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광주시 기후재난 대책 분석해보니
가뭄·홍수·폭염 등 기후위기 공동대응 구상
올해 6월 첫 회의 뒤 뚝…협의에만 ‘하세월’
2023 무등일보 특별 대기획 물(水)의 경고…재난의 양극화
제2부 본격화된 물 전쟁?④광주시 기후재난 대책 분석해보니
생명의 근원인 물을 둘러싼 지방자치단체들간 '물 전쟁'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에 지난해부터 지속돼 온 가뭄과 극한 호우, 폭염 등 기후재난이 잇따르면서 물 관리·운영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커지면서다.
제한급수 문턱까지 간 올해 초 불거진 섬진강과 영산강 물 사용을 둘러싼 '물 패권주의'가 대표적이다. 섬진강 유역 주민들은 광주권역 시·도민들이 영산강 대신 섬진강 수계 댐에 의존하는 데 대한 불만이 많다. 광주시민들의 식수원인 동복댐도 마찬가지.
또한 영산강 상류에서 물을 가둬놓는 바람에 수질 악화를 겪고 있는 중·하류 주민들은 물론 농업용·생활용댐 물 사용을 둘러싼 다양한 갈등이 표출됐다. 평소엔 별 문제가 없지만 가뭄으로 물이 마르자 '물 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문제는 이상기후 탓에 이 같은 물 부족이 언제든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물 관리 주체인 정부와 지자체, 수요자 격인 시민과 기업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물 관리 거버넌스' 구축이 절실한 이유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지난 6월 광주와 인접한 나주·담양·장성·함평·화순 등 5개 시·군과 함께 기후위기에 공동 대응하는 '기후환경회의'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극한 가뭄' 탓에 영산강과 동복댐 등의 '물 배분'을 두고 수면 아래에 있던 이해관계가 표출되면서 이를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하게 조정해야 할 협력체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정된 물의 효율적 관리라는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진척 없이 탁상공론에만 그치고 있다. 제한급수 위기에 지자체들이 분주하게 대응책을 마련했다가 위기가 사그라들면서 관심에서 멀어진 게 아니냐는 거다. 본보 취재 결과, 기후환경회의를 구성하기 위한 지자체간 협의는 강 시장이 제안한 이후 한 차례, 그것도 6월에 열린 게 전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별도의 기구를 만드는 데서 한발 후퇴해 다른 광역협력사업과 묶여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 사이 사업 추진 부서도 기후환경국에서 기획조정실의 광역협력담당으로 이관됐다. 이미 광주시와 인접 5개 시·군의 상생협력체인 '빛고을생활권행정협의회'가 있기 때문에 기후라는 하나의 의제만을 가지고 인접 지자체와 별도의 상설 협력체를 만드는 데 부담이 따른다는 게 광주시 측의 설명이다.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광주시가 기후환경회의 구상을 밝혔을 때 중요한 시기에 잘 나왔다고 생각했지만, 종합계획(로드맵)을 세워서 한 게 아니라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면서 "일반 실·국 단위에서 다른 부서나 지자체에 협조받아서 추진하는 것은 어렵고, 적어도 부시장급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할 별도 총괄 조직을 만들거나 기존 조직을 강화해야 실질적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빛고을생활권행정협의회는 2019년을 마지막으로 아직까지 한번도 개최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황.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의제를 올릴 테이블이 없는 상태다. 미래 기후재난에 대비한 실질적 대이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황철호 광주시 정책보좌관은 "지자체 각 부서에서는 만나고 있는데 도시와 농업이 보는 관점이 다르고, 또 지자체마다 원하는 것들이 다르다보니 조심스럽게 접근하느라 속도가 느린 것이다"면서 "올해 혹은 내년 초에 지자체와 만나 구상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 뜨거워지는 바다··· 새로운 어장지도 만들어야 전남의 양식어가들은 해마다 고수온 등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완도 약산에서 어민들이 감태를 수확하고 있다.?'기후위기시대 전남, 미래를 일군다' ⑥품종개발·어장관리로 위기 대응완도 약산에서 30년 넘게 바다농사를 지어온 김경운씨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물때를 비롯해 네이버와 기상청 날씨 예보 그리고 태풍 경로를 알려주는 ‘윈디 날씨’까지 4개의 앱을 넘나들며 기상상황을 실시간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올해는 본격적인 바다농사가 시작되는 10월 들어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 청각 수확을 마무리하고 미역 양식을 시작해야 할 시기가 왔지만, 바다수온이 도통 내려가지 않아 미역 포자를 뿌리지 못하고 있어서다.김씨는 “보통 수온이 19~20도가 되어야 미역 포자를 심을 수 있는데 한동안 수온이 내려가지 않아 이제야 작업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최소 70일에서 100일 정도는 미역을 키워야 내다팔 수 있는데 올해는 2~3주 가량 늦어져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악화되는 양식 환경김씨는 사계절 바다농사를 짓고 있다.1월은 매생이·굴, 2~3월은 가공미역, 4월은 물다시마를 각각 채취한다. 5~6월은 완도 최고의 특산품인 건다시마 시즌이다. 장마가 있는 7월을 지나 8~9월 청각을 수확한 후 10월까지 양식장 청소를 한다. 10~11월은 이듬해 채취할 미역·다시마 시설을 하고 12월과 1월에는 시장에 판매되는 식품미역을 주로 거둬들인다.줄곧 완도 약산에서 양식을 해 온 김씨는 최근 들어 기후변화를 실감하고 있다.물때나 수온이 해마다 차이가 생겨 시기나 주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음을 경험하고 있다. 특히 양식업에 치명적인 수온상승은 확연해졌다.최근 고수온이 해마다 발생하면 태풍에까지 영향을 미쳐 미역 포자를 뿌리는 시기가 늦춰지고 있다. 여기에 이듬해 미역과 다시마 채취마감 시기가 점점 앞당겨지고 있어 미역과 다시마 양식을 할 수 있는 기간이 크게 단축됐다. 과거에는 4월까지였던 채취시기가 이제는 3월 이후에는 작업을 할 수 없게 됐다.고수온은 또 양식생물의 상품성을 떨어뜨리는 따개비나 해파리 같은 이물질의 생육을 발달시켜 양식어가들의 환경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김씨는 "해조류는 바닷속에서 자꾸 자극을 줘야 잘 자라는데 막상 미역 포자를 뿌려도 날씨가 좋다는 보장이 없어 생산량을 예측할 수 없다"며 "24절기도 점점 희미해지고 삼한사온(三寒四溫)도 예전같지 않아 늘 걱정이다"고 말했다.다시마 포자 작업을 하고 있는 어민들.?◆피해 줄이기 안간힘우리나라 해역은 이상고수온 다발해역으로 알려지고 있다.여름이면 고수온, 겨울이면 저수온 현상이 반복적으로 발생, 특히 양식업은 대량 폐사로 이어지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전남의 경우 여수, 순천, 고흥, 보성, 장흥, 강진, 해남, 무안, 완도, 신안, 진도 등 바다를 끼고 양식업을 하고 있는 대부분이 고수온 피해 지역으로 2021년 175억원, 2022년 9억5천만원 피해를 입었다. 올해도 지난 7월28일부터 9월22일까지 50일 넘게 이어진 고수온에 전남 4개 시군, 198어가에서 842만 마리, 135억원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고수온이 늘며 다행히 적조 피해는 감소해 2019년 5억원의 피해액이 발생한 후 지금까지 피해상황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전남도는 지난 2016년 적조·고수온 등으로 380억원의 양식생물 피해가 발생하자 '기후변화 대응 전남 양식어업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이듬해인 2017년부터 3천억원을 투입해 대응에 나섰다. 가두리어장 조류 소통 개선, 양식수산물 재해보험 보장성 강화, 어장 환경 변화 대응체계 구축, 기후변화 적합 양식품종 개발 및 육성 등 10대 대응과제, 27개 세부사업을 2030년까지 추진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올해도 고수온·적조 대응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대응에 나섰다.가장 먼저는 사전 예찰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피해 발생 후 경영 안정을 위한 지원 그리고 고수온이나 적조에도 잘 버틸 수 있는 품종 개발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골자다.전남도는 피해 최소화를 위해 양식어장 예찰 및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실시간 어장관측정보 관리시스템을 106곳에 구축하고 실시간 수온 정보 모니터링과 어업인 상시 정보를 '전남바다알리미' 앱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액화산소공급기, 산소공급기, 저층해수공급장치, 차광막, 액화산소 등 양식생물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응장비를 조기 지원한다. 양식생물 조기 출하를 통한 피해예방과 사육밀도 저감 등 어업인 지도도 꾸준히 해오고 있으며 양식 품종 다변화에 해역별 상황도 달라 수온이 오르기 전에 미리 판매가 될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다.전남도 양식수산물 재해보험 가입 품목은 전복·굴·다시마·농어·돌돔 등 23종이다. 태풍, 이상조류, 적조 등 재해 피해에 대해 양식수산물은 물론 시설물까지도 보상받을 수 있다. 올해는 어업인 부담을 10%로 대폭 낮추고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하지만 고수온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특약은 보험료가 비싼데다 적용조건이 까다로워 어민들이 가입을 꺼리고 있다.실제 올들어 완도 전복양식장의 경우 한달 가까이 이어진 고수온으로 평균 50% 이상의 폐사율을 보였지만 '3일 이상 28도'라는 기준에 맞지 않아 피해보상을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해양수산부가 정한 전복 한계 수온 기준은 28도로, 이 상태가 3일 이상 지속돼야 고수온 경보가 발령되고 피해 보상 조사도 이뤄진다. 이 기준 역시 지난 2015년에 정해진 것으로, 이상기후로 인한 재해빈도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보험 할증률을 낮추고 고수온 피해 수온을 내리는 등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다시마 포자 작업을 하고 있는 어민들.?◆고수온에 강한 품종개발 시급기후변화로 직면한 위기를 타계하기 위한 방안으로 수산업 전반에 걸쳐 신품종 양식기술 개발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열대성 어류, 고수온에 강한 해조류 등 고수온 적합 품종 양식을 확대해 양식어업 체질 개선으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전남도는 고수온과 저수온이 지역별, 계절별로 발생함에 따라 고수온에 강한 어패류를 중심으로 연안해역별 어류양식 유도 및 기술지도를 병행하고 있다.도해양수산과학원 완도지원은 올해 전복 종자와 넙치 육상양식장 대상 양식 환경 및 사육 방법 개선 연구에 착수, 맞춤형 양식 매뉴얼 개발에 나섰다. 최근 고수온으로 전복, 넙치 폐사가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체계적 어장 환경, 양성 관리로 최적의 양식 매뉴얼을 개발해 도내 전 지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국립수산과학원이 아열대 어종인 바리를 교잡한 대왕자바리는 무안에서 종자를 생산해 제주에서 양식에 성공했으며, 같은 교잡종인 대왕붉바리는 거문도 가두리 양식장에서 높은 생존율을 보이며 대체어종양식으로 주목받고 있다.어류 품종 개발은 쉽지 않다.출산 개체수가 1~2마리인 축산류와 달리 어류는 개체수당 적게는 수천에서 많게는 수억개의 알을 산란하기 때문에 유전체나 유전자 발현 연구를 진행하기가 힘든 여건이다. 이 때문에 현재는 고수온이나 적조 등 재해발생 후 살아남은 개체들을 중심으로 기후변화에 강한 어종이나 선발 육종을 추출해내는 방식도 진행하고 있다. 온도변화에 강한 숭어나 고수온 대체 품종으로 개발된 아열대 바리로 전환을 유도하는 한편 고수온이 발생했을때 위험성이 적은 곳에서 일시 양식하는 이동 양식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전남도 관계자는 "기후변화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안정적 어장 환경에서 수산물이 생산되도록 다양한 연구와 현장 지도를 병행하고 있다"며 "품종별 양식 환경 데이터 자료를 활용한 최적의 양성 방법을 마련해 안정적 소득 창출과 양식수산물의 고품질화 연구·개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storyboard@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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