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타이거즈···퇴근 후 사라진 주차 자리

입력 2024.05.03. 09:41 임창균 기자
야구장 인근 아파트 주민 자체 차량 통제
단속확대·주차 공간 확보·대중교통 이용 절실
9일 오후, 북구 임동 아파트 주변 도로에 주차를 한 시민들이 야구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KIA 타이거즈가 단독 1위를 유지하는 등 거침없는 질주가 계속되고 있지만 이 같은 소식이 마냥 달갑지 않은 이들도 있다.

바로 KIA타이거즈 홈 구장인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다.

KIA타이거즈의 성적이 좋을수록 야구장을 찾는 팬들이 덩달아 늘어 심각한 주차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불법주정차 단속과 주차공간 확대에도 불구하고 야구 경기가 있는 날 몰리는 인파를 감당하지 못해 주민들은 오롯이 피해를 감수하고 있다.

야구팬들 역시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경기를 보는 시간보다 주차에 할애하는 시간이 더 길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KIA타이거즈와 KT위즈와의 경기를 앞둔 지난 2일 오후 4시30분께 광주 북구 임동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주변.

경기 시작까지 두 시간이나 남았음에도 야구장 인근 아면도로와 골목에는 이미 차들이 빼곡히 들어서 주차할 만한 공간이 보이지 않았다.

일부 주민들이 아파트 진입로에 주차하는 차를 막아서는 등 언성을 높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김모(49)씨는 "요새 KIA 성적이 좋아 온 가족이 함께 야구를 보러 왔는데 주차하다가 경기 시간에 늦을 것 같다"며 "경기 세시간 전에는 가야 주차장에 들어갈 수 있다는데 야구 보러 왔다가 길에서 반나절을 허비하는 것이 맞나 싶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인근 주민들 역시 야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비상이 걸린다.

야구장 주변 아파트 주민들은 자체적으로 야구 관람객들의 차량을 걸러내기 위해 스티커를 붙여 외부 차량의 출입과 이중주차를 막고 있었다.

지난해 9월 1천여대 주차가 가능한 무등야구장 지하주차장이 문을 열고 상황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집중적으로 쏠리는 관람객들을 소화하기에는 무리다.

더구나 최근에는 타지역에서도 원정 응원을 오는 일도 잦아 주차공간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야구장 주변에 거주 중인 정모(72·여)씨는 "지난해 주차장이 생기고 임시주차를 못하게 CCTV 단속을 시작하면서 주차난이 많이 해소되긴 했지만 최근 관람객이 부쩍 늘어서 주민들이 퇴근 이후 아파트에 들어오는 것에도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북구는 올해 프로야구가 개막한 지난 3월 23일부터 경기 시작 전후 2시간씩 불법주정차 집중 단속에 나서고 있다. 고정형 CCTV 5개소를 운영하는 것은 물론 이날 오후에도 단속 차량 2대가 경기장 주변을 돌며 단속을 안내했다.

하지만 이런 단속 강화에도 불구하고 야구장 맞은편 주택가 주민들의 불편함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통제가 가능한 아파트나 고정형 CCTV가 설치된 도로 내 주정차금지구역과 달리 주민들도 주차 공간으로 사용 중인 주택가의 이면도로나 골목길은 단속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아 '먼저 주차한 사람이 임자'인 상황이다.

야구 관람객의 주차를 막기 위해 주민들이 집 앞에 설치한 주차금지 입간판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북구 운암동 주민 조장현(78)씨는 "밖에 나갔다가 집에 돌아왔는데 처음 보는 차들이 야구 보려고 집앞에 주차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집앞에 있는 차를 빼달라고 해도 전화를 안 받거나 그냥 경기 끝나고 빼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공유주차제나 북구가 시행하고 있는 '거주자 우선 주차제'가 대안으로 떠오르나 온전한 주차공간 확보를 요구하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야구 관람객들과 주차공간을 '공유'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북구 관계자는 "현재 거주자우선주차제가 시행되고 있는 구간은 주차공간이 부족했던 북구와 퇴근 시간 이후 주차공간을 보장받기 위한 주민들의 요구가 더해진 결과물이라 야구장 인근 주택가와는 사정이 다르다"며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을 위해 관람객들은 주택가 주차를 삼가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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