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네이션 도매 거래수량 47% 줄어
경기침체와 물가상승 맞물려 소비 위축 영향

"코로나가 지나면 좀 괜찮아질까 기대했는데 이제는 아예 꽃을 주고받는 문화가 사라진 것 같아요. 불황에 꽃집들도 맥을 못 추니 화훼단지도 더불어 어렵네요."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오전 광주 북구 각화동 화훼단지.
꽃다발 진열에 열을 올리는 상인들의 표정이 어둡다.
이따금 차도에 정차한 채 카네이션을 사는 손님이 있었지만 고작해야 작은 바구니 한, 두개가 고작이었다.
그나마 평소보다 손님이 있는 편에 속하지만 과거 성수기에 비하면 지금은 손님이 있다고 하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로 1시간 가까이 머물면서 지켜본 결과 단지 내에 꽃을 사려는 손님은 손에 꼽았다.
상인 이모(60·여)씨는 "손님이 많으면 일을 해도 힘든지 모를텐데 아무리 진열하고 꽃다발을 만들어 놓아도 팔리질 않으니 걱정이다"며 "오죽하면 가게 앞까지 나가 손님이 오나 안 오나 보기도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구 매월동 화훼단지도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전 매월동 화훼단지에도 꽃을 사러 온 시민들이 보였으나 종교·복지·아동 시설 등에서 단체로 주문하러 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상인 정모(62)씨는 "꽃집에서 전날 꽃을 도매로 많이 사 가야 하는데 아직 많이 남아있다"며 "체감상 지난해보다 절반 가까이 안 팔리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광주지역 올해 카네이션 소비는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가정의 달인 5월 1일부터 이날까지 1주일간 광주원예농협화훼공판장에서 거래된 카네이션 경매액은 3천913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속(20송이)기준 평균금액은 지난해 6천154원에서 올해 6천954원으로 13% 수준 올랐으나 도리어 거래수량은 1만465속에서 5천628속으로 47% 줄었다.
다소 높아진 가격으로 인해 지자체나 기관에서 진행하는 소비 캠페인도 찾아보기 힘들다.
'화훼농가 돕기', '화훼소비 촉진' 캠페인 등이 한창이던 2020년과 2021년에는 평균 금액이 5천원대 초반 수준이었다. 당시에는 농가들이 꽃을 폐기를 하느니 적은 금액이라도 보존하고자 캠페인을 반기는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공판장에 넘기는 것이 나은 상황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올해 초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화훼 소비 촉진 캠페인을 하려 했으나 오히려 농가 쪽에서 거절했다"며 "현 상황은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맞물려 소비심리가 위축된 것이 큰 원인이다"고 말했다.
소비자들 역시 가정의 달에 꽃 대신 현금이나 실용적인 선물을 주는 추세다.
고등학교 교사 김모(34)씨는 "어버이날이 평일이라 주말에 미리 부모님을 찾아 뵙고 용돈을 드렸다"며 "스승의 날에도 학생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케이크를 선물 받아 함께 나눠 먹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손해가 큰 쪽은 꽃집 상인들이다. 이날 꽃집에서 확인한 카네이션 가격은 구성별로 8천원에서 1만5천원 사이였는데 평균 경매액이 올랐음에도 꽃집 상인 대부분은 울며 겨자 먹기로 지난해 가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광주원예농협 관계자는 "생화는 정서 안정이나 반려식물문화 조성 차원에서도 장점이 있어 꼭 특별한 날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소비를 늘릴 필요가 있다"며 "가짜꽃 사용이 가장 심한 화환을 생화로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생화에 대한 인식을 바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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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공항 장기 폐쇄···광주·전남 여행업계, "지금 제일 힘들다"
6일 광주시의회에서 광주광역시관광협회가 '광주공항 국제선 임시취항 촉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 10개월은 곧 재개항된다는 희망 하나만 보고 살았어요. 조금만 버티면 무안공항이 열리겠지 싶어서 힘들어도 버텼는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답답하네요."광주에서 28년째 여행사를 운영해온 강모 대표는 "지금이 제일 힘들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지난해 12월 29일 무안공항 참사 이후 1년 가까이, 호남 유일의 국제선 공항이 멈춰서면서 지역 여행업계는 코로나19 때보다 더 깊은 침체에 빠졌다. 재개항이 계속 미뤄지면서 지역 여행사들의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서 타지역 공항을 전전하는 '방랑자' 같은 삶을 살고 있다.강 대표는 "겨울방학이나 명절이면 성수기라 예전 같으면 상담 10건 중 8~9건은 성사됐는데, 지금은 10건 들어와도 1건 될까 말까"라며 "부산이나 인천, 청주로 우회해서 가려다 요금이 부담돼 포기하는 손님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무안공항이 멈추면서 지역 여행사 매출은 직격탄을 맞았다. 강 대표가 운영하는 여행사는 한 달 순수익이 1천만 원 이상이었지만, 참사 이후 10개월 동안 단순 계산만으로 1억 원 넘는 손실을 봤다. 매달 나가는 인건비, 사무실 임대료, 전기세를 감당하지 못해 직원 2명을 모두 떠나보냈고, 지금은 남편과 둘이 회사를 유지하고 있다.항공기를 빌려오는 랜드사의 피해는 더 크다. 랜드사들은 무안에서 출발하는 베트남·중국 노선 여행상품을 만들기 위해 189석 안팎의 전세기를 한 편당 왕복 약 1억 원에 빌려온다. 좌석이 다 차면 이익이 남지만, 비행기가 뜨지 않으면 그 금액이 그대로 손해로 돌아간다. 지역 랜드사 한 대표는 "참사 이후 취소된 편에 대한 수억 원대 대금을 항공사로부터 돌려받는 데만 8개월이 걸렸다"며 "그동안 빚을 내서 여행사들에 환불금을 지급하고 하루하루 버텼다"고 말했다.소규모 여행사들은 랜드사로부터 받은 금액을 손님에게 다시 돌려주느라 초반 몇 달간 '매출 0원'을 견뎌야 했다. 지역 소규모 여행사 대표인 홍모 씨는 "처음에는 '재개항 된다 만다' 말이 많았어도 '조금만 더 버티면 나아지겠지' 하며 버텼다"며 "코로나 때 받은 대출도 아직 못 갚았는데, 매출은 이전의 ⅓ 수준이라 이젠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홍 대표는 "코로나 이후 여행 수요가 살아나면서 '이제 살겠다' 싶었는데, 제주항공 참사로 모든 기대가 꺾였다"며 "아들딸이 어느 날 자기들끼리 돈을 모아 생활비를 쥐여주는데, 부모 입장에서 가슴이 찢어졌지만 거절할 수 없어 더 슬펐다. 자식들이 주는 돈으로 생활을 유지한 지 벌써 수개월째다. 다른 대표들은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다. 무안공항 폐쇄가 길어지자 아르바이트를 하며 아이 학원비와 생활비를 맞춘다고 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고 호소했다.통계만 보면 상황은 '회복'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집계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대비 2025년 1·2분기 광주·전남·무안 지역 여행업 등록 수는 소폭 늘었다.선석현 광주광역시관광협회장은 "단순한 등록 통계일 뿐이다. 코로나 때 휴업·폐업했던 곳들이 다시 등록만 해둔 경우가 많고, 여행업으로 신고만 해두고 실제로는 다른 업을 하는 곳도 많다. 여행업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면서 초기자본금(유입금) 기준이 5천만 원으로 낮아진 것도 '통계 착시'를 키웠다"며 "실질적으로 여행업을 운영 중인 업체는 적을 것이다. 실제로 무안공항 참사 이후 협회에 신규 등록하려는 업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고 설명했다.광주시한국관광협회는 6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공항 국제선 취항'을 촉구했다. 협회는 "광주 지역 연간 여행 매출 규모가 3천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무안공항 장기 폐쇄와 참사 여파로 이 가운데 2천억 원가량이 사라졌다"며 "광주·전남 여행업계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해 쓰러지기 전에, 광주공항 국제선 재개와 지역 여행사에 대한 긴급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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