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담보책임기간 끝나면 나몰라라…속타는 입주민들 어떡해

입력 2023.10.20. 16:13 박승환 기자
하자보수 신고 건수 5년간 2만3천건
전문가 “기간 적절한지 검토 필요”
지난 16일 광주 동구 계림동 A 아파트에 거주 중인 직장인 이모(35)씨의 집 화장실 타일이 벌어졌다. 이씨 제공

#1. 지난달 중순 광주 동구 계림동 A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신혼 생활을 시작한 이모(35)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른 새벽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화장실 타일이 금이 가면서 벌어진 것이다. 무너진 타일을 지지하던 선반이 있어서 폭삭 내려앉지는 않았지만, 입주한 지 3주밖에 되지 않았기에 당혹감은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

현장에 도착한 인테리어 전문가로부터 "날씨가 추워지면서 콘크리트 벽과 타일 사이 접착이 떨어진 것 같다"는 부실시공이 의심되는 말을 들으니 더욱 화가 치밀어올랐다. 이씨는 "시공상 결함은 기간이 얼마가 됐든 고쳐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생명과 직결된 문제인데도 하자보수 기간을 들먹이며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2. 올해 광주의 신축 아파트에 입주한 정모(40·여)씨도 억울하긴 마찬가지다. 겨울옷을 꺼내려고 안방에 옷장을 열었는데 옷장은 물론 보관 중인 옷과 벽면까지 곳곳에 곰팡이가 심하게 핀 것이다. 주변 지인들에게 물은 끝에 하자담보책임기간이므로 시공사에 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정씨는 곧바로 시공사에 피해 사실을 알리며 보상금을 요청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불가능' 이었다. 곰팡이가 생긴 것은 생활환경의 문제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정씨는 "입주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곰팡이가 생긴다는 것은 분명 시공상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며 "억울하면 소송 걸라는 말을 들으니 어이가 없다"고 토로했다.

전국적으로 아파트 '하자' 신고가 끊이지 있어 시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20일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지난 5년간 접수된 하자 신청 건수는 총 2만3천66건으로 해마다 4천건을 웃돌고 있다.

하자는 공사상 잘못으로 발생한 균열, 파손, 누수 등이 건축물의 안전·기능·미관상 지장을 초래할 정도의 결함을 말한다.

하자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공동주택관리법에 명시된 하자담보책임기간에 따라 공사별로 최대 10년까지 보수를 받을 수 있다.

타일을 비롯한 마감공사 하자는 2년, 단열·창문공사는 3년, 철골이나 콘크리트, 지붕, 방수는 5년, 지반공사의 경우 10년이다.

문제는 하자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씩 드러나는 경우가 많지만, 시공사는 하자담보책임기간이 끝난 이후 발생한 하자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한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결책은 민사소송뿐이지만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낮은 개인이 기업을 상대로 법정 싸움을 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하자담보책임기간이 끝났다고 해서 시공상의 문제가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소비자와 시공사 양쪽의 의견 차이가 있는 만큼 막연하게 하자담보책임기간을 없앨 수는 없다"며 "아파트 하자 문제가 전국적으로 많이 생기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만큼 현재의 하자담보책임기간이 적절한지에 대해서 사회적인 협의를 해볼 필요가 있다. 국토부나 국회 차원에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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