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정선엽 병장 일생까지 재조명
조선대 12·12 당일 명예졸업장 수여 논의
5·18 영화 '택시운전사' 주인공들
실제 이야기에 관심 집중되기도
12·12 군사쿠데타 당시 국방부와 육군본부를 연결하는 지하벙커 초소를 지키다 반란군의 총탄에 맞아 숨진 고(故) 정선엽 병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정 병장이 영화 '서울의 봄'에서 반란군들의 총기 난사에 쓰러진 조민범 병장의 모티브가 된 실존 인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연일 사회적으로 재조명되고 있어서다. 그는 당시 나이 스물셋으로 전역을 3개월 앞두고 있었다.
11일 조선대와 동신고 등에 따르면 조선대 학사운영팀은 12·12 군사쿠데타 당일인 12일 교무위원회를 열고 정 병장에 대한 명예 졸업장 수여 여부를 논의한다.
교무위원회 심의에서 명예 졸업장을 주기로 결정되면, 총장의 최종 결재를 거쳐 내년 2월 정기 학위수여식 때 수여될 예정이다.
2001년부터 시작된 조선대 명예 졸업장 제도는 본교 재학 중 천재지변이나 전시를 비롯한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제적된 학생 중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했거나 본교 명예 발전에 공헌했다고 인정되는 경우 받을 수 있다. 현재까지 47명이 명예 졸업장을 받았다.
정 병장도 영화 서울의 봄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조선대 재학생이었던 사실이 재조명되면서 명예 졸업장 수여까지 이르게 됐다.
앞서 지난해 12월, 사망 43년 만에 사망 구분이 '순직'에서 '전사'로 변경됐을 때도 조선대는 명예 졸업장 수여를 검토했으나 교무위원회까지 안건을 올리지 못해 무산됐다.
정 병장의 고등학교 동문들도 12·12 군사쿠데타 당일인 12일 오후 1시 광주 북구 동신고등학교에 심어진 정 병장 기념식수 앞에서 처음으로 추도식을 가질 예정이다.
동문들은 2017년 모교 운동장에 기념식수를 심는 등 지난 40여년간 조용히 정 병장을 기억해오다가 영화 서울의 봄을 계기로 정 병장의 군인정신과 절개가 널리 알려지면서 그 뜻을 기리기 위해 추도식을 마련했다.
정 병장의 죽음에 대한 사망 구분이 전사로 변경된 것도 동문 등이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에 진정을 넣으면서 바로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비록 영화에서는 후반부 단 한 장면에 그쳤지만, 반란군에 끝까지 맞서 싸우다 전사한 정 병장의 희생을 다시 한번 기억하는데 그 어떤 것보다 강렬했다는 평가다.
영화를 통해 재조명된 '의인(義人)'은 정 병장뿐만이 아니다.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린 독일의 공영방송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도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택시운전사'로 다시 한번 널리 알려졌다.
5·18기념재단과 한국영상기자협회는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21년부터 힌츠페터국제보도상도 수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정 병장처럼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 대부분이 아직 제대로 된 역사적 평가를 받지 못한 상태다"며 "영화 흥행에 그칠 것이 아니라 비극적인 역사의 반복을 막기 위해 그들을 오래 기억하고 기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의 봄은 상영 20일차를 맞은 이날 오전 전국 누적 관객 수 700만명을 넘어섰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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