휴일에 아이들과 중외공원 주변 산책로를 자주 이용하는데 저녁 시간에는 어두운 곳이 많아 이용이 어렵다"며 "최근 이용자가 늘어난 만큼 기존 산책로들의 조명 등 시설 확충에도 신경을 써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자치구 측은 기존에 등산로나 산책로로 쓰였을 때도 자연훼손과 야생동물들에게 영향을 끼칠 것을 고려해 조명 등을 설치하지 않는 상황에서 맨발길만을 위한 조명 설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북구 관계자는 "등산로의 맨발길 주변 조명은 아직 계획된 바가 없다"며 "야간에 맨발 걷기를 즐기실 분들은 안전을 위해서 가까운 공원이나 평지의 산책로에 조성된 맨발길을 이용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남기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광주지부장은 "새벽 시간대에 맨발길이 조성된 산을 오르다 보면 어두운 시간대에 이미 내려오는 손전등에 의지하며 어르신들을 종종 뵌다"며 "맨발로 천천히 오르내리다 보니 부상 위험은 적더라도 혹시 모르니 산은 밝은 시간에 가시고 밤에는 평지 맨발길을 이용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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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기 전에 기억하자" 광주에 강제동원 역사관 조성 목소리 2일 광주 서구 광주시의회 4층 대회의실에서 정책토론회 '식민지 역사의 기억 계승 방안'가 진행됐다. 강주비 기자 광복 80주년을 맞아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의 역사를 보존하고 교육할 '기억의 공간'을 광주에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생존 피해자 대부분이 고령으로 생을 마감하고 있는 가운데, 시민사회와 행정이 협력해 '강제동원 시민역사관' 건립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12일 오후 2시 광주 서구 광주시의회 4층 대회의실에서는 '광복 80주년, 식민지 역사의 기억 계승 방안'을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현재 개발이 추진 중인 옛 전남·일신방직 부지를 중심으로 일제 수탈과 산업화의 흔적이 남은 공간을 어떻게 보존하고 시민사회와 공유할지를 모색하기 위한 자리다.이날 발제를 맡은 노성태 남도역사연구원장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는 중복 포함 약 780만명으로 추정되며, 이 중 국외 동원자만도 100만명을 훌쩍 넘는다"며 "2025년 현재 정부에 등록된 국외 동원 생존자는 640명에 불과하다. 이들 대부분이 100세에 가까운 고령으로, 역사의 진실을 증언할 수 있는 당사자들은 이제 사라져가고 있다"고 지적했다.노 원장은 특히 '태평양전쟁희생자광주유족회'를 이끌며 대일소송 7건을 주도했던 고(故) 이금주 회장에 대한 방대한 기록의 보존 필요성을 강조했다.그는 "수천 건에 달하는 진술서와 소송 문서, 영상 등은 국내 유일의 강제동원 관련 소송 자료"라며 "이 같은 기록물은 반드시 역사관을 통해 체계적으로 정리·전시돼야 한다"고 밝혔다.역사관 입지로는 광주 북구 임동 일대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부지가 제안됐다. 이곳은 일제 시기 미쓰이 계열 '가네보' 방적공장이 위치했던 자리로, 해방 이후에는 전남방직·일신방직으로 이어져 지역 섬유산업을 이끈 산업현장으로 기능했다. 오랜 세월 노동과 생산의 역사가 축적된 이 부지는 식민지 수탈과 산업화를 함께 증언하는 장소로, 공간 자체가 역사적 상징성을 지닌다는 평가다.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이 부지에서 동원된 피해자 8명의 구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 이사장은 "조사 대상자의 대부분이 12세 안팎의 미성년자였고, 최연소는 7세에 불과했다"며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은 물론 일본 국내 법령조차 위반한 명백한 아동 노동 착취였다"고 밝혔다.이 이사장은 "도망치거나 거부할 수 없는 구조 속에서 일부는 공장 내 사고로 손가락이 절단되거나, 강압적 노동과 폭력에 평생 시달렸다"며 "이들의 생생한 증언과 기록을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보존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정혜경 일제전쟁유적네트워크 대표는 "보존의 주체를 정부나 지자체 중심에서 벗어나, 전문가와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보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적 활용 방안으로 전수조사와 기록화, 건축자산제도 및 문화재 등록제도 적용 등을 제시했다.광주시의 관련 사업 추진 현황도 공유됐다. 강은순 광주시 민주보훈과장은 "그간 시는 피해자 고발대회, 구술자료집 발간, 기록물 전시 등을 통해 기억 계승 사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며 "현재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보관 중인 기록물만 1천200여점에 달하지만, 전용 보존공간이 없어 사무실 일부에서 관리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강 과장은 "기록물의 안정적인 보관을 위해 시 유휴 공간 확보를 검토했으나, 적절한 장소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장기적으로는 부산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의 분관 형태로 광주에 역사관을 설립하는 방안을 중앙정부에 건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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