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통령 게임 '로블록스' 5·18 왜곡···제보한 초6 학생 표창

입력 2024.05.07. 16:02 이삼섭 기자
광주시, 시청으로 초청해 감사 '표창장' 수여
해당 콘텐츠 1만5천명 사용 '파급' 적잖을 듯
강 시장 "민주주의 위기와 기회 동시에 보여줘
교육·체험 등 잘 준비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
로블록스 포스터.

5·18민주화운동 왜곡·폄훼 논란을 빚은 게임 콘텐츠를 고발한 초등학생에 대해 광주시 표창장을 수여한다. 해당 초등학생은 부산지역 초등학교에 재학 중으로, 이를 계기로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올바른 교육과 체험의 기회를 늘릴 필요성이 제기된다.

7일 광주시에 따르면,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 내 '그날의 광주'라는 콘텐츠가 5·18을 왜곡하고 있다는 내용을 방송사에 처음 제보한 초등학생 A군을 13일 광주시청으로 초대해 감사 표창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그날의 광주'는 1980년 5·18 최후 항쟁지 광주 금남로를 배경으로 시민군과 계엄군이 총격전을 벌이는 게임이다. 해당 콘텐츠는 '북한군'을 게임머니로 구입할 수 있도록 설정했고, 땅굴을 따라가면 인공기와 북한 노래가 등장한다. 또 군인들이 시민들을 향해 총을 쏘는 등의 내용도 나온다.

이는 5·18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극우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허위 주장을 게임에 반영한 것으로, 명백하게 5·18을 왜곡하고 폄훼한 콘텐츠다. 누적 이용자 수는 1만5천명을 넘어서면서 적잖은 파급을 끼쳤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왜곡·폄훼 사건은 부산에 거주하는 초등학생은 지난달 말 방송사에 이 같은 사실을 제보하면서 알려졌다. 5·18기념재단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즉각 삭제를 요구했다.

로블록스는 '그날의 광주'를 삭제한 뒤 입장문을 내고 "해당 콘텐츠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해당 게임은 일반 유저가 메타버스 플랫폼인 로블록스를 활용해 자체적으로 생산한 콘텐츠다. 제작자에 대한 정확한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청소년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5·18민주유공자 고(故) 방비호씨의 아내 서무숙(67)씨가 지난 1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남편의 묘비를 끌어안고 있다. 2024.05.01. leeyj2578@newsis.com

강기정 광주시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해당 사건에 대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보여준 사례"라고 진단했다.

강 시장은 "지금 대한민국 사회에 등장한 극단주의는 때로는 정당의 이름으로, 때로는 종교의 이름으로 평범한 외양으로 다가와 우리 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무너뜨리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도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를 게임이라는 친숙한 형식에 담아 수많은 어린이 청소년에게 거부감 없이 빠르게 퍼뜨린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1만 5천명의 어린이와 청소년이 이 게임을 통해 선을 넘는 경험을 했고, 5·18 역사에 대한 왜곡과 폄훼에 익숙해지기도 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우리가 여전히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것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분명한 거부와 반대의 뜻을 밝힌 평범하면서도 건강한 초등학생 시민이 있었다는 사실이다"며 "이렇게 건강한 시민을 더 많이 길러내기 위한 5·18 관련 교육, 체험 등을 잘 준비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 강 시장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왜곡과 폄훼를 막는 첫번째 순서로는 결국 5·18민주화운동의 헌법 전문 수록이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다가오는 5·18민주화운동 44주년 기념식 행사에서 헌법 전문 수록을 임기 내에 해내겠다는 약속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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