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 잡기 겁나"···지뢰밭 같은 광주 도로 어떡해

입력 2024.03.05. 09:54 박승환 기자
올해 접수된 포트홀 신고 총 9천977건
지하철 공사 시작 후 심해졌다는 의견도
차량 파손때 피해보상 절차 복잡
운전자들 "도로 관리에 신경 써주길"
29일 오전 광주 동구 학동의 한 도로에 포트홀이 방치돼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올겨울 비와 눈이 많이 와서 그런지 유독 심하네요. 밤에는 잘 보이지도 않아 위험한데 민원을 넣어도 제대로 처리도 안 되고 사고 날까 불안해 못 살겠어요."

'도로의 지뢰'라 불리는 포트홀(도로 파임)이 광주 도심을 뒤덮었다.

베테랑 운전자들도 포트홀로 인한 안전 위협은 차량 흐름에 방해가 된다며 빠른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광주도시철도 2호선 공사까지 맞물리면서 운전자들의 피로도와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9일 오전 광주 서구 풍암동 광주월드컵경기장 주변 도로는 곳곳에 포트홀과 복공판으로 뒤덮여 그야말로 '누더기'처럼 변해 있었다.

깊이 5㎝ 안팎 포트홀의 크기는 성인 남성 손바닥만 한 것부터 차량 바퀴가 절반가량 들어갈 정도로 다양했다.

복공판 역시 불규칙적으로 깔려 있어 차량 흐름을 방해했다.

실제 이곳을 지나는 차량들은 마치 비포장도로를 달리듯 덜컹거리기 일쑤였다.

뒤늦게 포트홀을 발견하고 갑작스레 속도를 줄이거나 차선을 변경하려다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도 빈번하게 연출됐다.

비슷한 시간 광주 남구 백운교차로 인근 도로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포트홀과 복공판이 도로 전체를 점령한 수준이었다.

포트홀을 뒤늦게 발견하고 급하게 멈춰 서거나 복공판 위를 달리지 않으려고 옆 차선으로 끼어드는 운전자들이 많았다. 한 시민은 도로 끝 차선에서 공유형 전동킥보드를 타고 가다가 포트홀에 걸려 넘어지기까지 했다.

이처럼 광주 도심 도로 곳곳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포트홀과 미끄러운 복공판으로 뒤덮여 운전자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 올해 1월 1일부터 2월 26일까지 광주시로 접수된 포트홀 발생 신고 건수는 총 9천977건이다. 이 중 폭설이 내린 1월25일 이후 접수된 신고만 7천776건에 달했다.

이는 광주시가 직접 관리하는 폭 20m 이상 일반도로에서만 접수된 것으로 시는 폭 20m 미만 일반도로를 관리하는 5개 자치구와 고속도로 관리 주체인 한국도로공사로 접수된 신고까지 포함하면 더욱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포트홀이 발생하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겨울철 눈을 녹이기 위해 사용하는 염화칼슘 등 제설제가 대표적이다.

제설을 위해 무분별하게 염화칼슘을 살포해서다.

29일 오전 광주 남구 백운교차로 인근 도로에 복공판 주변으로 포트홀이 생겨 긴급 보수돼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눈이 내리기 전 염화칼슘을 미리 살포해서는 안 되지만 제설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 쏟아지는 민원량이 염화칼슘을 미리 뿌렸다는 민원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지하철2호선 공사 이후 포트홀이 급증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는 공사를 할 때 생기는 진동이 아스팔트에 균열을 내고, 그 틈으로 스며든 물기가 기온 변화에 따라 얼고 녹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광주도시철도 2호선 공사구간을 따라가 보면 복공판이 설치된 도로 주변에 포트홀을 보수한 흔적이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포트홀과 복공판 등으로 인해 차량이 파손됐을 때 피해보상을 받는 절차가 까다롭다는 점이다.

포트홀로 인한 사고의 경우 사고 지점 도로의 관리 주체가 가입한 영조물배상공제로, 지하철 공사로 발생한 사고는 각 공구를 담당하는 시공사가 가입한 책임보험으로 보상을 받아야 하는데, 결국 보상은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얼마나 입증하냐에 달려 있다.

운전자 박모(38)씨는 "얼마 전 앞차의 타이어에서 튀어 오른 아스팔트로 인해 유리창이 조금 깨져 피해 보상을 받고자 문의했더니 앞차에서 튄 게 맞는지 되려 증명하라고 하더라"며 "지하철 공사가 시작된 이후 광주가 참 운전하기 힘들어진 것 같다. 도로 관리에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균열이 생긴 도로는 재포장하는 게 맞지만 예산이 부족해 덧씌우는 식으로 조치하는 중이다"며 "운전자들의 불편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도로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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