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위에서 경감으로 특별승진
"혼자만 혜택 봐 미안한 마음
팀원들에게 공 돌리고 싶어"
국민에게 좋은 경찰이 되겠다는 다짐은 늘 마음 한 켠에 자리 잡은 무거운 돌덩이이자 사건을 해결할 때마다 다시 새겨보는 스스로와의 약속이다.
경찰공무원 입직 나이가 36세로 제한돼있던 2009년, 35세의 나이로 순경 공채에 합격해 뒤늦게 조직에 발을 들인 광주 서부경찰서 수사과 지능2팀 조성우(48) 수사관의 얘기다.
어린 시절부터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었던 조 수사관에게 사회악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하는 '히어로'인 경찰은 어쩌면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그에게 2023년 겨울은 평생 기억에 남는 날이 됐다.
'아빠찬스' 논란이 터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채용 비리 사건 이후 윤희근 경찰청장이 '일벌백계(一罰百戒)'를 강조하면서 시작된 경찰청의 '채용 비리' 특별단속에서 조 수사관이 몸담은 광주 서부경찰서 수사과 지능2팀이 전국 최고 실적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팀의 허리로 활약한 조 수사관은 검거실적 전국 1위 유공으로 경위에서 경감으로 특별승진했다.
조 수사관과 지능2팀은 이번 특별단속 기간 광주 5개 자치구 소속 가로환경공무직 미화원 채용 알선 명목으로 6명으로부터 2억9천만원을 수수한 노동조합위원장과 지부장 등 3명을 검거해 전원 구속했다.
사건의 시작은 특별단속 시작 두 달 전인 올해 3월 서구청장 직통 휴대전화로 접수된 문자 한 통에 대한 수사 의뢰였다.
공무직 환경미화원으로 취업시켜준다며 1억을 받았다는 내용의 문자를 본 조 수사관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생각과 함께 사건을 내버려 둘 경우 광주시 전체로 공직 채용 비리가 확대될 수 있다는 걱정밖에 들지 않았다.
수사의 핵심은 피해자의 진술을 신속하게 확보하는 것이었다. 수사가 길어지게 되면 사기범들이 더 깊숙이 숨어들게 뻔했기 때문이다.
실제 수사 낌새를 눈치챈 사기범들은 말을 맞춰 혐의를 전면 부인했으며, 피해자들에게 돈을 빌린 것이라며 가짜 차용증을 만들었다. 노동조합위원장은 휴대전화를 버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자신들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걱정에 싸여 처음에는 진술을 거부했다. 조 수사관은 피해자들을 설득하고 또 설득했다.
사기범들도 주말과 휴일까지 반납하며 옥죄어오는 수사망을 피하긴 힘들었다. 사기범들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에서 27만여개에 달하는 파일을 분석한 끝에 추가 범행 정황도 발견했다.
결국, 16번에 걸친 압수수색과 금융계좌 분석 등 6개월의 추적 끝에 사기범 3명 범죄혐의를 모두 입증했다.
사회생활 출발이 늦었던 조 수사관은 사기범들을 일망타진하고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취업준비생과 그들의 부모가 가진 간절한 마음이 범죄에 악용된 상황이 가슴 아팠기 때문이다. 사기범 검거 이후에도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한 이유다.
조 수사관은 "녹록지 않은 수사 환경 속에서 묵묵히 책임을 다해 준 팀원들이 있는 데 혼자만 혜택을 보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다"며 "수사팀을 믿고 전폭적으로 지원해준 지휘부와 팀원들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 취준생·구직자 희망 짓밟는 채용비리 '만연' 공정한 취업기회를 박탈하고 건전한 고용질서와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채용 비리'가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다.특히 투명성과 공공성이 담보돼야 할 공공기관조차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형성된 카르텔을 통한 부당한 채용 청탁이 횡행하고 있다.이는 구직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을 무력하게 만들 뿐 아니라 경기침체 속에서도 직업을 얻기 위해 애쓰는 구직자들의 채용기회를 앗아가는 한편 깊은 절망감에 빠뜨리게 한다.채용 비리에는 '채용 장사', '우월적 지위 이용 취업 갑질', '채용·인사 업무방해' 등 크게 세 가지가 있다.가장 대표적인 채용 장사는 채용 과정에서 특혜 또는 경쟁자에 대한 불이익 등을 전제로 한 대가성 금품수수다. 우월적 지위 이용 취업 갑질에는 채용·승진·인사 과정에서 압력 행사가 채용·인사 업무방해에는 심사정보 유출과 문서 허위 작성, 평가항목 고의 누락·변경 등이 손꼽힌다.실제 최근 광주 5개 자치구 소속 가로환경공무직 미화원 채용 알선 명목으로 6명으로부터 2억9천만원을 수수했다가 경찰에 붙잡혀 광주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한국노총 소속 광주지자체노동조합 위원장 등의 범죄도 채용 장사에 해당한다.광주 5개 자치구 소속 가로환경공무직 미화원은 500여명으로 범죄에 앞장선 위원장은 10년 이상 위원장을 역임한 영향력을 악용, 여섯 명의 피해자에게 한 명당 적게는 5천만원, 많게는 6천500만원까지 총 2억9천만원을 가로챘다. 피해자들은 공무직에 취업하고자 한 취업준비생과 그들의 부모였다.사건 수사를 지휘한 심정환 서부경찰서 수사과장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관행으로 자리 잡고 있는 채용 비리는 공정한 채용이라는 사회적 요구가 큰 상황 속 좌시할 수 없는 중대한 문제다"며 "취업 절차의 투명성 강화와 채용 비리 확대 방지를 위해 경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이같은 채용비리는 지역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다.경찰청이 올해 5월 8일부터 10월 31일까지 상시 근로자 30명 이상인 민간 사업장과 정부·지자체·중앙공공기관 350곳, 지방공공기관 678곳, 기타 공직유관단체 336곳 등 총 1천364곳을 대상으로 채용 비리 특별단속을 펼쳐 137건(민간분야 119건·공공분야 18건)의 채용 비리를 적발했다.이 가운데 경찰은 978명(914명·64명)을 송치(구속 26명)했다.비리 유형별로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취업 갑질 79건(민간분야 76건·공공분야 3건) 749명(구속 15명)이 가장 많았으며 채용·인사 업무방해 34건(24건·10건) 190명(4명), 채용 장사 24건(19건·5건) 39명(7명) 순이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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