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장비 사용 내로남불" vs "일본식 표기 불편"

팬들과 소통의 창구로 쓰이는 스포츠 스타의 SNS가 광주지역 특정 가게를 저격하는 수단으로 쓰여 논란이다.
2020 도쿄올람픽 3관왕 양궁 선수 안산은 지난 1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스토리를 업로드했다. 해당 인스타그램 스토리에는 '국제선 출발(일본행)'이라는 글자가 일본식 한자로 쓰인 간판이 배경 사진으로, '한국에 매국노 왜 이렇게 많냐'는 문구가 추가돼 있었다.
안산이 올린 스토리 내용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순식간에 퍼지며 사진 속 장소는 광주 광산구 첨단에 위치한 일본풍 선술집이란 사실도 드러났다.
해당 업체는 광주·전남에 8개, 서울과 인천에 각각 1개의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다.
안산의 해당 업체 저격을 두고 온라인 반응은 갈렸다.
"가격도 엔화로 적은 가게들도 요즘 많이 보인다", "일본식 간판이 너무 많아 보기 안 좋다"며 안산을 동조하는 누리꾼이 있는 반면 "일본풍으로 가게를 꾸민 것이 어째서 매국노냐"며 안산의 SNS에 불편함을 보이는 누리꾼도 있었다.
해당 업체를 향한 비난의 수위가 거세지자 나베(일본식 전골) 전문 이자카야(선술집)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인 권모씨는 1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피드에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 권씨는 "파생되는 루머와 억측으로 한순간에 저는 친일파의 후손이 되고 브랜드는 매국브랜드가 됐다"며 "우리 업체는 해외 여행이 제한되던 코로나 시기에 일본 오사카를 테마로 기획한 것이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어 "저를 비롯한 점주님들이 죽었으면 좋겠다는 악플을 받고 있는데, 미숙한 대표로서 이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많이 어렵다"며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아프지 않도록 논란이 종식되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권씨의 영상이 올라오자 이번에는 반대로 안산에 대한 비난이 거세졌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안산이 사용하는 일본산 장비나 그가 좋아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안산이 출연한 TV프로그램의 유튜브 채널에도 부정적 댓글이 달리기 시작하자 그가 출연한 영상 일부는 비공개로 전환됐다.
18일 현재 안산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댓글 기능을 막아 놓았다.
한편, 간판이나 메뉴판에 일본어를 적는 등 일본식 인테리어를 한 식당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월 SNS상에서는 대구의 한 일식당이 메뉴판에 음식 가격을 엔화로 표기하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다.
현행 옥외광고물법은 광고물의 문자는 원칙적으로 한글맞춤법, 국어의 로마자표기법, 외래어표기법 등에 맞춰 한글로 표시해야 하고, 외국문자로 표시할 경우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한글과 함께 적도록 하고 있다.
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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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불덩이가···" 광양 산불에 뜬눈으로 지새운 밤
22일 오전 광양 옥곡면사무소에 마련된 산불 대피소에 주민들이 모여있다.
"커다란 불덩이가 짚 앞마당에 떨어지더니 순식간에 잔디가 다 타버렸어. 얼마나 놀랐던지… 하마터면 통나무로 된 우리 집도 잿더미가 될 뻔했다니까."국가소방동원령까지 발령됐던 광양 산불은 이틀 만에 완전히 진화됐지만, 화마가 스치고 지나간 마을에는 당시의 긴박함이 여전히 짙게 남아 있었다.22일 오전 광양 옥곡면사무소에 마련된 산불 대피소의 모습.22일 오후 찾은 광양시 옥곡면 점터마을. 전날 거센 불길이 휩쓸고 간 마을 산자락 곳곳은 타다 남은 나무와 검게 그을린 재로 뒤덮여 있었다. 붉게 치솟던 불길은 사라졌지만, 매캐한 연기 냄새는 아직도 마을 골목과 집 안 곳곳에 배어 있었다.산불이 시작된 지점 바로 앞에 살던 주민 A씨는 대피소에서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밤을 보낸 뒤, 대피 명령이 해제되자마자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주택은 큰 피해를 면했지만, 정성껏 가꿔오던 밤 산과 고사리밭은 흔적도 없이 타버렸다.A씨는 "불난 산이 집 바로 코앞이라 조금만 더 바람이 불었으면 집까지 홀라당 탈 뻔했다"며 "눈앞에서 그렇게 큰불을 보니 손이 벌벌 떨리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집이 계속 마음에 걸려 대피소에서도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대피 명령이 해제되자마자 돌아와 보니 집 안 가득 연기가 차 있어 빼내느라 애를 먹었다"며 "사람이 다치지 않은 건 그나마 다행이지만, 생계 수단이던 고사리밭과 밤 산이 모두 타버려 앞으로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앞서 이날 오전 옥곡면사무소 대피소에는 하룻밤을 불안 속에서 떨어야 했던 마을 주민들이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있었다. '여성 침구실'이라고 적힌 종이가 붙은 노란 천막 앞에는 대한적십자사의 응급구호세트 박스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고, 봉사자들은 주민들을 살피며 식사를 챙기는 데 분주했다.22일 광양시 옥곡면 한 야산에서 전날부터 이어진 불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주민들은 대부분 연기와 불길 속에서 경황없이 집을 뛰쳐나오느라 옷가지나 생필품은 물론, 평소 복용하던 약조차 챙기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주민 김인옥(65)씨는 "평소처럼 운동을 하려고 밖에 나왔는데, 마을이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며 "잠시 뒤 하늘에서 불덩이가 떨어져 집 앞마당 잔디가 순식간에 다 탔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불이 이렇게 무서운 건지 그때 처음 알았다"며 "그 상황을 말로 옮기기도 어려울 만큼 정신이 없었다. 옆집 할머니도 울고, 나도 울고… 밤새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날이 밝자마자 집에 있던 강아지를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박정희(77)씨도 "집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는데 아들이 '산불이 났다'고 전화해 놀라 뛰쳐나왔다. 불덩이가 바람을 타고 여기저기 옮겨붙는 모습을 보는데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며 "전등도 끄지 못하고, 매일 먹는 약도 챙기지 못한 채 나왔다. 걱정이 계속돼 몸까지 안 좋아진 상태로 밤을 보냈다"고 하소연했다.22일 오전 광양시 옥곡면 한 야산에 불이 나 한때 국가소방동원령이 발령된 가운데, 현장통합지휘본부가 꾸려진 옥곡중학교 운동장에서 관계당국이 산불 진화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대피 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건너편 마을 주민들도 안절부절못하긴 마찬가지였다.이웃들을 돕기 위해 봉사에 나선 광양동부농협 농가주부모임 회원 정현순(62)씨는 "골짜기 하나 차이로 우리 집까지 불이 번지지 않았다"며 "이장들이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대피를 알리던 긴박한 장면이 아직도 또렷하다"고 말했다. 정씨는 "회오리바람이 불지 않아 면 전체로 피해가 확산되지는 않았지만, 불 냄새와 연기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상황은 우리 마을도 마찬가지였다"며 "옥곡면 사람들은 서로 다 아는 가족 같은 사이다. 내 집이 불탄 것처럼 마음이 쓰여 새벽 5시30분부터 봉사나왔다"고 말했다.22일 오후 광양시 옥곡면 점터마을 한 주민이 전날 발생한 불로 모두 타버린 집 앞 산을 가리키고 있다.이번 산불로 옥곡면과 진상면 일대 5개 마을 주민 601명이 면사무소와 마을회관, 경모정 등으로 긴급 대피했다.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산불은 전날 오후 3시2분께 광양시 옥곡면의 한 주택에서 발생한 불이 강풍을 타고 인근 야산으로 번지면서 확산됐다. 당국은 헬기 48대와 장비 421대, 인력 4천300여명을 투입해 밤샘 진화 작업을 벌인 끝에 18시간 59분 만인 이날 오전 10시30분 진화율 100%를 선언했다. 불에 탄 산림 면적은 48㏊로 추정되며, 이는 축구장(0.714㏊) 약 67개에 달하는 규모다.주불 진화 이후 당국은 잔불 정리와 뒷불 감시 체제로 전환하고, 산불조사감식반을 투입해 정확한 발생 원인과 피해 면적, 재산 피해 규모를 조사할 방침이다.김영록 전남지사는 "강풍과 야간 산불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산림청 소속 특수진화대를 비롯한 민관군의 공조와 총력 대응 덕분에 대형 산불로 번질 수 있었던 상황을 빠른 시간 안에 진화할 수 있었다"며 "갑작스러운 산불로 큰 불편과 불안을 겪은 주민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광양=이승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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