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생활권 '기후위기 대응 거버넌스' 의지 있나?

입력 2023.09.19. 11:19 이삼섭 기자
2023 무등일보 특별 대기획 물(水)의 경고…재난의 양극화 제2부 본격화된 물 전쟁
④광주시 기후재난 대책 분석해보니
가뭄·홍수·폭염 등 기후위기 공동대응 구상
올해 6월 첫 회의 뒤 뚝…협의에만 ‘하세월’
광주광역시가 올해 6월 발표한 가뭄 대응 방안. 광주시와 인접 시·군 간 밀접한 물 관리 협조 체제가 핵심이다. 광주시 제공

2023 무등일보 특별 대기획 물(水)의 경고…재난의 양극화

제2부 본격화된 물 전쟁?④광주시 기후재난 대책 분석해보니

생명의 근원인 물을 둘러싼 지방자치단체들간 '물 전쟁'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에 지난해부터 지속돼 온 가뭄과 극한 호우, 폭염 등 기후재난이 잇따르면서 물 관리·운영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커지면서다.

제한급수 문턱까지 간 올해 초 불거진 섬진강과 영산강 물 사용을 둘러싼 '물 패권주의'가 대표적이다. 섬진강 유역 주민들은 광주권역 시·도민들이 영산강 대신 섬진강 수계 댐에 의존하는 데 대한 불만이 많다. 광주시민들의 식수원인 동복댐도 마찬가지.

또한 영산강 상류에서 물을 가둬놓는 바람에 수질 악화를 겪고 있는 중·하류 주민들은 물론 농업용·생활용댐 물 사용을 둘러싼 다양한 갈등이 표출됐다. 평소엔 별 문제가 없지만 가뭄으로 물이 마르자 '물 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문제는 이상기후 탓에 이 같은 물 부족이 언제든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물 관리 주체인 정부와 지자체, 수요자 격인 시민과 기업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물 관리 거버넌스' 구축이 절실한 이유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올해 지난 6월 2일 광주 동구 전통문화관에서 열린 '기후위기 대응 상생협력 간담회'를 열고 광주 인접 5개 시·군 단체장, 관계기관장과 가뭄 관련 중앙부처 공동 건의사업 등을 논의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강기정 광주시장은 지난 6월 광주와 인접한 나주·담양·장성·함평·화순 등 5개 시·군과 함께 기후위기에 공동 대응하는 '기후환경회의'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극한 가뭄' 탓에 영산강과 동복댐 등의 '물 배분'을 두고 수면 아래에 있던 이해관계가 표출되면서 이를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하게 조정해야 할 협력체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정된 물의 효율적 관리라는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진척 없이 탁상공론에만 그치고 있다. 제한급수 위기에 지자체들이 분주하게 대응책을 마련했다가 위기가 사그라들면서 관심에서 멀어진 게 아니냐는 거다. 본보 취재 결과, 기후환경회의를 구성하기 위한 지자체간 협의는 강 시장이 제안한 이후 한 차례, 그것도 6월에 열린 게 전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별도의 기구를 만드는 데서 한발 후퇴해 다른 광역협력사업과 묶여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 사이 사업 추진 부서도 기후환경국에서 기획조정실의 광역협력담당으로 이관됐다. 이미 광주시와 인접 5개 시·군의 상생협력체인 '빛고을생활권행정협의회'가 있기 때문에 기후라는 하나의 의제만을 가지고 인접 지자체와 별도의 상설 협력체를 만드는 데 부담이 따른다는 게 광주시 측의 설명이다.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광주시가 기후환경회의 구상을 밝혔을 때 중요한 시기에 잘 나왔다고 생각했지만, 종합계획(로드맵)을 세워서 한 게 아니라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면서 "일반 실·국 단위에서 다른 부서나 지자체에 협조받아서 추진하는 것은 어렵고, 적어도 부시장급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할 별도 총괄 조직을 만들거나 기존 조직을 강화해야 실질적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빛고을생활권행정협의회는 2019년을 마지막으로 아직까지 한번도 개최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황.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의제를 올릴 테이블이 없는 상태다. 미래 기후재난에 대비한 실질적 대이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황철호 광주시 정책보좌관은 "지자체 각 부서에서는 만나고 있는데 도시와 농업이 보는 관점이 다르고, 또 지자체마다 원하는 것들이 다르다보니 조심스럽게 접근하느라 속도가 느린 것이다"면서 "올해 혹은 내년 초에 지자체와 만나 구상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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