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전부치고 윷놀이는 옛말" 설 명절 신(新)풍속도

입력 2024.02.07. 16:00 임창균 기자
고물가에 인터넷으로 저가 제수용품
OTT 활성화 속 영화관은 뒷순위
해외여행 열풍 가속화·세뱃돈은 기프트카드
7일 오전 광주 북구 말바우시장, 설 연휴전 마지막 장날을 맞아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올 민족 대명절 설에는 고향을 찾기보단 쉬거나 여행을 가면서 일상을 이어가겠다는 시민들이 다수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엔데믹까지 거치면서 '다수' 보다 '소수'끼리 보내는 명절이 익숙해지는 추세다.

명절 차례상 역시 최소화하거나 간소화하는 추세다.

치솟는 생활물가 탓에 장바구니가 가벼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기 불황과 핵가족화, 코로나 등 영향으로 민족 최대 명절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설 연휴를 앞둔 7일 오후 광주 북구 우산동 말바우시장을 방문한 주부 유모(61·여)씨는 차례상에 올릴 제수를 사려다 가격에 흠칫 놀랐다. 물가가 올랐다고 듣긴 했지만 가격을 보니 정말로 손길이 가지 않았다.

과일은 어쩔 수 없이 상에 올릴 것만 구입하고 전 재료들은 인터넷으로 사기로 마음먹고 발을 돌렸다.

유씨는 "예전에는 시장에서 직접 재료 사서 손질하면 많이 나눠 먹을 수 있어서 좋았는데 이제는 그렇게 고생할 이유를 못 느낄 것 같다"며 "아들이 손질된 명태포를 인터넷으로 주문해 줬는데 먹을만하면 계속 인터넷으로 주문할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원 양모(41)씨는 지난해 선물로 받은 전기 팬을 당근마켓에 중고로 내놓았다. 본가에 있는 전기팬이 너무 오래돼 바꿔주려고 했지만, 어머니로부터 가까운 전집에서 전을 따로 구매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원래는 전을 한 소쿠리 가득 부치시던 양씨의 어머니였지만, 코로나 때 가족들 없이 명절을 몇 차례 지내면서 차례를 간소하게 치르다 보니, 예전처럼 고생해서 전 부칠 필요를 못 느꼈다고 한다.

양씨는 "예전처럼 가족들이 많이 모이는 게 아니다 보니 음식들을 많이 장만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차례용 음식들을 밀키트로도 팔다 보니 앞으로 전기팬을 쓸 일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7일 오전 광주 북구 말바우시장에서 상인이 명태를 손질하고 있다.

친척들이 둘러앉아 함께 연휴를 즐기던 풍경도 바뀌었다.

주부 윤모(43)씨는 연휴기간에 가족과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과거에는 음식 장만하면 집에서 며칠씩 머물면서 못다 한 이야기꽃을 피웠지만 이제 간단히 식사만 함께한 뒤 영화를 보거나 가까운 지역으로 나들이를 나갔다 오곤 한다.

올해는 영화가 마땅치 않아 가까운 곳으로 드라이브나 나갈 것을 고민 중이다.

윤씨는 "어렸을 때는 친척들이 전날에 모여서 막 부친 전을 먹고, TV에서 해주는 특선 영화를 보며 윷놀이를 한 기억이 나고, 조금 자라서는 다같이 해리포터를 보러 갔었다"며 "예전에는 명절을 노리고 개봉하는 영화들이 많았는데 이젠 그것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연휴 기간 해외여행을 가려던 이모(38)씨는 지난달 여행사를 통해 상품을 알아보려다 이미 예약이 꽉 찼다는 말에 포기하고 말았다. 연휴 기간 고속도로가 막힐 것을 고려해 가까운 무안공항을 이용하려 했지만, 지속된 엔저 현상으로 인해 일본 기타큐슈는 물론이고 동남아 여행 상품들도 설 연휴 기간이 포함된 상품들은 동이 났다.


6일 오후 광주 남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제수용 과일을 고르고 있다.

이씨는 "명절 때 해외여행을 많이 간다는 말은 들었지만 올해는 연휴가 짧은데도 많이들 가는 것 같다"며 "대신 국내 여행지 숙소들이 여유가 있는 것 같아 차례를 간소하게 지내고 가족과 여수나 순천, 태안 중의 한 곳을 가려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혼자 보내는 명절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세뱃돈도 비대면으로 오가고 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조카를 둔 한모(45)씨는 연휴가 짧아지면서 온 가족이 모이기 힘들어졌는데 조카들 용돈은 챙겨줘야 해서 고민하다가 기프트 카드를 떠올렸다. 굳이 만나지 않고서도 마음을 표현할 수 있어 자주 사용할 계획이다.

한씨는 "코로나 때 명절에 직접 못 보고 영상통화로 새해 인사 받고 기프트카드를 보내줬는데,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편하고 좋았다"며 "현금으로 주게 되면 액수가 정해져 있어 불편한 점이 있는데 기프트 카드는 가격대가 다양해 경제적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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