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비리' 특별단속 검거 '전국 1위' 조성우 수사관

입력 2023.12.03. 19:51 박승환 기자
35세 나이 뒤늦게 경찰 입직
경위에서 경감으로 특별승진
"혼자만 혜택 봐 미안한 마음
팀원들에게 공 돌리고 싶어"
광주 서부경찰서 수사과 지능2팀 조성우 수사관.

국민에게 좋은 경찰이 되겠다는 다짐은 늘 마음 한 켠에 자리 잡은 무거운 돌덩이이자 사건을 해결할 때마다 다시 새겨보는 스스로와의 약속이다.

경찰공무원 입직 나이가 36세로 제한돼있던 2009년, 35세의 나이로 순경 공채에 합격해 뒤늦게 조직에 발을 들인 광주 서부경찰서 수사과 지능2팀 조성우(48) 수사관의 얘기다.

어린 시절부터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었던 조 수사관에게 사회악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하는 '히어로'인 경찰은 어쩌면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그에게 2023년 겨울은 평생 기억에 남는 날이 됐다.

'아빠찬스' 논란이 터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채용 비리 사건 이후 윤희근 경찰청장이 '일벌백계(一罰百戒)'를 강조하면서 시작된 경찰청의 '채용 비리' 특별단속에서 조 수사관이 몸담은 광주 서부경찰서 수사과 지능2팀이 전국 최고 실적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팀의 허리로 활약한 조 수사관은 검거실적 전국 1위 유공으로 경위에서 경감으로 특별승진했다.

조 수사관과 지능2팀은 이번 특별단속 기간 광주 5개 자치구 소속 가로환경공무직 미화원 채용 알선 명목으로 6명으로부터 2억9천만원을 수수한 노동조합위원장과 지부장 등 3명을 검거해 전원 구속했다.

사건의 시작은 특별단속 시작 두 달 전인 올해 3월 서구청장 직통 휴대전화로 접수된 문자 한 통에 대한 수사 의뢰였다.

공무직 환경미화원으로 취업시켜준다며 1억을 받았다는 내용의 문자를 본 조 수사관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생각과 함께 사건을 내버려 둘 경우 광주시 전체로 공직 채용 비리가 확대될 수 있다는 걱정밖에 들지 않았다.

수사의 핵심은 피해자의 진술을 신속하게 확보하는 것이었다. 수사가 길어지게 되면 사기범들이 더 깊숙이 숨어들게 뻔했기 때문이다.

실제 수사 낌새를 눈치챈 사기범들은 말을 맞춰 혐의를 전면 부인했으며, 피해자들에게 돈을 빌린 것이라며 가짜 차용증을 만들었다. 노동조합위원장은 휴대전화를 버리기까지 했다.

광주 서부경찰서 수사과 지능2팀. 사진 왼쪽부터 강성범 경감, 조성우 경감, 최상권 경위, 김형남 경장.

하지만 피해자들은 자신들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걱정에 싸여 처음에는 진술을 거부했다. 조 수사관은 피해자들을 설득하고 또 설득했다.

사기범들도 주말과 휴일까지 반납하며 옥죄어오는 수사망을 피하긴 힘들었다. 사기범들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에서 27만여개에 달하는 파일을 분석한 끝에 추가 범행 정황도 발견했다.

결국, 16번에 걸친 압수수색과 금융계좌 분석 등 6개월의 추적 끝에 사기범 3명 범죄혐의를 모두 입증했다.

사회생활 출발이 늦었던 조 수사관은 사기범들을 일망타진하고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취업준비생과 그들의 부모가 가진 간절한 마음이 범죄에 악용된 상황이 가슴 아팠기 때문이다. 사기범 검거 이후에도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한 이유다.

조 수사관은 "녹록지 않은 수사 환경 속에서 묵묵히 책임을 다해 준 팀원들이 있는 데 혼자만 혜택을 보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다"며 "수사팀을 믿고 전폭적으로 지원해준 지휘부와 팀원들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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