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나눠준 스마트기기 반년만에 전체 회수 왜?

입력 2024.03.14. 09:50 한경국 기자
보급 사업 놓고 광주교사들 불만 고조
점검·보완 위해 반년만에 회수 요청
가장 바쁜 학기 초라 부담감 느껴
"점검만으로는 문제 반복된다" 의견도
시교육청 "점검 수고 덜기 위해 실시한 것"
태블릿PC의 모습. 뉴시스

광주시교육청의 스마트기기 보급 사업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새 학기를 맞아 교육용 태블릿PC와 스마트기기 점검 지원을 교직원에 떠밀면서 교육 현장에서 불만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앞서 광주지역 시민단체가 중·고교 스마트기기 보급 사업의 예산 낭비와 강제 대여 문제에 대해 공익 감사를 청구, 교육부에서 감사를 진행하는 등 연일 스마트기기 사업에 대한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어 개선이 요구된다.

14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에 따르면 광주시교육청이 최근 각 학교에 공문을 보내 학생들에게 지급된 스마트기기를 전부 거둬들이라고 요구했다.

이는 새 학기 시작에 앞서 스마트기기를 점검하고 교육 이외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놓은 보안 프로그램을 강화하기 위한 요청이다.

시교육청은 원활한 점검을 위해 지급된 학생들의 스마트 기기를 전부 회수해 라벨을 붙이고, 각 스마트기기를 충전할 뿐만 아니라 비밀번호 해지를 해지해 놓으라고 협조를 구했다. 또 무선 인터넷과 전기 콘센트가 마련된 빈 교실이나 강당을 확보하고 책상, 테이블, 의자를 배치하라고 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교사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학기 초 새로운 학생들과 관계 형성은 물론 수업 준비로만 손이 부족한데 스마트기기 점검까지 감당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특히 광주의 경우는 지난해까지 884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전체 고등학생에게 태블릿PC 4만3천199개, 전체 중학생에게 노트북 2만8천842개, 일부 초등학생에게 태블릿PC 2만7천843개를 보급한 상태라 교사들의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전교조 관계자는 "교육 현장에서는 학기 초 교육과정에 투입하는 시간과 노력이 1년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시기인데, 이 시기에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이고 있는 점에 학교 현장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면서 "이는 이미 학생들이 교육 목적 외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 기기를 관리하기 위한 임시적인 방편일 뿐이며, 교직원들의 업무량을 늘리는 무책임한 정책이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스마트기기 보급 사업에 대한 회의감과 함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스마트기기 보안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일선 학교에서 기기를 점검·보완하는 것이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보급한 스마트기기도 몇 주 만에 보안이 무너져 학교 안팎에서 시끄러웠다. 일부 학생들이 보안 프로그램을 재미로 뚫어내고 있어서다.

한 교사는 "스마트기기 보급을 앞두고 교육부가 교사들과 충분한 대화를 나누지 않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시기를 보고 점검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 "스마트기기를 수업 외 용도로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굳이 프로그램을 깔아서 통제해야 하는지 맞나 싶다. AI시대에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정보화 기능과 결합된 문제 현상을 단순한 프로그램 업데이트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광주시민교육단체도 예산 낭비와 강제 대여 등을 문제 삼고 있다.

학벌없는사회를위한시민모임은 "스마트 기기를 강제로 대여하는 사업을 멈춰야 하며 감독기관의 감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점검은 새학기를 맞아 학생들이 가진 교육용 스마트기기의 원할한 수업 활용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된다. 특히 현재 운영 중인 '스마트기기 AS관리지원센터'에 학생·학부모가 방문해 점검받는 수고를 줄이기 위해 실시된 것이다"며 "그동안 보급된 스마트기기에 대해 일부 학생들의 교육 목적 외 사용, 사용 시간 관리 기능 부재 등 불편 민원이 있어 왔다. 이번 점검으로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 할 수 있게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스마트기기 보급은 교육부의 2025년 AI기술 기반 디지털 교과서 보급과 맞물려 각 지역 교육청에서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원사업이다.

한경국기자 hkk4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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