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찾은 경찰청장 높은 수준 물리력 사용 주문했지만
민사소송 등에 현장은 총기 사용 불가능한 수준
저위험 총기 개발 약속도 수십 년간 지지부진

최근 광주에서 폭행 용의자가 휘두른 흉기에 경찰들이 중상해를 입은 사건과 관련 경찰청장이 '한 단계 높은 수준의 물리력을 행사'하라고 강조했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회의적인 분위기다.
경찰 직무직행법과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 등 대응 매뉴얼이 규정돼 있으나 추상적인 내용이어서 무기 적극 사용을 비롯한 강력한 물리력 행사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3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남구 송하동 한 주택 앞에서 남부경찰서 효덕지구대 소속 경찰 3명이 50대 남성 A씨가 휘두른 길이 25cm짜리 톱에 중상해를 입고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경찰들은 인근 도로에서 행인을 폭행해 112 신고된 A씨의 신병을 확보를 위해 주거지로 출동한 상태였다.
이들은 대문이 열림과 동시에 A씨가 무작정 휘두른 톱에 이마와 볼, 손가락, 다리 등 신체 곳곳에 중상해를 입고 봉합 수술을 받았다.
특히 날이 일정하지 않은 톱에 깊은 상처를 입다 보니 장기간 치료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정신적 충격으로 당시 현장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경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전국경찰직장협의회 대표단은 사건 발생 다음날 동료 경찰들이 입원 중인 병원을 차례로 찾아 제대로 된 치료와 대우를 약속하면서 현장이 날로 흉악해지는 만큼 물리력 대응에 대해서도 지휘부와 논의하겠고 밝혔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전날 광주를 찾아 부상을 입은 경찰들을 차례로 만난 뒤 공권력에 폭력으로 대항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한 단계 높은 수준의 물리력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장 경찰들은 윤 청장의 이 같은 주문이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용의자 검거 현장에서 총기 사용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경찰 직무집행법상 총기 사용 요건을 사형이나 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거나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 직무집행에 대항하거나 도주하려고 할 때 등에 사용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흉기를 든 용의자와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충분한 판단을 거쳐 총기를 사용해 형사처벌을 피했다 하더라도 구상권 청구와 민사소송은 별개의 문제다. 그간 법원에서도 총기 사용의 필요성과 합리성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피해자와 유가족의 손만 들어줘 일선 경찰들의 총기 사용에 대한 두려움은 극심한 실정이다.
'경찰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에 명시된 '총기 사용 시 가급적 대퇴부 이하 등 상해 최소 부위를 조준하라'는 원칙도 민사에서 패소할 수밖에 없는 추상적 원칙이다. 긴박한 상황에서 반동이 심한 38권총으로 정확히 용의자의 대퇴부를 맞추는 것은 영화 속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장에서는 저위험 총기 개발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10여년 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 2022년 경찰청은 독일과 미국에서 사용 중인 저위험 총기 7종을 수입해 성능시험을 진행했지만, 살상력과 제압력이 현저히 낮다는 이유로 현재 사용 중인 38권총을 대체하기는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일선 경찰들은 직무집행법을 개선하고 대체 총기를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정수 광주경찰직장협의회장은 "흉기를 든 용의자를 맨몸으로 제압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이상동기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장 경찰들이 적절하게 대응하려면 직무집행법을 개선해야 한다"며 "용의자의 측면이나 후방에서도 총기를 사용할 수 있게 변경하고, 무기를 사용한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용의자를 사살하고자 총기를 사용하는 게 아닌 만큼 살상력과 제압력을 따지지 말고 대체 총기를 하루빨리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4년간 광주지역 공무집행방해 사범 수는 696명(특수공무집행방해 45명)으로 집계됐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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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 바꿔주세요" 해킹 공포에 광주 SKT 대리점 북새통 28일 오전 광주 북구 오치동 SK텔레콤 대리점 앞에서 시민들이 해킹 피해 우려에 따른 무상 유심 교체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혹시 제 개인정보도 새어나간 건 아닐까요."SK텔레콤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유심(USIM) 무상 교체가 시작된 28일 오전 광주 북구의 한 SK텔레콤 대리점 앞. 번호표를 쥔 시민들이 긴 줄을 이루고 서 있었다. 일부는 스마트폰을 연신 들여다보며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고, 몇몇은 이따금 한숨을 쉬며 주변 사람들과 조심스레 대화를 나눴다.이날 광주 지역 대리점들은 오픈 시간 전부터 긴 줄이 들어서는 등 혼잡을 빚었다. 주말 사이 퍼진 해킹 피해 우려에 시민들은 이른 시각부터 몰려들었고, 대리점 직원들은 서둘러 번호표를 나눠주며 현장을 정리했다.이곳 역시 확보된 유심 수량에 맞춰 1번부터 100번까지 적힌 유심 변경 신청서를 대기 고객들에게 배부했다.그러나 시민들은 번호표를 손에 쥐고도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대기 줄 곳곳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이어졌다.28일 오전 광주 북구 오치동 한 SK텔레콤 대리점 앞에서 시민들이 해킹 피해 우려에 따른 무상 유심 교체를 위해 대기하는 가운데, 한 시민이 대기번호가 적힌 유심 변경 신청서를 보여주고 있다. 강주비 기자40대 오모씨는 "30분 넘게 기다렸는데 앞으로도 1시간 이상 더 걸린다고 들었다"며 "요즘 휴대폰으로 인터넷뱅킹부터 공인인증까지 다 하는데, 혹시나 내 정보가 유출됐을까 봐 겁이 난다"고 토로했다.또 다른 40대 정모씨는 "언니가 뉴스를 보고 전화를 해줘서 급히 나왔다"며 "SK텔레콤에서는 별다른 문자나 전화 공지도 없이 조용했다. 이렇게 대형 통신사가 보안 관리를 소홀히 한 걸 보고 신뢰가 무너졌다. 온 가족이 SK를 쓰고 있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통신사 변경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대기 줄은 정오가 가까워진 시간까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일부 시민들은 그늘에 주저앉아 번호를 기다렸고, 햇볕을 피해 근처 커피숍으로 이동해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도 곳곳에서 목격됐다.대리점 관계자는 "교체 서비스는 당분간 계속 진행될 예정이지만, 유심 추가 입고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현재 전 직원이 유심 교체 작업에 투입됐다. 갑자기 발생한 사고로 직원들도 당황스러운 상태"라고 설명했다.다른 대리점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남대 앞 한 대리점 입구에는 일찌감치 '유심 재고 소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었고, 이를 본 시민들은 실망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상황이 반복됐다.28일 오전 광주 북구 오치동 한 SK텔레콤 대리점이 해킹 피해 우려에 따른 무상 유심 교체를 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강주비 기자60대 오모씨는 "상황이 이렇게 심각할 줄 몰랐다"며 "우리처럼 정보가 느린 사람들은 늦을 수밖에 없다. 그 사이에 보이스피싱이나 금융사기라도 당하면 어떻게 책임질 거냐"고 답답함을 호소했다.현장에서는 정부 차원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시민들은 "이런 대형 사고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 "뉴스를 접하지 못한 고령층도 많은데 정부가 적극적으로 사태를 알리고 대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혼란은 대리점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이어졌다.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앱 접속이 안 된다", "예약을 해도 소용없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일부 이용자들은 "앱 오류로 인해 직접 대리점을 방문할 수밖에 없다"며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앞서 SK텔레콤은 지난 19일 해킹 공격으로 이용자의 유심 관련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다고 밝혔다. 현재 유심 무상 교체, 요금 감면 등 후속 조치를 진행 중이며 정확한 피해 규모와 사고 경위는 관계기관과 함께 조사하고 있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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