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장기화 남은 의료진도 쓰러질 것··· 의료붕괴 시간 문제"

입력 2024.02.22. 18:44 박승환 기자
전문의·간호사 등 빈자리 메워
현장 혼란 가중·피로 누적 호소
환자·보호자들 고충도 깊어져
불법 의료행위 가능성 등 우려
22일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에는 전공의들의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전문의와 간호사 등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최소원 수습기자?ssoni@mdilbo.com

"전공의들이 나간 만큼 나눠서 일을 하고 있으니 피로가 쌓여가고 있습니다. 당장 큰 문제는 없지만 의료대란 사태가 장기화 되면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들도 쓰러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지 사흘째를 맞으면서 의료대란 현실화 속 현장에 남은 의료진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다.

특히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료진들은 한시적으로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지만 장기화될 경우 의료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데 강한 우려감을 표했다.

실제 현장에 남겨진 의료진들은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 공백으로 혼란 가중과 피로감 누적을 호소하고 있다.

전공의 집단사직 등 진료거부 사흘째인 22일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병원에는 분주한 가운데 긴장감이 맴돌았다.

이른 아침부터 병원 곳곳에서 전임의와 간호사 등이 바쁘게 움직였다.

조금이라도 이동 시간을 줄이기 위해 뛰는 의료진들도 쉽게 눈에 띄었다. 일부 의료진은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환자와 보호자들 역시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좀처럼 줄지 않는 진료대기 시간에 발을 동동 굴렀다. 일부는 고군분투하는 의료진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데리고 병원을 찾은 주부 김모(42)씨는 "전공의들의 태도는 화가 나지만 현장에 남아서 쉬지도 못하고 있는 의료진의 이야기를 들은 상태라 대기시간이 길어도 꾹 참고 있다"며 "혹시 남은 의료진이 과로로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조선대병원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이곳에선 2차 의료기관이나 요양병원 등 다른 병원으로 가기 위해 사설 구급차를 기다리는 환자들이 많았다.

병원 문 앞에 붙은 '일부 진료과에서 진료 지연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보고 한숨을 쉬며 발길을 돌리는 시민들도 자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현장에 남은 의료진들은 환자 한 명이라도 더 보려고 애를 썼다.

간호사 A씨는 "전공의들의 무단 결근 사태 이후 매일 뛰어다니고 있는 것 같다"며 "지금은 어떻게든 버텨내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현장 의료진도 피로 누적으로 무너질텐데 그때는 고스란히 환자들이 피해를 볼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전공의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병원 측의 움직임도 분주했다.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 모두 전문의와 전임의, 진료보조 간호사(PA) 등이 진료업무에 적극 나섰다.

수술은 중증 환자 위주로만 진행하고 있었으며, 상대적으로 상태가 좋은 환자들은 조기 퇴원 또는 전원 조치시키는 등 병상 가동률을 평상시 대비 절반가량 축소했다.

이러한 병원 방침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남은 의료진들의 고충은 깊어져 가고 있다.

전남대병원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 B씨는 "병상 가동률을 줄여가고 있어 아직은 양호한 상태지만 이마저도 시간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언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곳이 병원이다 보니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간호사 C씨도 "수술의 경우 교수님 혼자 진행하는 게 불가능해 새벽부터 호출을 받는 등 시간 외 근무를 하는 동료 간호사들이 늘고 있다"며 "대부분 위중한 환자들이라 지나칠 수도 없는 상황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공의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불법 의료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보건의료노조 광주전남본부에 따르면 전날부터 의사면허를 소지해야만 할 수 있는 의료 업무에 투입됐다는 조합원들의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처방 등 현행법상 의사면허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업무들에 자격이 없는 간호사들이 투입되고 있어 부담을 호소하는 조합원들이 많다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혹시라도 잘못된 처방을 내리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간호사들이 떠안는 것 아니냐"며 "전공의들의 공백으로 현장에 남은 의료진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오후 6시 기준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은 전남대병원 120명(분원 4명), 조선대병원 113명에 달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차솔빈·최소원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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