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카네이션 선물은 옛말?···광주 화훼농가 '울상'

입력 2024.05.07. 16:45 임창균 기자
광주 주요 화훼단지, 어버이날 앞두고 '한산'
최근 카네이션 도매 거래수량 47% 줄어
경기침체와 물가상승 맞물려 소비 위축 영향
7일 오전 광주 서구 매월동 광주원예농협화훼공판장 내 화훼단지에서 시민들이 꽃을 둘러보고 있다.

"코로나가 지나면 좀 괜찮아질까 기대했는데 이제는 아예 꽃을 주고받는 문화가 사라진 것 같아요. 불황에 꽃집들도 맥을 못 추니 화훼단지도 더불어 어렵네요."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오전 광주 북구 각화동 화훼단지.

꽃다발 진열에 열을 올리는 상인들의 표정이 어둡다.

이따금 차도에 정차한 채 카네이션을 사는 손님이 있었지만 고작해야 작은 바구니 한, 두개가 고작이었다.

그나마 평소보다 손님이 있는 편에 속하지만 과거 성수기에 비하면 지금은 손님이 있다고 하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로 1시간 가까이 머물면서 지켜본 결과 단지 내에 꽃을 사려는 손님은 손에 꼽았다.

상인 이모(60·여)씨는 "손님이 많으면 일을 해도 힘든지 모를텐데 아무리 진열하고 꽃다발을 만들어 놓아도 팔리질 않으니 걱정이다"며 "오죽하면 가게 앞까지 나가 손님이 오나 안 오나 보기도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구 매월동 화훼단지도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전 매월동 화훼단지에도 꽃을 사러 온 시민들이 보였으나 종교·복지·아동 시설 등에서 단체로 주문하러 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상인 정모(62)씨는 "꽃집에서 전날 꽃을 도매로 많이 사 가야 하는데 아직 많이 남아있다"며 "체감상 지난해보다 절반 가까이 안 팔리는 것 같다"고 했다.

7일 오전 광주 북구 각화동 화훼단지에서 시민이 카네이션 바구니를 고르고 있다.

실제로 광주지역 올해 카네이션 소비는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가정의 달인 5월 1일부터 이날까지 1주일간 광주원예농협화훼공판장에서 거래된 카네이션 경매액은 3천913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속(20송이)기준 평균금액은 지난해 6천154원에서 올해 6천954원으로 13% 수준 올랐으나 도리어 거래수량은 1만465속에서 5천628속으로 47% 줄었다.

다소 높아진 가격으로 인해 지자체나 기관에서 진행하는 소비 캠페인도 찾아보기 힘들다.

'화훼농가 돕기', '화훼소비 촉진' 캠페인 등이 한창이던 2020년과 2021년에는 평균 금액이 5천원대 초반 수준이었다. 당시에는 농가들이 꽃을 폐기를 하느니 적은 금액이라도 보존하고자 캠페인을 반기는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공판장에 넘기는 것이 나은 상황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올해 초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화훼 소비 촉진 캠페인을 하려 했으나 오히려 농가 쪽에서 거절했다"며 "현 상황은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맞물려 소비심리가 위축된 것이 큰 원인이다"고 말했다.

소비자들 역시 가정의 달에 꽃 대신 현금이나 실용적인 선물을 주는 추세다.

고등학교 교사 김모(34)씨는 "어버이날이 평일이라 주말에 미리 부모님을 찾아 뵙고 용돈을 드렸다"며 "스승의 날에도 학생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케이크를 선물 받아 함께 나눠 먹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손해가 큰 쪽은 꽃집 상인들이다. 이날 꽃집에서 확인한 카네이션 가격은 구성별로 8천원에서 1만5천원 사이였는데 평균 경매액이 올랐음에도 꽃집 상인 대부분은 울며 겨자 먹기로 지난해 가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광주원예농협 관계자는 "생화는 정서 안정이나 반려식물문화 조성 차원에서도 장점이 있어 꼭 특별한 날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소비를 늘릴 필요가 있다"며 "가짜꽃 사용이 가장 심한 화환을 생화로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생화에 대한 인식을 바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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